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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14. 2023

콩나물 무침과 숟가락 이론

다시 시작된 한국요리 강습


다시 새로운 도전


햇수로 3년 만의 긴 쉼을 끝내고 드디어 한국요리 강습을 다시 시작했다.

어느 날 남편이 개인병원을 개원하고 동시에 병원 일을 맡게 되었을 때도 요리강습 횟수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십수 년간 해오던 요리강습을 유지해 왔다.

그러다 지구상의 모든 나라를 강타했던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찾아오고 모든 강습이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취소되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차츰 조금씩 상황이 누그러질 때마다 문화센터에서는 강습을 다시 시작해 줄 수 없겠느냐 물어 왔다.

그러나 병원에서 환자들을 상대로 일을 한다는 것이 서로 부담이 되어 선뜻하겠다고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지난가을 상황이 위드코로나로 전환되면서 올봄부터 다시 한국요리 강습을 시작하기로 플랜을 했다.

그렇게 새 학기 강습 플렌을 해 두고 문화센터 강습 프로그램 카탈로그가 세상에 깔리기 시작할 때 즈음 코로나에 걸려 한 달을 헤맸다.

백신접종도 4차례나 했고 코로나 까지 앓고 나았으니 이제 두려울 게 없었다.

문제는 체력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데 있었다.


숟가락 이론

세월이 흘렀는데 체력이 늘 그대로 유지된다면 그것 자체가 사실 기적일지 모른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예전만 못한 게 많아지게 나름이고 갱년기에 확찐자와 확진자를 두루 경험한 탓에 몸놀림이 이전과 같을 수 없음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몸이 그렇다고 마음까지 그러냐 하면 요 마음이란 놈은 팔팔하게 날아다니고 현란하게 수업하던 그때만 기억을 하니 이거 쉽지 않다.

요리 강습이라는 것이 시장 보는 것부터 준비 과정 자체가 신경 쓸 것 많고 노동인데 만만치 않은 병원일과 병행 하려니 이거 식은땀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게다가 엄마가 요리강습 한다고 식구들 밥 사 먹일 수 없으니 식구들 저녁도 준비해 주고 강습을 가야 한다.

4시간짜리 강습 하나를 위해 일이 끝이 없는 거 같았다.


그때 문득 평소에 남편이 자주 말 하는 숟가락 이론이 떠올랐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지고 있는 체력과 힘을 숟가락 10개로 구분하고 그날 몇 개의 숟가락을 가지고 있는지 느껴 본다.

만약 내가 가지고 있는 숟가락이 다섯 개 라면 그중 두세 개만 쓰고 나머지는 저장해 둔다.

한마디로 끝 간 데 까지 체력을 소비하지 말고 힘의 균형을 하루 동안 나누어 잘 유지해야 한다는 거다.

갱년기라 수면 장애가 있어 밤잠을 통으로 잔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밤새 수시로 깨는 수유해야  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자다 두세 번은 기본으로 깬다.


예전에 강습이 어떻게 하면 쉽고 간단하게 독일 사람들에게 한국요리를 잘 가르쳐 주나 하는 아이디어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하면 내가 덜 지치고 무사히 강습을 마치나 하는 체력 전이다.

제가 일하는 독일의 문화센터 요리강습 실습 주방 이에요.
요기는 한국요리강습 시작 할때  수강생들 출석 체크도 하고 한국요리 이론 수업도 하고 주방에서 다된 음식을 가지고 수강생 들과 음식을 가지고 와서 나눠 먹기도 하는 곳이랍니다.
아시아 식품점에서 한국요리 강습 기본 재료 들만 사도 이렇게 한줄로 길게 늘어 서지요. 여기에 쌀과 간식 거리 까지 더하면 계산대 가 꽉들어 찹니다.
신의 한 수 콩나물 무침

다시 시작된 한국요리 강습 첫날

아침부터 눈비가 내렸다.

날씨가 안 좋아 병원일 하나 만으로도 힘든데 요리강습 준비까지 하려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주말에 아시아 식품점에서 만두피, 간장, 고추장, 된장, 참기름, 물엿  강습에 필요한 것들을 미리 장을 보아 두었고  전주에 강습 주방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몇 년 전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어디에 뭐가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동선을 체크해 두어야

강습 당일 당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강생들에게 나눠줄 강습 메뉴 레시피는 인쇄해 두었고 불고기 감 고기, 와인, 물 등의 음료수 등도 준비해 두었다.

