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의 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오른쪽 어깨가 뻐근하고 돌을 매달은 듯 묵직했다.
기지개를 켜기도 힘들고 잠옷을 벗기도 쉽지 않았다.
티셔츠로 갈아입으려고 간신히 팔을 드니 어깨가 아파서 올라가다 마는 거다.
이렇게 겨울이면 종종 허리, 어깨, 손목 몸뎅이 어딘가가 삐그덕 거리고는 한다.
긴긴 독일 겨울은 살을 에는 혹한의 추위는 드물지만 비가 자주 오고 바람이 차다.
그 습하고 찬 기운이 두꺼운 겨울 옷을 지나 몸속을 파고든다고나 할까?
장마철에 가끔 해 나듯 일조량이 급격이 적어지니 빨래를 해다 집안에 널어도 쉬이 마르지 않는다.
사흘이 지나도록 빨래걸이에 널린 빨래가 뽀송뽀송한 느낌이 없어 이거이 마른 건지 아직 덜 마른 건지 헛갈릴 지경이다.
이렇게 으슬으슬 추운 날 이 지속되다 보니 몸 여기저기가 아우성이다
스트레칭을 해주고 마사지도 해서 뭉친 곳들을 풀어주면 조금 나아 지고는 하지만
일상생활 속에 지속 적으로 취하는 자세도 나쁜 편이라 나았졌다 말았다 통증이 반복된다.
병원 업무 중에도 브런치에 글을 쓸 때도 컴퓨터 사용량이 많다 보니 거북목에 손목 통증은 콤비로 따라다니고 어깨도 멀쩡한 날 보다 그렇지 못한 날이 더 많다.
게다가 잘 때 한쪽 모로 누워서 자는 습관이 있다.
잠자리에 들 때는 분명히 똑바로 누워 눈에 하얀 천장을 담으며 잠이 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침에 눈을 뜨면 익숙한 방문 문짝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나도 모르게 자다가 옆으로 누워 오른쪽 어깨를 베개 삼아 베고 자고 있었던 거다.
그러니 일 년에도 몇 번씩 허리, 어깨, 손목이 돌아가며 말썽을 부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동네 온천 수영장
그날은 어깨도 아프고 날씨도 찔끔찔끔 하루 종일 비가 왔다. 정말이지 뜨끈뜨끈한 찜질방 생각이 간절했다.
그동안 그럴 때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던 곳이 온천 수영장이었다.
그마저도 코로나가 시작되고 잘 다니지를 못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지난 연말 코로나에 걸리고 진탕 앓고 나니 이젠 못 갈 곳이 없어졌다.
한마디로 코로나 걸리고 나니 이런 장점도 생겼다.
수영복, 수건, 샴푸, 수영장용 슬리퍼, (독일에서는 수영장에서 수영모는 잘 착용하지 않으나 슬리퍼는 많이들 챙겨 신는다) 샴푸, 로션, 휴대용 물병 하나 담아 가방을 챙겼다.
사춘기 셔서 웬만하면 잘 따라나서지 않는 막내도 어쩐 일인지 함께 가겠다고 해서 아들 마음 변하기 전에 후딱 하니 출발했다.
도착한 온천 수영장 근처 주차장에는 주차하려는 차 들로 난리 법석이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중에 차를 빼려는 차량은 보아지 않고 주차를 하려는 차들만 즐비했다.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온천 수영장은 카셀의 자랑 이자 상징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헤라클레스 동상이 있는 공원 근처에 있다
온천 수영장은 아시아 스런 분위기의 인테리어로 유명하다. 입구를 얼핏 보면 중국레스토랑 같기도 하고 또 안에 커다란 돌부처 등의 소품들을 보면 태국이 떠오르기도 하며 이층에 휴식공간은 일본 또는 인도네시아 같은 분위기를 띄기도 한다. 소금물 농도가 다른 수영장은 노천에 하나 안에 두 곳으로 세 군데로 나뉜다.
그 수영장 근처로 여러 개의 월풀도 있다.
그리고 다양한 시설의 사우나 가 합쳐져 나름 이 동네에서 핫플이다.
헤센주의 휴양 온천이라는 이름답게 주변 또는 헤센주의 다른 도시에서도 많이들 온천 나들이를 오고는 한다.
