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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pr 03. 2022

이번엔 휴지가 아니라 식용유와 밀가루.

다시 시작된 독일의 사재기


주말을 맞아 마트 세 군데를 가 보았다.

고기 종류는 가격 대비 이쪽 마트가 더 났고 과일 채소 종류는 저쪽 마트가 났고 하는 이유로 마트 두세 군데 정도 가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 같은 제품 이어도 가계마다 가격 차이가 있는 독일에서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니다.

어느 때는 이벤트를 쫓아 요 쪽 마트에서 이번에 정원 용품이 나온다더라 또는 다른 마트에서 커피 세일이 있다는 광고전단지를 보고 어느 마트를 갈 것인지 정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식용유와 밀가루를 사기 위해서였다.

평소에 크고 작은 마트 어느 곳에서 나 구할 수 있던 식용유와 밀가루가 몇 주전부터 동이 나기 시작했다.


식용유가 얼마나 귀하냐 하면 오늘자 22년 4월 3일자 지역 신문 HNA에서는 니더작센주의 한 마트의 모습을 기사화했다.

EDEKA는 전국적으로 꽤 큰 마트 체인점 인데 니더작센주의 어느 마트에서는 가장 비싼 술을 넣어 두는 서랍장 안에 식용유가 함께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169유로 124유로 등 의 술 옆에 1유로 79센트짜리 유채유와 2유로 49센트 해바라기유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들아가 있는 것이 기사로 나왔다. 웃픈 기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말하자면 22만 원짜리 술과 2천3백 원짜리 식용유가 마트의 장안에 귀하게 함께 모셔져 있다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나고 자동차 기름 값이 하룻밤 사이에 천정부지 올라가서 사람들이 차 세워 두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시작할 때 혹시나.. 하던 생필품 사재기가 독일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나는 올해로 독일에서 살게 된 지 어느덧 햇수로 28년 째다 30년 가까이 살면서 두 번째 만나보는 노골적인 사재기 현상이다.

그 첫 번째로는 2년 전 코로나 가 팬데믹이 되었던 그 시기에 사재기가 있었다 그때도 휴지, 감자, 누들 등 생필품들의 사재기가 눈에 띄었고 특히나 휴지의 사재기는 상당 기간 지속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식용유와 밀가루다. 물론 마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누들 등도 평소보다 많이 빠지기는 했지만 이렇게 구하기 어렵지는 않다.

이제 자동차 기름 값은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있는데 식용유와 밀 기루는 몇 주째 구경을 못하고 있다.

오늘자 22년 4월 3일 HNA 지역 신문에는  어느 EDEKA 마트에는 식용유를 비싼 양주 넣어 옆에 세워 두고 장문 안에 넣어 놓았다는 기사가 나왔다 *사진출처:HNA

장을 보러 가서 아무리 눈 크게 뜨고 보아도 평소 늘 보이던 해바라기 유 , 유채유 등의 식용유는 마트 안에서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니 이것이 어찌 된 일인가 말이다.

이미 텅 빈칸에는 가족당 또는 고객당 식용유 2병, 3병까지만 구매할 수 있다는 포스터만 덜렁 붙어 있다.

필요할 때 마트에서 한 번도 식용유를 못 샀던 적이 없었고 기름진 음식이 몸에 그리 좋은 것이 아녀서 가급적 튀김 요리는 하지 않아 식용유 한 병을 꽤 오래 사용한다.

그런데 집에 식용유 한 방울도 없은지 몇 주째가 되었다.

얼마 전부터 막내는 바삭한 닭튀김이 먹고 싶다고 노래했다.

평소 라면 바로 해 주었을 닭튀김을 몇 주째 못해 주고 있다.

볶는 요리 라면 버터를 대용으로 쓰던 올리브 오일을 쓰던 할 터인데 튀김 요리는 식용유가 있어야 한다.


EDEKA, REWE, LIDL 세 군데의 마트를 갔지만 이번에도 결국 허탕이다.

안되면 지난번처럼 피자 집에서 닭튀김을 사다 먹여야겠다. 생각하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럼 식당 들은 어디서 식용유를 가져 오지? 직접 받아다 쓰나? 아님 썼던 기름 계속 사용 중인가? 아니면 진즉 사재기를 해 두었나?

업소용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는 대형 도매 마트에서도 식용유를 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 병원 직원 말에 의하면 며칠 전 이웃이 Metro 메트로라는 대형 마트를 간다면서 뭐 사다 줄까? 하길래 식용유 한병 부탁한다 했는데 그쪽도 없었다 했다.


요즘 Der Tagesspiegel 등…독일 신문 에서는 마트에서 다시 사재기가 시작되었다며 “아직도 배우지 못했는가?”등의 강한 어조로 사재기를 경고하고 독일은 사재기를 할 필요가 없으니 자재하라는 기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혹자는 우크라이나에서 밀가루의 많은 부분을 수입했었는데 전쟁으로 유통과정이 원활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 때문에 자동차 원유 가격처럼 폭등할 것이라는 이유로 사재기가 시작되었을 것이라 분석하는 사람도 있고 또는 전쟁의 불안감으로 일단 사재기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독일은 2차 세계 대전 전범 국가이지만 그럼에도 일반 국민들은 전쟁의 피해자 들인 경우가 많다. 어느 날 폭격으로 집이 무너지고 부모와 생이별은 한 사람들이 우리 동네에도 아직 생존해 계신다.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직접 겪어 기억하고 었던 또는 그 부모와 조부모를 통해 전해 들었던 전쟁 두 글자가 남기는 불안감은 크다.

