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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20. 2022

계란 이불 덮은 바삭 베이컨 토스트

자연이 우리집 텃밭에 마술을 부렸다


3월 햇살 좋던 주말 우리는 꽃 상가에서 조롱조롱 한 모종들을 사다 작은 채소 텃밭을 일구었다.

적상추, 아삭이 상추, 청상추 세 가지와 파슬리 등의 허브, 양파, 그리고 콜라비를 심었다.

낮은 바람에도 펄럭이던 여린 모종들을 심을 때만 해도 이애들이 자라나기는 할까? 싶게 작았다.

그 아기자기하던 모종들은 날이 좋으면 햇빛 실컷 받아서 비가 오면 물을 흠뻑 먹어서 쑤욱 쑤욱 자라났다.

그렇게 자연이 키워낸 채소들이 어느새 폭풍성장해서 텃밭 가득 빼곡 해진 것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마치 아이들 동화에서 처럼 자고 일어나니 요술 할머니가 와서 마술이라도 부리고 간 것 같다.

자식도 낳아 났다고 다 절로 크지 않지만 그중에 꾸준히 손이 가는 아이도 있고, 저 혼자 큰 것처럼 어느 날 불쑥 커있는 아이도 있듯 채소들도 다양할 터인데 이번 텃밭에 심은 아이들은 특별히 손을 타지 않는 것들 이였다.

운이 좋았다.

초보 짝퉁 농부들이 작은 실패에 절망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말이다.


아침저녁 들여다 보고 간간이 누렇게 뜬 겉잎들을 따 주고 물만 주었을 뿐인데..

그야말로 심었더니 났다 할 만큼 지들이 알아서 잘 자라 주었다.

이렇게 수고하지 않고 받아도 되나? 싶은 황송한? 채소들이 요즘 우리의 식탁을 푸르고 풍성하게 채워 주고 있다.

비타민 풍부한 채소들을 몇 번의 손길로 한 바구니씩 따서 샐러드에 넣어 먹고 고기에 쌈 싸 먹고 비빔밥, 비빔국수에 넣어 먹고 월남쌈에 말아먹고 샌드위치에 깔아 먹고 하다 보니 농사가 점점 재미있어진다.

채소 몇 가지 눈곱만큼 길러 먹는 것을 가지고 농사 라 부른다고 진짜 농부님들이 들으시면 웃으시겠지만

요만큼도 우리에겐 짝퉁이어도 농사는 농사니까..

거기다가 채소 텃밭 옆 미니 딸기 밭에 흰꽃이 지고 연두색 품고 조롱조롱 달리던 딸기가 드디어 빨갛게 익었다.


아직은 첫 수확이라 마트에서 사서 먹는 딸기에 비해 턱없이 적은 양이지만 그저 하나씩 따서 먹어도 비교불가 달고 맛나다.

"아우 이것 봐 딸기가 달렸어,!", 라며 열매 맺어 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며 굉장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딸기가 빨갛게 익었어!" 라며 손뼉치고 기뻐하던 순간의 행복함이 깃들어서 그럴 것이다.


하나 둘 빨갛게 익어 가던 작은 딸기가 이제 제법 식구 숫자에 맞게 익어 간다.

오늘 저녁이면 비행기 타고 도착할 큰아들과 기차 타고 도착할 딸내미도 맛볼 수 있도록 말이다.

아이들은 아직 우리 텃밭을 보지 못했다. 사진으로 보았을 뿐이다

게다가 농사에 재미 들린 짝퉁 농부 엄마 아빠가 요즘 토마토, 수박, 고추, 오이  모종들도 들여놓아 텃밭 식구들이 더 늘었다.

아이들이 보면 깜짝 놀랄 게다.


이제 몇 시간만 지나면 강아지 나리까지 합쳐 한 지붕 여섯 식구가 된다.

비로소 가족 완전체가 되는 거다.

몇 개월 만에 만나는 아이들 생각에 마음은 콩닥이고 어떤 맛난 걸 준비해야 하나? 메뉴 정하느라 머릿속이 바쁘다.

