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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15. 2023

미치고 팔짝 뛸 월요일


병원에서 정신없이 서류 처리를 하다가 언젠가 문득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컴퓨터가 작동되지 않는 다면 어떡하지? 하는 엉뚱한 상상 말이다. 요즘은 거의 모든 부분 에서의 업무가 전산화되어 가고 있어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는 다면 이보다 더 난감한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이였다

월요일을 독일에서는 Montag 몬탁이라 부른다. 영어의 먼데이 보다는 다소 딱딱한 느낌이지만 직장 인들에게 몬탁이던 먼데이이던 월요일이던 요일이 주는 의미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라는 동요를 5월은 빨간 날도 많구나 우리들은 즐겁다  개사해 불러도 ..,

우리의 푸르른 5월은 달력을 는것 만으로도 저절로 위로가 된다.

이번주는 수요일까지만 일하면 목요일은 공휴일 금요일은 징검다리 휴일로 쉰다.

그야말로 롱롱 위크앤드 되겠다.


아침 8시 활기찬 마음으로 월요일 오전 진료 준비를 시작했다.

개인병원에서 진료 준비 중에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중앙 컴퓨터를 켜는 것이다 그리고 백업용 요일별 외장 하드를 교체하고 그날의 진료 스케줄을 인쇄한다.

그다음은 그전날 (*월요일 일 경우 금요일) 연구소로 보낸 혈액 등에 관한 검사 결과서를 연구소 데이터 베이스와 연결된 곳에서 받아 각 환자의 목록에 copy 해 두는 일이다.

그리고 나면 각 진료실의 컴퓨터와 초음파기, 그리고 심전도 기 등의 기계 들을 모두 세팅하고 진료실 환기를 시키는데...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컴퓨터가 열리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병원 진료 업무 프로그램이 열리지 않았다.

컴퓨터를 재차 새로 시작해도 열리지 않던 모니터 위로 업데이트 되던 것이 아직 끝나지 않아 작동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두둥 하고 떴다.

아마도 주말에 업데이트시켰던 것이 뭔가 잘못된 듯싶었다.

머리 위로 까만 먹구름이 몰려와 천둥 번개가 치는 듯했다.


안 그래도 월요일 아침은 늘 정신없다. 주말에 아프기 시작해서 직장에 출근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병가를 받기 위해 일찍부터 병원 앞에 줄을 서기 때문이다.

병원 문 열자마자 긴 줄이 우리를 기다릴 텐데 컴퓨터가 작동되지 않으니 속이 탔다.

문제는 이게 하드웨어에 문제인지 즉 컴퓨터의 기능적인 것에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상의 문제인지 조차 아직은 알 수가 없다는 거다


급하게 병원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관리해 주는 컴퓨터 테크닉 회사에 전화를 했다.

독일에서는 이런 급한 경우 에도 기술자들이 바로 출장을 나와 주지 않는다.

그들 스케줄에 맞춰 출장 와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 기다림이 몇 시간이 될 수도 며칠이 될 수도 있다.


바꿔 말해 만약 컴퓨터 하드웨어에 문제가 생긴 것이 라면 기술자들이 출장 올 때까지 병원일을 손 놓고 환자들을 다른 병원에 부탁해야 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바로 그런 이유로 우리 병원에서 동료 병원의 환자들을 대신 진료해 주기도 했다.

다행히?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상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면 전화로 원격 지원도 가능하니 어떻게든 원상복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좌우지당간 초조한 마음으로 컴퓨터 테크닉 회사로 전화를 했다.

이 회사는 개인병원들의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케어해 주고 있는 곳이다.  

다시 말해 이병원 저 병원에서 우리와 비슷한 문제로 전화를 해댈 것이라는 거다.


때문에 어느 때는 고객센터 또는 테크닉 팀 핫라인으로 전화를 넣어도 몇 시간 걸려 통화가 되기도 하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통화가 될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

뚜뚜뚜뚜 하는 통화 중 신호가 몇 차례 거듭되고 드디어 담당자와 통화가 되었다.


