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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n 11. 2022

강아지도 표정으로 말한다.  


우리집엔 4 하고    멍뭉이가 산다.얼핏보면 진돗개 와 많이 닮은 아키타 견이다.이동네에서는 자주 만나기 어려운 몽따쥬를 가지고 있어 사람들은 "강아지 너네 고향에서 데려 왔니? "라고 묻고는 하지만 얘는 헝가리에서 태어 났다.헝가리에서 독일로 건너  우리집에 데려 온지  4년이 지났다.

노란 개나리가 한창 피어 나던 봄에 독일로 왔고 털 빛깔도 짙은 크림색이라 우리는 강아지 이름을 성은 개 요 이름은 나리 라 지어 주었다.

나리는 사람을 무척 이나 좋아 한다.동네 이웃들,산책 하며 만나 친하게 지내는 견주들 또는 우편 배달부 아저씨 등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도 좋아서 꼬리로 선풍기를 돌린다.

특히나 제복 빤따지가 있는 십대 소녀 처럼 유니폼 입은 기술자 아저씨들은 길에서 처음 봐도 눈에서 하트 뿜뿜 하이파이브를 하며 보자 마자 베프가 된다.


그런 나리가 평소 집안에서는 조용하다.

주로 졸고 있거나 현관앞 저만의 스카이 라운지에 앉아 문짝을 통해 바깥 구경을 한다

내가 이렇게 소파에 앉아 노트북 들고 글을 쓰고 있을 때면 타박 타박 톡톡 네발로 마룻바닥 찍는 소리를 내며 옆으로 다가와서 등짝을 보이며 자빠 진다

그모습이 귀여워 쳐다보면 저도 눈을 마주쳐 온다.

"하던거 언능 해 심심하지 않게 옆에 있어줄게 " 라고 말 하듯 말이다.

그러다 지루 해 지면 예전 울 할매 걷다 힘들면 아휴 하고 한숨 쉬시던 것 처럼 한숨을 푹쉬고는 뭐라 구시렁 거리며 일어나 지 침대로 간다.

그럴때면 꼭 사람 같다. 신기한 것은 강아지도 희노애락을 표정으로 또는 자기 만의 언어로 표현을 한다는 거다.

그것도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은 충분히 이해 할수 있도록 말이다.


아이들이 다 모였던 어느날 이였다 큰아들이 오랜만에 만나는 나리와 놀아 주겠다고 터그 놀이도 하고 공던지기도 하고 앉았다 일어났다도 시키고 했다.

사실 아들 입장에서는 놀아 준 것이지만 나리 입장에서는 훈련 이었을지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그러고 나서 늘 그렇듯 간식을 주는데 큰아들이 간식을 정말 조그맣게 짤라서 줬다.

그랬더니 나리가 눈으로 심한 욕을 하며 표정이 꼭 이렇게 이야기 하는것 같았다.

"욜라 시키더니 겨우 요거? 이거 실화임? 쌔끼 겁나 쪼존해 !"

그표정을 본 딸내미와 둘이 얼마나 웃었나 모른다.


나리는 거실의 열린 창문을 통해 밖에서 잔디 깎는 소리가 요란스레 들려 와도 이웃집 에서 벽 뚫는 소리가 들려도 예민해 지거나 짖지 않는다.

"에이 디럽게 시끄럽네!"하는 표정으로 어슬렁 거리며 거실 복도를 지나 일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철푸덕이 앉아 그 소리들을 피한다.

우리 나리가 난리 부르스를 땡길 때는 딱 한가지 우리집 앞을 지나가는 강아지들이 지맘에 들지 않는때면 현관문 앞에 서서 겁나 짖어 대며 “이구역에 미취뇬은 나야 !” 를 시전 한다.

딱 요때를 빼놓고는 쓸데 없이 짖지도 않고 터그 놀이나 공놀이를 좋아 하고 공원 산책 하는걸 신나 하지만 옆에 와서 놀아 달라고 떼쓰는 일도 없다.


나리는 부잡스럽지 않은 대신 애교가 뭔지 모른다.

“나는 내길을 가련다!" 하고 졸고 있던 나리가 두귀를 쫑긋 거리며 쪼르르 와서는 무릎에 턱을 얹고 말똥 말똥 쳐다 볼 때는 우리가 뭔가를 먹고 있을 때 뿐이다.

그렇게 쳐다 보고 있어도 얻을게 별로 없다는걸 알텐데도 매번 그런 귀요미 짓을 한다.

뭐 가끔 내키면 발랑 뒤집어져서 배를 보이며 앞발로 얼굴을 가렸다 말았다 하는 것으로 지딴아는 필살 애교를 펼치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시크 하다.

출근 했다 점심 시간에 들어 오면 반가워서 마치 “오데 갔었어 찾아 봐도 없데 !”하듯이 목을 길게 빼고 아우 아우 를 날리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애교 와는 조금 거리가 먼 모습이다.느무 느무 반가워도 아우아우의 옥타브만 올라갈 뿐이지만 표정으로 하는 감정 표현 만큼은 확실 하다.


며칠 전의 일이다.

우리집 나리가 나를 기절 초풍 하게 만든 사건이 터졌다.

지난번에 정원 울타리 넘은건 댈봐도 아니였다.

저녁 준비를 하다가 상추랑 초록이 들이 필요 했다. 텃밭에 나가 몇장 따와야 겠다 하고 정원 문을 열었다.

당연히 나리가 졸랑 졸랑 뒤따라 나왔다.

정원에서 신이난 나리는 “와우 쒼나 쒼나”를 온몸으로 뿌려 대며 정원을 뛰어 다녔다.

평소에도 정원에서 육상 선수 처럼 뛰어 노는 것을 좋아 하는 나리라 특별 하게 생각 하지 않았다.

텃밭에 작고 귀여운 토마토가 달린 것이 반가워 오마나…,하며 상추를 몇장 따려는데..

나리가 무언가를 입에 물고 나타났다.

피를 뚝뚝 흘리며 말이다..

오 마이 가뜨!


다음편 계속…


p.s: 쓰다보니 내용이 많아져서 부득이 두편으로 나눕니다

여러분의 상상을 돕기 위해 나리가 정원을 뛰어 다니는 영상 하나 투척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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