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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pr 03. 2022

독일에만 있는 오 비쓰 오 규칙


일기 예보에서 눈이 온다 했다. 독일 삼사월 날씨야 워낙 이랬다 저랬다 해서 가끔 있는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불과 며칠 전에 22도 낮 기온 24도까지 올라가서 재킷 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설마 했다.

눈이 온다 해도 비와 섞여서 대충 솔솔 뿌리다 말겠지 했는데...

자고 일어 나니 진짜로 눈이 하얗게 쌓였다.

4월 1일 제대로 만우절 같은 아침이었다.


이웃집에 하얗게 핀 꽃나무의 봄 꽃 위로 밤새 몽글몽글 한 눈이 소복이 쌓였다.

어느 게 꽃인지 눈인지... 꽃 위에 눈이 핀 것인지 눈 위에 흰꽃이 핀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자동차 위에 하얀 게 쌓인 눈을 보니 아차 생각났다.

맞다! 얼마 전 우리는 자동차 겨울 타이어를 여름 타이어로 바꿨다 그런데 눈이 왔다.

그것도 함박눈이…

삼월 내내 날씨가 너무 포근하고 봄 날씨 여서 독일엔 오 비쓰 오 O-bis -O라는 규칙이 있다는 것을 깜빡 잊고 말았다.


 거이 무슨 말인고 하면 워낙 미친뇬 널뛰듯한 날씨가 많은 독일에서 자동차의 여름 타이어 겨울 타이어를 교체하는 시기  딱히 정해져 있지는 않다 그래서 O-bis-O  비쓰  규칙 계절에 따라 타이어 교체하는 것에 매뉴얼처럼 적용하고는 한다.

4계절용 타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번거롭더라도 연간 두 번 교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가을에서 겨울 넘어가기 직전인 10월 에 겨울 타이어로 갈고 봄이 시작되는 부활절 즈음으로 해서 여름 타이어로 간다.

부활절의 날짜는 해마다 바뀌지만 언제나 삼월과 사월 사이 다.

그것을 두고 O-bis-O regel 오 비쓰 오 규칙이라고 말한다. 독일어로 10월이라는 Oktober의 O를 따고 부활절인 Ostern O를 따서 겨울 타이어를 10월부터 부활절까지는 끼고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그 소리는 독일은 10월에도 눈이 올 수 있고 부활절까지는 삼사월에도 눈이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간 너무 봄 스런 날씨에 빠져 방심해 버렸다. 겨울 타이어를 조금 더 있다가 교체했어야 했는데...


어쩌겠는가 이미 바꿔 버린 여름 타이어를 다시 겨울 타이어로 바꿀 수도 없고 미끄러지지 않게 바닥이 얼지 않기를 바라며 조심히 다니는 수밖에....

아... 맞다 푸근한 날씨에 현혹? 되어 또 미리 저지른 일이 있다.

햇빛 쏟아진다고 주말마다 꽃이며 나무며 사다 나르고 심고 가꾸고 했다.

거기다 이번에는 딸기 모종을 심어 미니 딸기밭을 만들었고, 양파, 콜라비, 상추, 파슬리와 바질을 심어 작은 채소 텃밭을 일구 었다.

정원에 심은 알록달록한 봄 꽃들은 밤새 내린 눈이 덮여 흙에 심은 것이 아니라 눈에 심은 것 같아 보인다.

빨간 딸기가 탐 스러이 달릴 것을 고대 하고 매일 조금씩 자라며 하얀 꽃을 피우고 있던 미니 딸기밭이 눈 속에 파묻혔다 딸기 빙수가 될 판이다.

 

농사?를 망쳐 버린 것 같아 텃밭 상추 위에 뒤덮인 야속한 눈을 손으로 헝클어 버렸다.

순간 속상했던 마음과는 다르게 손끝에 전해 지는 차갑지만 보드라운 눈의 감촉에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으로 눈 덩이를 뭉쳤다.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해 동글동글 뭉쳐진 하얀 눈 덩이를 남편을 향해 던졌다.

벽난로 땔감 나무를 담고 있던 남편 뒤통수에 명중! 우리는 누구랄 것 없이 터진 웃음으로 다시 아이로 돌아간 듯 눈싸움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눈싸움이었다.

남편은 텃밭 한편에 작은 눈사람이라 쓰고 눈싸움 총알이라 읽는 눈 뭉치를 살짝 얹어 두었다.


아무리 보아도 눈사람 같이 생기지 않았건만 남편은 눈사람이라 우겼다.

분명, 내가 방심한 틈을 타서 던지려고 모아둔 눈 덩이가 맞는 것 같은데 말이다.

빨갛게 얼은 손가락을 호호 불며 아이처럼 뛰어놀다 보니 몇 년 만에 만져 보는 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겨울에는 독일에 눈이 엄청나게 내렸다. 눈으로 굴을 파고 다녀야 하고 길에서 스키를 타고 다닐 만큼 말이다. 그때 나는 아파서 병원에 입원을 했었고 남편도 수술을 해서 병원에 입원을 했었다 우리는 그 눈을 느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이번 겨울에는 눈이 거의 오지 않았다.

매해 있는 겨울이지만 매번 다른 겨울이다. 아까와 다름없이 하얗고 차가운 몽글몽글한 눈이 왠지 다르게 느껴진다.

내가 멍 때리고 있는 틈을 타 남편이 작은 눈덩이로 공격을 감행했다.

나는 좋았어 를 외치며 빠른 속도로 눈 덩이를 뭉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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