다행히도 테크닉 관리 팀장인 M 이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테크닉 팀 중에서도 문제 해결에 탁월한 사람 중에 한 명이기 때문이다.


전후사정을 이야기한 후에 컴퓨터에 연결된 원거리 지원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그것은 아이디를 풀어 주어 병원 데이터 베이스로의 접근을 허용해 주고 그녀가 회사에서 우리 병원 컴퓨터를 분석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한참을 이리저리 서핑 하며 뒤져 보던 M은 예상 대로 업데이트 프로그램을 진행시키던 가운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데이터 정리였는데 업데이트 번호가 자주 다루던 것이 아니어서 프로그램을 만든 회사에 확인하고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자칫 잘못 정리했다가 데이터를 날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M과 통화를 하는 도중 직원들이 모두 출근했고 각자 다른 이유로 이미 크레이지 먼데이가 시작되고 있었다

B는 출근 준비 하는데 유치원 다니는 작은 아이가 이 옷 입는다 저 옷 입는다 시간을 끌고 학교 다니는 큰 아닌 코피가 흘러서 치료하느라 이래 저래 학교 지각 하기 일보 직전 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학교에 데려다주는 길에 어쩔 수 없이 잠깐 남의 집 앞에 주차를 하다가 그 집주인과 싸울 뻔했고 직원 G는 병원 앞에 이미 기다리고 있던 환자들과 차량 때문에 주차할 곳이 없어 병원 근처를 맴돌다 속도 제한 구역에서 카메라가 번쩍 벌금 딱지가 끊기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나 또한 아침 부터 핸드폰 찾아 삼만리 였다분명 핸드폰을 손에 들고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는 거다.

밤에 잘때 메일 또는 sns 들어 오는 소리에 깰까봐 진동으로 되어 있던 핸드폰 소리를 아예 꺼 놓은 관계로 도무지 보이지 않는 핸드폰을 찾을 길이 없었다

집에서 핸드폰을 잃어 버리다니 말도 안되지 않은가..아침 부터 크레이지 먼데이 였다.

그렇게들 출근했는데 병원 컴퓨터는 문제가 생겨 작동이 안 되고... 병원 앞에는 환자들이 줄을 늘어서 있고...

모두 고개를 저으며 전형적인 미치고 팔짝 뛸 월요일 이 라는 말을 중얼 댔다.


천만 다행히도 약 한 시간가량 만에 모든 컴퓨터 업무가 다시 정상화되었다.

이유인즉슨 지난주 계속해서 업데이트하라는 메시지가 컴퓨터에서 뜨는 바람에 주말에 업데이트를 시켰는데

번호를 잘못 집어넣은 것이다.

엄격히 말하면 틀린 것은 아닌데 선택을 잘못한 것이다.

복잡한 내용을 아주 간단히 줄여 이야기하자면 프로그램 12번을 사용해야 할 것을 29번을 사용했다.

12번은 그때 필요한 것만 업데이트하는 간략하고 빠른 프로그램이고 29번은 이제까지의 모든 데이터를 다시 한번 정리를 해야 해서 몇 날 며칠이 걸릴지 모르는 거였다.

예전 기차로 비유 하하면 동네마다 다 서는 완행열차 비둘기 호와 몇 군데만 골라 서는 급행열차 무궁화 호의 차이점이랄까?


완행열차를 선택을 한 이유로 그게 정리가 될 때까지 중앙 컴퓨터뿐만 아니라 모든 컴퓨터의 기능이 실행되지 않았던 거였다.

그 한 시간이 하루 갔았고 미치고 팔짝 뛰겠네 소리가 연신 입에서 랩 처럼 쏟아 졌다.

혹시라도 진료 시간 내내 컴퓨터 사용을 하지 못할 까봐 어찌나 신경을 쓰고 마음을 조렸는지 머리위에서 김이 모락 모락 나는것 같았다.

매콤 달콤한 떡볶이가 급 당겼다.퇴근 하면 떡볶이 부터 만들어 먹어야 겠다

당분간 다이어트는 생각하지 않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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