저녁으로 큰아들의 최애 메뉴 두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를 끓이고 딸내미가 숟가락으로 퍼먹는 감자 어묵볶음 그리고 텃밭에서 나온 상추들과 채소들 골고루 맛볼 수 있게 남편이 좋아라 하는 청포묵 샐러드와 막내가 없어서 못먹는 고기를 구워야겠다.

그리고 입가심 후식으로 텃밭에서 딸기를 따다 내야지…

주말 아침은 온 가족이 좋아하는 엄마표 계란 이불 덮은 바삭 베이컨 토스트를 해 주어야겠다.

설레는 엄마의 메뉴 고민은 주말 내내 행복하게 계속될 예정이다.

 

To  애정 하는 독자님들

한 며칠 글이 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틈나는 대로 아이들 간식에 맛난 음식 해 먹이려고 메뉴 짜고 있거든요.

글이 한동안 올라오지 않으면 아주마이 퇴근 하고 주방에서 요리하느라 눈썹이 휘날리는가 보다.

생각해 주세요.ㅎㅎ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모든 독자님들 건강하고 행복한 주말 되시기를 요~!

밑에 보너스로 간단 요리 하나 투척합니다. 이름하여 엄마표

'계란 이불 덮은 바삭 베이컨 토스트'

주말 브런치나 간식으로 강추합니다.  

-독일 에서 김중희 드림 -

왼쪽 아이가 고추 ,오른쪽이 콜라비 에요 나중에 헛갈릴까봐 이름표도 꼿아 두었는데 누가 봐도 콜라비가 크고 있네요 ㅎㅎ
네 가지 종류의 방울토마토 에요
왼쪽 끝에가 피클 오이 구요 가운데와 오른쪽 끝에 있는 요 쪼그마한 아이가 수박인데요. 어떻게 클지 제일 기대가 됩니다.
큰 토마토와 오이 에요. 잘 자라고 있어요.

보너스!
주말 브런치로 좋은 간단한
요리 레시피 하나 나갑니다.
엄마표
계란 이불 덮은 바삭 베이컨 토스트

재료 준비: 토스트용 식빵, (사진 용으로 흰 빵을 사용했지만 곡식들은 식빵이면 더 좋습니다)

계란,

파슬리

상추

오이

모자렐라 치즈

토마토

소금, 후추

버터 또는 식용유 조금


요렇게 각 채소 재료들을 썰고 베이컨을 바싹 하게 구워 큰 접시에 차례로 담아 두고 계란 풀어 소금 조금 넣고 파슬리 넣으면 준비 끝~!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토스트 빵 두 개를 양면 골고루 노릇하게 굽습니다.

노릇노릇한 토스트 빵 위에 텃밭에서 따온 야들 야들 상추를 깔아 줍니다.

집에 있는 상추, 바질, 쑥주, 루꼴라 등등 모든 초록이 사용 가능합니다.


토스트 빵 한쪽에 상추 위에 토마토, 오이 얹고 다른 한쪽에는 바삭하게 미리 구워둔 베이컨을 얹어요.

그리고 양쪽에 계란 물을 골고루 얹습니다.

계란물 얹은 쪽 토스트를 뒤집에 팬에 한번 구워 냅니다. 계란이 익어야 하니까요 ㅎㅎ

짜잔~! 그러고 나면 요렇게 폭신한 계란 이불 덮은 토스트의 속 모습이 나옵니다.

토스트 양면을 합쳐서 앞뒤로 구워 내면 끝!

요렇게 노릇노릇한 계란과 하얀 모자렐라 치즈가 토스트 속 재료들을 흐트러지지 않게 모아 주고 맛난 모습을 만들어 줍니다.


"구텐 아페티트 ~! 독일어로 맛있게 드세요~! "

하얗게 늘어나는 고소한 치즈와 짭조름한 베이컨과 상큼한 채소들이 부드러운 계란에 쌓여 포근하고 맛난 아침을 선사해 줍니다. 주말 아침 느지막한 브런치로 멋지게 맞아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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