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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Dec 19. 2022

동화 같은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


지난 주말 점심을 느지막하게 먹고 오후 늦게 아이들과 함께 시내로 향했다.

이제 크리스마스가 바로 코앞이라 더 늦기 전에 크리스마스 마켓을 가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막내는 친구들과 벌써 놀러 나왔었고 우리도 낮에 한두 번 스쳐 지나가기는 했지만 어둠이 내려앉은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마켓에 아이들과 나들이 오기는 오랜만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카셀은 독일에서 동화 같은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하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도 한몫하겠지만 이 동네는 세계적인 동화 작가 그림형제의 학창 시절과 창작 활동무대 이기도 했던 곳이다. 그래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숲의 배경이 되는 곳 또는 라푼젤 성 등 동화에 등장하는 곳들이 도처에 있기 때문이다.

또 그림형제의 스토리 텔러이자 이야기 아주머니 인 도로테아도 바로 옆동네 사람이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이라면 먼저 우리 동네 그림형제 박물관 들렸다가 크리스마스 마켓을 방문하면 하루치기 괜찮은 테마 여행이 될 것이다.

해마다 이맘때쯤 다른 동네에서 관광버스 대절해서 단체로 놀러 오는 사람들과 크리스마스 마켓 투어는 흔한 일이었다.

코 시국이 지속되었던 몇 년간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주말 저녁시간이라 시내 중심을 지나는 수많은 전차 트람의 운행이 멈췄다. 모두 시내 외곽을 돌아 지나가도록 노선이 변경되었고 덕분에 넓은 시내 중심가는 모두 보행자를 위한 길이 되었다.

양쪽 길가에 늘어선 크리스마스 과자 가게, 구운 아몬드, 마카다미아 등을 파는 넛츠 가게, 긴 줄을 늘어선 크레페 가게, 솜사탕 등과 초콜릿 입힌 과일, 젤리 등을 파는 가게에서 풍기는 달달한 내음과, 구운 소시지와 감자튀김 고기를 파는 그릴 휴테 에서 나오는 특유의 기름진 냄새가 합쳐져 맛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팝콘과 여러 종류의 사탕을 파는 가게 어찌보면 유치하고 촌시러워 보이기도 하는 하트모양의 색색의 크림사탕으로 수놓은 사탕 과자가 의외로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아몬드,땅콩,마카다미아 등의 넛츠를 구워 꿀 설탕 등에 버무린것 을 파는 가게 100g 부터 파는데 4유로 50 센트 정말 몇개 안들었다 우리는 가족용으로 300g 에 10유로
종류별 크리스마스 마스 과자들
소시지 고기 등을 대형 그릴기에 굽고 있는 그릴휴테
나무에 전구들이 반짝이니 왠지 더 팬더지 스럽고 동화 스럽다

나무에도 거리에도 알록달록 반짝이는 전구들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크리스마스 마켓인지 한눈에 들어오게 길을 밝혔다.

멀리서도 잘 보이는 둥글고 커다란 관람차는 입김이 보이게 추운 날임에도 타려고 줄 서 있는 사람들이 한참이었다.

엄마 아빠에게 이거 사달라 저게 먹고 싶다 조잘 대며 뛰어다니는 아이들부터 단계별로 매운 소시지 파는 가게 앞에서 마치 대단한 결심이라도 한 듯 제법 높은 단계의 소시지를 먹겠노라 떠들어 대는 청소년들(참고로 8단계가 가장 매운 단계)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따끈한 글뤼바인을 한잔씩 손에 들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머리 희긋희긋한 노인들도 모두가 즐겁고 흥겨운 분위기였다.


왜 아니겠는가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인 크리스마스 전에 언제나 동네마다 열리던 크리스마스 마켓은 이 동네 사람들의 전통 명절을 보내는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에 하나였다.

몇 년간 그런 크리스마스 마켓이 취소되거나 축소되었고 작년 크리스마스 마켓 까지는 마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실내외에서 마스크 의무화가 없어진 지금은 마치 마스크 없던 그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활기찬 분위기였다.

마치 코로나라는 것이 언제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 추운날 타려는 사람들로 기다리는 줄이 긴 관람차
골목 가득 따끈한 와인 글뤼바인 냄새가 난다

한 바퀴 돌고 나니 춥기도 춥고 일단 화장실이 먼저 가고 싶어 졌다. 이런 축제 같은 곳에 오면 늘 문제가 화장실이다

몇 군데 컨테이너로 만든 50센트부터 1유로 정도를 사용료로 내야 하는 유료 야외 화장실을 만들어 놓기는 하지만 늘 사람들이 많고(특히나 여자 화장실은 언제나 두세배 줄이 길다) 독일에서 화장실 가야 할 때 돈을 내야 하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이지만 이렇게 무슨 때에만 사용하기 위해 급조된 곳들은 그리 깨끗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도 시내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쇼핑센터와 백화점 안에 화장실을 가게 되면 되니 다른 야외 축제보다는 조금 나은 셈이다.