문제는 채소류는 언제나 신선한 것을 준비하기 위해 강습 당일에 장을 본다는 거다.

날아다니던 시절 에는 한여름 불볕더위 에도 가쁜 했으나 이젠 추우면 추워서 더우면 더워서 지친다.

그럼에도 원칙 중에 하나 이상은 꼭 지켜야 하기에 눈비를 뚫고 강습을 위한 채소 장을 따로 보았다.

마음은 편안했으나 몸이 무거웠다.


내 강습은 대부분이 저녁 6시 강습이라 수강생들 요리 배우기 전에 배고플라 언제나 강습 전에 맛보기 음식들을 해갔다 그날은 도저히 그것까지 할 힘이 나지 않았다

강습 시간은 다 되어 가고 첫 조리 시간이 만두 여서 맛보기 음식으로는 잡채를 하려고 사다 둔 재료들은 고이 모셔 둔 체 소파에 누워 거친 숨을 골랐다.

이대로 가다간 체력이 바닥이나 강습 때 허덕이게 생겼다.

가장 편하고 손쉽게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다 번뜩하고 떠오른 것이 있었으니

아시아 식품점에서 식구들 국 끓여 먹이려고 사다둔 생콩나물이 떠올랐다.

냉장고에서 콩나물을 꺼내 드니 간단히 맛보기 요리를 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났다.

요 자리가 한국요리강습 중에 실습 들어 갈때 수강생 들에게 조리 시현도 하고 설명도 하는 제 자리 랍니다.
불고기용 고기랑 만두피 들은 냉장고에 넣어 두는데도 항상 이렇게 식재료 들이 가득 이랍니다 강습전 짐옮길 때 보면 이삿짐이 따로 없어요 ㅎㅎ

뜨겁게 끓는 물에 소금 살짝 넣고 미리 다듬어 놓은 콩나물을 살캉하게 삶아 건졌다.

콩나물은 너무 오래 삶으면 쉬이 물러지고 너무 짧게 삶았다 건지면 익지 않아 비린내가 나니 타이밍 맞게 삶아 건지는 것이 포인트다.

콩나물만 잘 삶아 두면 나머지는 저절로 간다. 삶아 데쳐 둔 콩나물이 원래는 국끓임 용으로 사 둔 것이라  양이 그리 넉넉지 못해서 주홍빛 당근을 채 치고 초록의 파를 다져서 양을 조금 더 불렸다.

마늘 조금 넣고 간장, 참기름, 고춧가루 조금 넣고 조물 조물 무치니 맛나다.

콩나물 비빔밥 해 먹으면 그만이겠다.

수강생들의 맛보기 음식을 간단히 준비하고 일을 줄이고 나니 강습까지 시간도 체력도 아낄 수 있어 일타쌍피였다.


우리의 아삭하고 고소한 콩나물 무침을 먹어본 독일 수강생들은 모두가 너무 맛있었다며 레시피를 원했고 어떤 이는 양이 조금 작았다며 입맛을 다셨다.

그날 맛뵈기 요리로 선택한 콩나물 무침은 정말이지 신의  수였다.

독일 문화센터에서 한국요리 강습이 다시 새로운 막을 열게  날이었다

나리가 뻥튀기를 몹시도 먹고 싶어 했지요 그래서 사실 아주 손톱만큼 줬어요.ㅋㅋ

To 애독자님

병원에서는 서류에 무쵸~ 강습하면서는 콩나물 무쵸~ 하고 있는

김작가 인사 드립니다.

독일 문화센터에서 한국요리 강습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당분간 강습에 관한 글들이 올라올 예정입니다.

아시아 식품점에서 장 보다가 한국 뻥튀기를 발견했어요.

덕분에 주말에 남편과 넷플릭스 틀어 놓고 더글로리 2 완주하며 입도 즐겁고 스트레스

해소되는 시간을 보냈답니다.

여러분 에게 제 글들도 뻥튀기 같은 또는 넷플릭스 같은 재미와 위로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남편 얼굴 보다도 큰 푸짐한 뻥튀기 아주 맘에 들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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