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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14. 2022

가운데 손가락은 아무런 죄가 없다


달콤한 주말이 시작 되는 금요일 오후 였다.

요즘 틈나면 부캐 로 바쁘신 남편은 집에 없고 막내는 테니스 시합이 있어 라켓 든 가방 매고 부리나케 나갔다.

집에 멍뭉이 나리와 둘이만 달랑 남게 되었다.

영화 나홀로 집에서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남게된걸 알게된 주인공 맥컬리 컬킨이 쾌재를 불렀던 장면 처럼 신바람이 난 나는 뻣뻣한 몸둥이를 뻐둥뻐둥 흔들어 대며 콧노래를 불렀다.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이 무척이나 특별하기 때문이다.


나는 모처럼 혼자 있게된 주말 오후를 알토란 같이 쓰기 위해 나름 계획 이라는 것을 세웠다.

나리랑 동네 한바퀴 산책을 하고는 찐한 믹스 커피 한잔 들고 정원에 나가 앉아 글도 쓰고 텃밭도 살펴 봐야지 그리고도 시간이 남으면 한국 영화 한편을 보아야 겠다.

아니 아껴둔 소설을 꺼내 들고 햇빛 가득한 정원에 앉아 읽을까?

무엇을 해도 좋을것 같았다.

산책 가자는 소리에 거실 바닥에 발라당 누워 한쪽 눈을 감으며 나름 윙크를 날리며 심장 어택 애교를 시전 하시는 나리를 꼬셔서 밖으로 나갔다.

 


나리와 함께 동네 한바퀴 걷는길...

깊이 들이 마신 숨속에 초록의 싱그런 잎들을 담고 있는 나무들 사이 어디선가 수박 냄새가 싣려 오는 듯 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에서는 나뭇잎 들이 내는 사락 사락 소리와 오가는 작은새들의 지저귐이 한곡의 밝고 경쾌한 피아노 연주곡 처럼 맑게 파고 들었다.

계절을 새치기 하려는듯 벌써 여름 날씨를 선보여도 아직은 봄이야 라고 꿋꿋이 이야기 하듯 활짝 핀 라일락 꽃은 알알이 꽉찬 보라색 포도 송이 같다.


화려하게 폈던 겹벗꽃이 핑크빛 꽃잎으로 길을 만들며 아스라이 사라져 가고 나니 색색의 라일락이 그자리를 채운다.

기억 속의 라일락은 옅은 보라색이 전부 였는데 우리 동네에서 만나는 라일락은 연보라, 짙은 핑크, 진보라, 하얀색 다양한 빛깔이다.

툭 치면 없던 로맨틱 러브스토리도 나올것 같은 라일락 꽃 들 사이에서 미소 짓고 있을 때 였다.

그날 따라 우리동네 강아지 변봉투 지급기는 텅 비어 있었다
강아지 세금 낸 것으로 동네 몇군데에 변봉투 지급기가 쓰레기통 옆에 비치 되어 있다
색색의 강아지 변봉투

* 비위가 약한 분들이나 혹시나 식사 중이신 분들은 스킵 하세요~!


풀밭 사이로 오가며 쉬야 도 하다가 풀위에서 춤을 추듯 앞뒷발을 싱싱 날리기도 하다가 킁킁 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도 맡던 나리의 움직임이 긴박하게 달라 졌다.

강아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대번에 알수 있는 시그널 큰일을 보려는 게다.

여기 저기 어디다 싸면 잘쌌다고 소문이 나려나 고르려는 듯 왔다 갔다 거사?를 치룰 장소를 물색 하던 나리는 드디어 풀밭 어느 구석에서 엉덩이를 쭈욱 내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도도하게 치켜 들고 두귀를 뒷쪽으로 팔랑 거리며 마인드 컨트롤 힘조절을 했다.

풀썩 하는 소리와 함께 갈색의 힘찬 아이들이 향기와 함께 세상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변 봉투를 고무 장갑 끼듯 자연스레 손에 걸고 풀밭위에 놓인 나리의 흔적을 쳐다 보았다.

나도 나름 비위가 조금 약한 사람이라 처음엔 그 뭉클한 느낌과 생생한 냄새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몇년째 나리와 함께 하며 강아지 들도 변 상태가 사람 만큼 중요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에브리데이 몇번씩 하다 보니 어느새 적응이 되었다.

이제는 색과 상태 등을 꼼꼼히 살펴 보기도 하고 풀밭 위에서 비닐 봉투 한장 들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깨끗이 정리 하는 경지?에 올랐다.


