지난 일요일은 한국에서는 어버이날이었고 독일에서는 어머니의 날이었다.
5월 8일이 어버이날로 딱 정해져 있는 한국에 비해 독일은 5월 두 번째 주 일요일 이 어머니의 날이다.
해서 해마다 날짜가 달라진다.
그러니 이렇게 날짜가 겹치는 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한국에 계신 두 어머니 들과 미리 통화를 하고 어버이날 메시지를 보내고 나니 다른 나라에 있는 큰아들과 다른 도시에 살고 있는 딸내미에게 차례로 어머니날 메시지가 들어왔다.
한국에서 머나먼 독일에 살고 있다는 핑계?로 이런 날 어머니 들과 따뜻한 밥 한 끼 할 수 없다. 죄송함에 늘 마음 한편이 무겁다.
또 아이들이 커서 각기 다른 곳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고 대학을 다니고 있다 보니 이런 날 온 가족이 함께 일수 없음 또한 아쉽다.
이래 저래 기분이 조금 처져 있던 아침이었다.
마음이 허해 뱃속이라도 채우려는 듯 꾸역꾸역 빵을 먹고 있는 엄마에게 막내가 “우리 언제 갈 거야?”하고 물었다.
며칠 전부터 막내는 틈나면
"엄마 어머니날 선물 뭐 받고 싶어?"라고 물었다.
독일에서는 가족 간에 생일, 어머니날, 크리스마스 등등 때마다 서로에게 무슨 선물을 받고 싶은지 묻고 뭐가 갖고 싶다고 정확하게 이야기한다.
이 동네에서는 깜짝 선물보다는 원하는 것을 선물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가급 적이면 서로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구체적으로 알려 주는 것이 좋다.
처음엔 뭐가 갖고 싶노라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민망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했는데 이제는 이 동네 식으로 아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머릿속으로 머시 좋으려나 떠올리다 자꾸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손수 그린 그림에 손글씨로 만든 카드와 만들기 한 것들을 예쁘게 포장해서 어머니 날 선물을 하던 아이가 이제 좀 컸다고 굵은 목소리로 원하는 것을 말해 보란다.
그런 막내가 기특하고 대견스럽기도 하고 이때가 찬스다 싶어 서였다.
한국으로 중학교 2학년이고 이제 여름 지나면 중3이 되는 막내는 사춘기의 소년답게 엄빠와 함께 외출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왕이면 외출 도 함께 하고 시간을 길게 쓸 수 있는 것을 선물로 달라했다.
막내의 어머니 날 스페셜 선물은 바로바로~일요일 에도 문을 여는 꽃 상가를 함께 가서 엄마가 원하는 꽃을 골라 사고 정원 일도 함께 하는 것이었다.
꽃다발을 선물로 받는 것에 비해 정원에 심을 꽃은 꽃도 훨씬 길게 볼 수 있고 막내와도 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 꿩 먹고 알먹고다.
꽃 상가로 차를 타고 가는 길에 다른 날 보다 더 많은 꽃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어머니 날이라고 특별히 문을 연 동네 작은 꽃가게 들과 도로 한쪽에 자동차를 주차해 놓고 꽃다발을 팔고 계신 분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독일 어머니 날은 꽃 장사하는 분들 그리고 레스토랑들의 대목 인 셈이다.
마치 우리의 졸업식과 입학식이 떠오른다.
대목답게? 꽃값들도 약간? 씩 올라 가 있고 조금 더 다양한 콘셉트들의 꽃다발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천천히 꽃 상가 안을 돌며 꽃을 골랐다. 다른 때 같으면 자기는 자동차 안에서 기다린다거나 빨리 고르라며 무언의 압박을 치켜뜬 흰 눈으로 가했을 무서븐 중2는 어머니날 선물이니 잠자코 카트를 밀며 얌잔히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다.
여름까지 운 좋으면 가을까지도 꽃을 볼 수 있는 제라늄을 빨간색과 분홍색 흰색 골고루 골랐다.
그리고 요즘 텃밭의 기운을 단단히 받고 있는 짝퉁 농부라 수박, 토마토, 오이, 고추, 등의 과일, 채소 모종들도 골라 담았다.
기왕이면 굵고 예쁜 꽃망울 들과 튼실한 모종들을 들었다 놨다 하며 요걸 어디다 심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지니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 아침에 센티멘털 했던 아줌씨 어디 갔나? 싶게 발걸음도 빠르게 발발 거리며 돌아다녔다.
막내의 스페셜 선물 덕분에 온 가족 완전체는 아니었지만 온종일 가족이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물론 막내는 내년 어머니 날에는 꽃 선물 안 한다는 말을 덤으로 얹어 주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