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다시 시작이야
병원에서 한참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드르륵드르륵 핸드폰 진동 소리가 가운 주머니에서 들려왔다.
그때 환자의 24시간 혈압 체크를 하기 위해 기계를 컴퓨터로 연결하고 환자에게 달아 주고 있던 터라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
일이 끝나고 핸드폰을 열어 보니 익숙한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다.
한국요리 강습을 하고 있는 두 군데 문화 센터 중에 하나인 KFB 번호 였다.
메시지 등록이 되어 있어 켰더니 친숙한 에드가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옹헤 이게 얼마만이니 잘 지내지?"
씩씩하고 시원시원 한 목소리 그리고 그녀의 옹헤 또한 얼마 만이던가.
독일 사람들은 한국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한다. 특히나 독일어 에는 J가 ㅈ 지읏이 아닌 ㅇ 이응 발음으로 읽히기 때문에 내 이름을 비슷하게 라도 발음 할 수 있는 친구는 손으로 꼽는다.
물론 그마저도 중희가 아니라 종혜 정도 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친구들은 열과 성을 다해 겁나 연습해서 내 이름을 요옹히,융희 또는 융헤,옹헤 라 부른다.
그마저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는 킴이라 불러도 된다고 이야기해 주고는 하지만 말이다.
원래 독일에서 성을 부르는 것은 예를 들어 프라우 킴 (미스, 미시즈 킴 또는 김쌤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이라 부르는 것은 공적일 때 나 예의를 지켜야 하는 사이,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게 부른다.
그러나 친한 친구들 중에도 발음을 너무 힘들어? 하는 친구들에게는 기꺼이 킴을 허락해 준다.
그중에는 키미 키미야라고 부르는 친구도 있다.
이렇듯 독일식 내 이름의 여러 버전 중에 나는 유독 에드가트의 옹헤를 좋아한다.
그녀의 허스키한 보이스와 숨 넘어갈 듯한 발성의 높낮이가 마치 우리의 민요 가락 옹헤야 어절씨구 옹헤야 저 절씨구 같아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녹음된 그녀의 목소리는 또 이런 말을 남겼다.
"옹헤 이번 학기 강습 카탈로그 내 보내자마자 니 강습 일등으로 다 찼다.
대기자 명단도 완전 길어 꼭 강습 일정 하나 더 늘려야겠다 이거 들으면 전화해~!"
그렇다 그동안 코로나라는 길고 긴 터널을 지나 이제 올해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요리강습을 시작한다.
시작이 좋다. 요리강습은 나의 소중한 부캐 중에 하나 이자 비타민 같은 삶의 활력소다.
어떤 메뉴를 가지고 독일 사람들과 요리를 할까?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댄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병원 가운 벗고 퇴근하면 머리 풀고 뜨거운 커피 원샷 때리는 여자처럼..
조리복 입고 가끔은 개량 한복도 입고 문화센터 조리실로 향할 예정이다
아자 아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