우리는 갤러리아 백화점 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그런데 웬걸 화장실 앞에 줄이 끝도 없이 길었다 보아 하니 쇼핑이 목적이 아니라 크리스마스 마켓 나왔다가 화장실 때문에 들어온 잔머리 족들이 나 혼자 만은 아녔던 거다.

남자들이 훨씬 빠를 것이기에 하는 수 없이 밖에서 만나기로 하고 흩어졌다.


이 많은 양송이는 누가 다 먹었나
요거이 커리부어스트 그릴 한 소시지 위에 매콤 소스 얹고커리 가루 솔솔 뿌린것
보기보다 맛난 구운 양송이 앞에 것이 마늘 소스 뒤에 것이 허브소스
감튀 와 케찹 마요

시간이 좀 걸렸지만 급한 볼일을 해결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추워도 무엇을 먹을 까요? 고민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우리는 크리스마스 마켓 안에 여러 군데 있는 그릴휴테 중에 괜찮아 보이는 곳을 정했다.

사람들이 많아서 아예 식권 판매소가 따로 있고 식권 들고 가서 음식을 받아 오는 시스템이었다.

가족이 함께 움직이면 여러 가지를 시켜서 조금씩 골고루 먹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는 커리부어스트라고 일컬어지는 매콤하면서 카레맛이 약간 도는 소스를 얹은 소시지와 감자튀김 그리고 허브맛과 마늘맛 두 가지 소스를 얹은 익힌 양송이를 시켰다.

양송이 익히는 커다란 프라이팬 안에는 대형 양송이 산이 쌓여 있었다.


다 합쳐서 27유로 한화로 약 3만 7천 원 정도 들었다.

중간에 추워서 몸 녹이러 우리 동네 대형 서점에 들렀다가 북카페에서 따끈한 차 와 음료수를 마시고 온 터러 음료수를 따로 시키지 않아서 그리 비싸지 않게 나왔다.

원래 크리스마스 마켓이나 축제에서 먹거리 들은 간식들도 평상시보다 비싸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사실 소시지나 감자튀김은 그리 스페셜 한 음식은 아니었지만 왁자지껄한 축제 분위기 속에서 가족이 옹기종기 붙어 서서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따뜻한 음식을 나눠 먹으니 세상 특별해졌다. 특히나 마늘맛 양송이는 취향저격이었다. 딱 우리 입맛에 맛았다.

배가 불러진 우리는 달달한 후식 사냥에 나섰다.

막내가 먹고 싶다는 헝가리식 일명 나무결 빵을 먹으러 갔다.

반죽에 나무결 모양의 쇠틀을 굴려 모양을 만든다
반죽을 쇠봉에 돌돌 말아 더 뒤에 오븐에 걸어서 익힌다 철봉하는 닭처럼 ㅎㅎ
요롷게 쪽쪽 뜯어서 ㅋㅋ
속이 뻥 뚫려 있는 나무결 빵

그 자리에서 만드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났다.

커다란 반죽을 얇게 펴서 나무 결 모양으로 반죽을 잘라 내어 기름 바른 쇠기둥에 결대로 돌돌 감아서

오븐에 구워 내고 구운 빵에 쵸로 칩, 코코넛, 헤이즐넛, 설탕, 계피 등 취향껏 원하는 달달한 것을 묻혀서 준다.

안에는 뻥 뚫린 빵을 결대로 길게 뜯어먹는 재미도 솔솔 했다.

바삭한 것이 추로스보다는 더 씹히는 맛이 있고 설탕과 계피를 묻혀 달라고 했는데 그 맛이 우리의 호떡을 떠올리게 해서 우리는 더 맛나게 먹었다.


그다음은 큰아들이 먹고 싶다는 프랑스식 얇은 팬케이크 크레페 이곳은 크리스마스 마켓뿐만 아니라 동네 축제에서도 언제나 줄이 길다.

두세 군데 있는데도 어디나 줄이 길다 그만큼 애어른 할 것 없이 이 동네 사람들이 애정해 마지않은 간식 중에 하나다.

우리는 제법 긴 줄에 서서 추위를 무릅쓰고 기다렸다가 뉴텔라 쨈을 바르고 바나나를 썰어 넣은 크레페를 샀다.


눈이 녹지 않는 영하의 겨울 날씨에 모처럼 가족이 모여 크리스마스 마켓  놀러를 나왔다.

식구대로 한차례 돌아가며 아프고 난 뒤라

아무도 아픈 사람 없이 건강하다는것 하나가 더없이 소중 다.

그덕분에 일상의 자잘한 근심 걱정 따위는 접어두고 우리는 그시간을 온전히 릴수 있었다

마치 반짝 반짝 켜진 전구 불빛 따라 동화속 으로 들어 온것 처럼

그렇게 우리의 주말 밤은 달콤하게 익어 갔다.

이안에 뉴텔라와 바나나 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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