본능적으로 평소에도 오래 보관이 가능한 캔류 등의 가공제품 들은 집안 창고에 늘 두고 살던 사람들에게 이웃 나라에서 전쟁이 났다는 사실은 사재기에 크게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 전쟁이 이리 길게 가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 마음이 생필품을 구할 수 없으면 왠지 조급해지고 분위기가 그렇다 보면 자꾸 불안해진다.

그렇게 누군가의 사재기는 또 다른 누군가의 사재기를 독려하는 셈이다.

*사진출처:Der Tagesspiegel

식용유는 포기하고 밀가루를 사려고 돌아보았다.

밀가루 또한 몇 주 동안 보지 못했다.

날씨가 급 추워지고 눈까지 오고 나니 뜨끈한 수제비가 먹고 싶었다

그러나 집에 밀가루도 없다.

말랑말랑 반죽해서 쭉 욱 쭉 늘려 국물 안에 퐁당 넣어 끓여서 쫀득한 수제비 한 그릇 끓이기가 이다지도 어렵다니 말이다.

그를 위해 필요한 하얀 중력분 405를 찾으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

독일은 많은 생필품들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밀가루 등은 우크라이나에서 들어오는 양이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시중에 밀가루가 동이 나는 현상은 누군가는 몇 군데의 마트를 돌며 여러 개의 밀가루를 집에 쟁여 놓았다는 소리고 마트의 텅 비어 버린 밀가루 칸에 언제 다시 밀가루가 들어올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 부활절이 얼마 남지 않아 아이들용 알록달록 포장된 부활절 초콜릿 들이 마트에 나와 있다

우리는 물병 공병 반납도 할 겸 LIDL이라는 마트를 갔다 그날 간 세 번째 마트였다.

여기 서도 식용유는 구할 수 없었다. 그런데 밀가루는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밀가루 두던 곳에 설탕만 쌓여 있고 텅텅 비어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한 귀퉁이에 쌓여 있던 밀가루 포대가 보였다.

심봤다를 외치며 "여보야 밀가루 있다!" 하고는 하얀색 중력분 405 1kg짜리 두팩을 카트에 담았다.

하나는 수제비 끓이고 하나는 전을 부치기 위해서다.

마트에 요맘때 잠깐 나오다 마는 명이 나물을 만났기 때문이다.

밀가루 풀어 반죽해서 해물과 초록의 길쭉길쭉한 명이 나물 얹어 파전을 부쳐 먹으면 참 맛나다.

식용유는 없지만 올리브 오일이라도 둘러서 전을 부쳐야겠다.

밀가루야 너 본지가 오래 구나 하며 반가워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그렇게 좋냐? 했다.

"그럼 좋지 전도 부치고 말랑한 수제비 뜨근하게 끓여 먹을 수도 있잖아!" 하며 웃었다.  



계산대에 명이 나물을 비롯한 채소 몇 가지와 밀가루 두팩을 얹어 두고 계산을 기다렸다.

우리가 자주 가는 마트라 계산대의 직원도 아는 얼굴이다.

성격 화통하고 웃음소리 도 시원한 아주머니는 반가운 인사를 하며 머뭇거리며 내게 말했다.

"저기 미안한데.. 밀가루는 하나밖에 못 사요!"라며  밀가루 하나를 뺐다.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아 괜찮아요 그런데 밀가루 하나만 살 수 있다는 안내문 없었는데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는 "오늘 밀가루가 들어와서 그래요 아직 못 써붙였어요."

라며 미안한 듯 한 눈빛으로 아주머니는 목소리를 낮추어 이야기했다.

"그런데 꼭 필요하면 계산하고 나갔다 다시 들어오세요"라고 말이다

나는 "아니에요 그냥 하나만 쓸게요 요즘 밀가루랑 식용유 때문에 난리네요"

라고 했다.

아주머니는 "네 우린 보통 매일 새로운 제품들을 받는데 밀가루는 2주 동안 받지를 못했어요

이번에도 어젠 다시 받게 될지 모르겠어요!"

밀가루가 아니라 금가루 네 금가루여..

살다 살다 밀가루 마트 계산대에서 뺏겨? 보기는 처음이다.

그렇다고 나갔다 다시 들어오는 트릭? 까지 써 가며 밀가루 한팩을 더 사수하고 싶지는 않았다.

기름도 두세 병은 살 수 있다고 안내문이 쓰여 있었으니 안내문이 없던 밀가루도 두팩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모르고 가져온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지금 내가 나갔다 다시 들어오면 사재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 싶지는 않다. 그냥 다음에 먹지 뭐... 그러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으흑 해물 파전 이냐 수제비냐 그것이 문제로다.

마트밖 에서 주인이 언제 오려나 기다리고 있는 멍뭉이 모습이 식용유와 밀가루는 대체 언제 오나? 하고 있는 사람들 모습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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