그래서 주차장에서 다른 도시 번호판을 보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다. 공원 근처 주차장이나 그 아래쪽 길가에도 주차하는 경우가 많고 그럴 경우 주차하고 커다란 가방 들고 등산하듯 수영장 쪽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 주 토요일은 연휴도 아니고 방학도 아닌 보통의 주말 낮시간인데 벌써 수영장에서 한참 밑에 있는 동네 거리까지 자동차 주차할 자리가 없이 빼곡했다.
혹여나 비는 자리가 있으려나 주차할 곳을 찾아 배고픈 하이에나처럼 배회하는 차들만 넘쳐 났다.
온천 수영장은 한 시간 반부터, 두 시간, 세 시간, 네 시간, 그리고 원데이 티켓으로 나뉜다.
보통 사우나를 함께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감안한다 해도 이 정도 차량 이면 수영장 안에 발 디딜 틈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사우나를 갈 것도 아니고 온리 온천 수영장에서 따뜻한 물속에서 수영만 하다 나올 건데
이건 아니지 싶어 돌아 나왔다
우리는 가방은 트렁크 안에 그대로 두고 다음날 아침 일찌감치 다시 온천 수영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우리는 온천 수영장으로 향했다 오는 길은 일요일 오전답게 한가하고 다니는 차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수영장 주차장은 이미 많은 차들로 꽉 차 있었다. 일찍 온 덕분이었던지 다행히 주차를 하고 우리는 이틀이 걸려 드디어 수영장 입구에 들어섰다.
이거이 얼마 만에 온천 수영장 이던가 우리는 사우나 빼고 온천만 하는 것으로 각자 18유로 한화로 약 2만 원가량을 내고 2시간짜리 티켓을 끊었다
수영장 안으로 들어 가자 마자 우리는 따뜻한 물에 먼저 몸을 풀자며 뽀글뽀글 뜨신물 나 오는 월풀 안에 몸을 집어넣었다.
딱딱하게 굳어 있는 근육들이 풀리며 노글노글 해 지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들어가 있던 월풀 안에는 우리 외에 세명 있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며 한 명 두 명 나가고 나자 우리만 남았고 전용 가족탕 같은 느낌으로 흐물흐물 해 질 때까지 죽치고 앉아 있었다.
그러다 월풀보다는 물온도가 조금 낮고 소금이 풀어져 있는 온천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러 움직였다.
안 그러면 거기만 있다 집에 가게 생겼기 때문이다.
조명이 초록색으로 바뀌어 마치 초록 물 같았던 수영장 안에서 오며 가며 수영을 하고 있자니 아프던 어깨도 풀리는 것 같고 어디 멀리 휴가라도 온 기분이 들었다.
내친김에 노천 수영장으로 나가 보기로 했다. 밖은 바람 불고 춥지만 물온도가 따뜻해서 추운 줄 모르고 좋았다.
밖이라 맑은 공기를 쐴 수가 있고 사람들도 안에 보다는 적어서 따뜻한 물속에서 우리끼리 오가려니 프라이빗한 노천탕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앞으로는 자주 와야겠다며 2시간짜리로 끊은 것을 아쉬워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한 시간 반이 후딱 지나고 이제 씻으러 가야 할 시간이 다 되어 갔다.
씻기 전에 잠깐 월풀 들렸다 나가자며 안으로 다시 들어간 우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사이 수영장 안은 사람들이 많아져서 콩나물시루 같이 되어 있었다. 그것도 양팔에 날개 같은 수영 보조품을 달고 있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이 눈에 띄게 많아져 있었다. 시끌시끌하니 마치 일반 수영장 같은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그때 아! 하고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원래도 핫플인 온천 수영장이지만 주말 낮에도 주차할 공간 없이 사람이 넘쳐 났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렇다 독일의 시립 수영장들이 작년 가을을 기점으로 에너지 절약을 위해 사우나를 닫았고 수영장에 온수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겨울 동안 문을 닫는 수영장 들도 더러 있다.
일반 시립 수영장들이 비용도 훨씬 저렴하고 시설도 잘 되어 있어 평소 가족들이 즐겨 애용했었지만 지금은 찬물만 사용하고 있어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은 수영장 나들이가 힘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평소 비싸기도 하고 어른들이 조용한 분위기에 오가는 온천 수영장이라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온천 수영장은 6세까지의 아이들은 공짜다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일 경우 어른들만 티켓이 필요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