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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Feb 14. 2017

발렌타인데이의 브런치

독일의 기발한 발렌타인데이 이벤트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였다.

아침부터 햇빛 찬란한 날씨에 힘입어

딸내미가 다쳐 집으로 돌아 온후 한동안 나가지 못했던

조깅 동우회에 뛰러 나갔다.

엄밀히 말하자면 자빠진 김에 쉬어 간다고 핑계 김에 뭉개고 있었지만....
오늘은 왠지 설레는 마음으로

뛰러 가고 싶었다.

"아~오랜만에 이 햇빛을 마주 하고 신선한 바람을 가르며 뛰고 싶다" 하는 마음과 거기다

겨우내 겹겹이 쌓였던 군살들을

날려 버릴 수 있다면 더 좋고 라는 바람을 가득 안고 말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베로니카와 홀가 가 생일을 맞아

브런치를 준비하고 있었다.

결국 식욕이 동할 만큼 살짝 뛰어 주시고 허참 나게 먹었다.

"그래, 어딜 가나 먹을 복 있는 건 축복 이여"라는 제법 설득력 있는

위로를 스스로 에게 남기며....


예쁜 거 좋아하는 베로니카가 오늘 밸런타인데이라고

빨간 튤립에 초콜릿까지 자리마다 놓고 아기자기 한 브런치 상을

차려 놓았다.

사실 독일에서는 발렌타인 데이를 그렇게 스페셜 하게 생각

하지는 않는다. 곧 있을 파싱, 카니발 축제가 크기 때문 이기도

하고 화이트 데이가 따로 없기 때문에

남자, 여자 상관없이 누가 되었든 간에
원한다면 작은 초콜릿,꽃 한 송이 정도 담 없이 나누는 그런 날인데

두 사람의 생일 브런치가 겹쳐서 센스를 발휘한 것이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우와 발렌타인데이 라고 베로니카, 홀가 신경 썼는걸..

이라며 맛난 브런치를 시작했다."


조깅 동우회에서는 그달 생일 맞은 사람들끼리 두 명 또는

세명 짝을 이루어 손수 만든 쨈, 페스토(빵 또는 누들에 발라 먹는 소스 중에 하나)

케이크 등등으로 클럽 하우스에 생일 상을 차린다.

그래서 거의 매달 생일맞이 브런치를 하며 서로 가지고 있는

비장의 무기? 들을 만들어 오는데

오늘 브런치에서 단연 인기였던 것은

베로니카의 멜론에 감긴 베이컨과 홀가의 아보카도 페스토 였다

호박색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멜론짭조름한 베이컨의 만남이 생각보다

훨씬 좋았고 초록색 아보카도에 마늘과 멕시코산 칠리가 들어간 고소하며 매콤한

페스토는 빵에 발라 먹으니 환상이었다.

맛나게 먹으며 우리는

"우리 이제 점심 안 먹어도 돼... 그렇지?"라고 이야기하는 베아테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 였다.

부부가 함께 뛰러 오는 베아테는 남편에게 오늘 점심밥 없다 그 소리가

하고 싶었던 거다 ㅋㅋㅋ

우리의 동조에 오늘 그 집 점심 없는 걸로 ~

베아테는 연이어 "너네 오늘 AUE수영장 공짜로 가는 방법 알려 줄까?

한다

그리고는 어리둥절 해 있는 모두에게 "간단해 뽀뽀 한방이면 돼"

하는 거다.

그녀의 이야기 인즉슨

오늘 발렌타인데이를 맞이해서 우리 동네 수영장에서 이벤트를 하는데

수영장 입구 매표소 앞에서 누구든 커플끼리 와서 뽀뽀 한방 찐하게 날리 시면

공짜 표를 준단다.

그 재밌는 이벤트 이야기에 웃고 있던 우리는 자비네의 한마디에 웃다 쓰러 졌다.

"그러다 부부가 각자 애인 동반 하구 와서 딱 걸리면 어떻게?"

지역 신문 HNA 에서 발췌

Liebende Menschen, die sich am Valentinstag, 14. Februar, an der Kasse des Auebads küssen, sparen den Eintritt für eine Person an diesem Tag.

Kassel. Mit einem Kuss ins Auebad? Am Valentinstag klappt das ganz einfach: Pärchen – oder solche, die es werden wollen – küssen sich am Dienstag, 14. Februar, zwischen 10 und 22 Uhr, einfach an der Badkasse und schon gibt es als Dankeschön freien Eintritt für einen der beiden Küssenden.


한바탕 신나게 웃고 티라미슈에 생일 케이크까지 챙겨 먹고

내일은 먹은 만큼 더 뛰어야겠다 를 외치며 집에 와서는

인터넷으로 신문을 읽다 보니 진짜 베아테가 이야기 한

이벤트에 관한 기사가 두둥 하고  떠 있었다.

2월 14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커플끼리 또는 커플이

되려는 사람끼리 매표소 앞에서 키스를 하면

키스한 두 사람에게 수영장 공짜 표를 준단다.

공짜 좋아하는 나를 살짝 갈등하게 만든

발렌타인데이의 기발한 이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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