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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16. 2022

독일에서 환상적인 5월을 보내는 법


파란 하늘 쏟아지는 햇빛 아래 연두색 물이 뚝뚝 흘러내릴 것 같은 초록의 나무들 사이로 간간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이번 주말은 정말이지 기가 막힌 날씨 다.

27도에서 28도 사이 온도까지 야외에서 놀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이다.

5월이지만 여름을 미리 보기 한 것 같은 따끈한? 날씨 덕분에 우리 집 막내는 친구들과 야외 수영장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이제는 더 이상 엄빠와 다니지 않을 만큼 훌쩍 커버린 것이 조금 아쉽지만 아이들이 때 되면 각자의 삶을 사는 것 이것 또한 자연의 섭리가 아니던가.

우리는 막내를 야외 수영장 앞에 내려 주고 그 길로 멍뭉이 나리와 산책을 하기 위해 주차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



막내를 내려준 아우에 야외 수영장은 시에서 하는 꽤 큰 수영장이다.

실내외 수영장뿐만 아니라 사우나 시설도 따로 되어 있고 무엇보다 위치가 끝내 준다.

수영장 앞으로 풀다 강이 흐르고 뒤쪽으로 옛 궁전과 공원이 펼쳐져 있다

이 길을 아우에 담이라 부른다.

아우에 담은 강을 끼고 각 학교의 카누, 조종 동우회 클럽 하우스들이 줄지어 있다

그리고 그 길 전체가 보행자를 위한 산책로 이자 자전거 하이킹 코스다.

중간에 크고 작은 레스토랑 몇 개와 아이스크림 집 한두 개를 제외하고는 강물, 아름드리나무와 풀밭이다.


독일에서 이런 날씨를 만나면 traumhaftes Wetter 또는fantastisches Wetter 라고 한다.

한마디로 꿈같은, 끝내주는 환상적인 날씨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런 뷰티플 한 날씨면 자전거 타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 피크닉 나온 사람들 천지다.

해서 주차하기가 쉽지가 않다.


독일은 어느 동네나 산책 다닐 공원과 산책로가 넘쳐 나게 많다.

그에 반해 물이 적은 동네다 바다를 한번 가려해도 북쪽 꼭대기로 올라 가야 만나 지고 강과 호수도 너른 땅덩어리에 비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독일 사람들은 인공 호수던, 강이던 물만 보이면 환장?을 한다. 물 좋아라 하는 나도 마찬가지..

이런 날 자동차 주차할 곳을 찾는다는 것은 정직한? 내 인생에 뽑기가 될 확률이다.

막내가 시간 약속을 한 것이 아니었다면 집에서부터 걸어오는 것이 사실 바람직하다.

그러나 수영가방 들고 시간이 좀? 필요한 나리와 여기까지 걸어서 오기는 무리였다.

아우에 담이라 불리는 강을 끼고 있는 이 아름다운 길을 쭉 따라 내려올 때까지 우리는 주차할 곳을 찾지 못했다.

강끝 쪽에 작은 다리가 있는 곳까지 내려와서야 주차할 곳이 하나 나왔다.

그럼에도 오 예 운이 좋았어!


차에서 내려 나리와 산책할 준비를 하며 제일 먼저 만나게 된 것이 다리 위에 사랑의 자물쇠였다.

독일 커플들도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서로의 이름을 새겨 이렇게 자물쇠를 만들어 주렁주렁 널어? 거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 맴은 어디나 다 거기서 거기인 것이다.


그런데...

남편은 그 색색의 아기자기한 자물쇠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저 중에 지금 까지 만나고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냐!"

이런 시크한 인간 같으니라고 남편은 로맨틱은 약에 쓸려도 없는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강물로 던져 넣으며 사랑의 자물쇠를 쓱 스쳐 강 아래쪽으로 빠르게 걸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별천지에  것처럼 사람들 구경? 하기에 바빴다.

오가는 길에는 우리처럼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니는 사람들..

유모차를 밀고 가는 젊은 부부들..

아이들 싱싱 이를 태워 다니는 엄마 아빠들….

두 손 꼭 잡고 서로를 의지해 걸음 속도 맞춰 걷고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들...

마주치는 방향으로 길을 걸으며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얼굴 가득 편안한 웃음을 주거니 받거니 한다.

흘러가는 강 위로는 통통배 같은 배도 유유히 떠다니고 풀밭 아무 곳에나 피크닉 담요 펼쳐 두고 여기저기 앉은 청춘들은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까르르 너머 가는 웃음소리만큼 상큼한 모습이다. 천천히 거닐고 있는 모노톤이지만 편안한 모습의 노년들…

이제 아장아장 걷는 어린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의 평화 로운 모습에 저절로 함께 힐링 이 되는 분위기 다.

사람들 많이 오가는 야외를 코로나 신경 쓰지 않고 이렇게 여유 있게 지나다닌 것이 언제였던가?

마치 시간을 건너뛴듯한 풍경에 아득함 마져 든다.


수영복 입고 풀밭 위에 야외수영장   수건 깔고  위에 드러누워 겨우내  속에 갇혀 있던 피부를 따땃한 햇빛에 앞으로 한번 뒤로 한번 기름 발라 가며 골고루 구워? 가며 책을 읽고 있는 이들도 있고 집에서 들고  피크닉 의자에 자기 집인양 편히 앉아 강을 바라보며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걷다 보니 어느 가족은 풀밭 한 옆에 자전거 자빠뜨려 놓고 아빠 엄마 아이들 조로 미 앉아 피크닉 도시락이 아닌 사각의 피자 통에서 조각난 피자를 하나씩 들고 나눠 먹고 있었다.

아마도 자전거 하이킹하던 길에 쉬면서 점심을 먹는 모양이었다.

독일은 한국처럼 바닷가 어디로 짜장면 배달이 될 만큼 신출귀몰한 배달 시스템이 아녀서 강가 풀밭으로 배달을 시켰을 리도 없고 아마도 근처 어느 레스토랑에서 피자를 사서 들고 온 것 같았다.

그 모습도 신선하고 즐거워 보였다.

이 동네 사람들이 야외에 앉아 피크닉 할 때 주로 들고 다니는 바구니에서 꺼낸 빵이나 샐러드 통도 아닌 사각의 피자 통째라니 재밌다.


조금 더 걷다 강물 따라 카누 인지 카약 인지 위에 서서 멋지게 노를 젓고 있는 남녀를 와 멋지다 하고 쳐다보았더니 우리 집 멍뭉이 나리는 이때는 기회다 하며 풀밭 위에 칠푸덕 편안하게도 앉았다.

마치 "우리도 피크닉 하개, 여기 좀 앉았다 가시개!"라고 하는 것 같았다.

우리도 덩달아 잠시 쉬었다.

환상적인 날씨에 꿈같은 5월의 오후였다.



To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모든 독자님들

독일 숲과 풀밭의 연두색 넘치는 맑은 생기와 강물의 푸른 에너지를  속에 함께 넣어 동봉합니다.

다음 주도 활기찬 5월의 새로운 한 주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독일에서 김중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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