다른날 보다 푸졌다.굉장스런 양에 놀라기도 전에 뭔가 장한 일이라도 한듯 오독히 한옆 으로 앉은 나리를 보고 있자니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웃음 뭍은 목소리로 "오구 우리 나리 오늘 따라 밥을 엄청 퍼먹었쪄요"했다

나리는 이 아줌니 뭐래니?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 거렸다.

나는 이까이꺼 껌이지 라며 변봉투 낀 손으로 순식간에 풀밭을 훑었다.

그런데...

많기만 한 거이 아니였다.뭔가 느낌이 완젼 지대로 였다.

왓뜨?


그렇다….

그 살아 있는 듯한 감촉은 리얼이였던 것이 였다.

강아지 배변 봉투를 만져본 분들이라면 아실 거다. 그거이 월매나 얇은지 그리고 동그랗게 말려 있는 롤에서 한장씩 뜯을때 가끔 구멍이 뽕 하고 날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어느새 가운데 손가락에 갈색의 흔적들이 묻어 있는 것을 목격한 나는 오마이가뜨 나도 모르게 다른 손가락을 잽싸게 접었다.

이건 다른 손가락을 보호하려는 본능 적인행동 이였다.


구멍난 봉투의 내용물 흘리지 않고 간신히 쓰레기 통에 던져 넣고도 나는 이 된장 묻은 것 같은 가운데 손가락을 어찌 처리할 길이 없었다.

하필 가운데 손가락 이라니…

겁나 난감한 상황 이였다.

한손엔 나리의 리드줄이 들려 있었고 그 가운데 손가락을 가지고 바지 주머니 깊숙히 들어 있는 휴지를 꺼내는 모험을 할수는 없었다.  

다른 곳에 묻는 불쌍사를 최선을 다해 피하기 위해 나는 가급적 손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나리와 서둘러 집을 향해 보폭을 넓게 하며 빠르게 걸었다.


마치 학창 시절 공부 잘 하는 것들이 꼭 공부 시간 끝나갈때 “선생님 질문 있는데요!”라고 손을 높이 쳐들듯 그렇게 쳐든 손은 민망하게 가운데 손가락만 뻗어 있었다.

걸음이 빨라진 영문을 모르는 나리는 곧잘 따라오다 중간 중간 멈춰 서며 여기 저기 냄새를 맡으며 지일에 충실했다.

빨리 집에 무사히 도착해야 하는 이 극박한 상황은 나만 인체 말이다.


그런데 그때…

길 건너편에 사시는 슈발름 씨네 아주머니가 쪼그려 앉아서 잡초 뽑고 계신게 보였다 속으로 지발 하던일 계속 하세요 하고 있는데 그순간 아주머니가 벌떡 일어나 뒤돌아서 인사를 건네 오시는게 아닌가

아뿔사! 엉거주춤 선 나는 올라간 한손에 갈곳 잃은 가운데 손가락만이 얌잔히 하늘을 찌를듯 솟아 있었다.

나는 우리의 다정한 이웃에게 자초지종을 설명 하기도 거시기 하고 그렇다고 삼빡하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고 마주 하자니 예의가 아닌것 같았다.

급한 데로 가운데 손가락을 양쪽으로 흔들며 인사를 했다 속으로 오오오우 리듬까지 붙여서….

“할로 슈발름씨 !”

다행히 눈이 어두우신 슈발름씨네 아주머니는 손을 흔드는줄 아시고 저아줌씨가 격하게 반기는 갑다 싶으셨는지 손에든 잡초도 땅에 내려 놓으시고 반가이 손을 흔들어 주셨다.

오오오우오 오오오 오우오 박자 맞춰 가며 가운데 손가락을 끊임 없이 흔들어 대던 나는 콧속으로 콕콕 박혀 들어 오던 선명한 스맬에 우욱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뻔 했다.

그럼에도 흔들던 손가락 은 멈출수 없었고긴 이야기를 나눌 형편은 더더욱 아니였다.나는 급하게 뷰티플 위크앤드 하시라는 인사를 날리며 가던 길을 재촉 했다.


구멍난 봉투에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손가락은 아무런 죄가 없다.

먹은데로 해결한 나리 탓도 아니다.

단지 접고 있던 다른 손가락을 펴서 손전체에 펴바를수는 없는 이노무 상황이 죄다. 된쟝...

열라 화창한 13일의 금요일 오후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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