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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n 16. 2023

오이냉국과 막걸리에 반한 독일 수강생들


그 덥디 더운 날 그냥도 힘든데 세 시간 동안 식재료 사다 나르느라 체력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윗글을 읽고 오시면 글을 읽으시는데 도움이 됩니다. 미션! 한식강습 준비를 무사히 마쳐라)

그래도 다행인 것은 강습 시간이 저녁 6시라는 거다.


중간에 집에서 누워 있을 시간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던지..

밥이고 뭐시고 간에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쉬었다.

그전날 식구들 먹일 파스타와 김밥을 미리 해 두어서 우리 집 남정네들이 끼니는 각자 알아서 챙겨 먹도록 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요리강습 준비 한다고 식구들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미리 준비해 놓기를 잘했다며 손하나 까딱할 힘이 남아 있지 않던 나는 누워서 에너지 충전 을 했다.

그렇게 나뭇잎 위에 달팽이처럼 길게 늘어져 있으면서도 나는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독일의 문화 센터에서 독일 사람들과 한국요리 강습을 십수  해오면서 나름 내가 세운 나만의 철칙 비슷한  있다.

첫째는 애피타이저를 준비해 갈 것

강습시간이 저녁 6시 이기 때문에 수강생들이 딱 배가 고플 시간이다

이론 수업을 짧게 끊어 한데 해도 요리를 직접 해야 먹을  있기 때문에 보통 7 넘어서  번째 요리를 맛보게 될때가 많다.

그때까지 빈속이면 괴롭지 않겠는가 

거기다 조금이라도  다양한 한국 요리를 수강생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안성맞춤이기도 하고 말이다.간혹 식전 요리가 반응이 좋아 다음번 강습 메뉴로 등극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웬만하면 한복 또는 개량 한복을 입고 강습을 진행한다. 

이것도 어찌 보면 한국요리 강습을 통해 처음 한국을 만나는 독일 수강생들을 위한 서비스 이자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왠지 한복을 입으면 갑옷을 입은 느낌?

한복 또는 개량한복을 입어야 비로소 전투 준비를 끝낸 마음 가짐이 된다 고나 할까?


그런데 피지컬의 변화?로 개량한복은 당분간 쉽지가 않아서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궁금한 분들 위해 :개량 한복의 배신)

더운  한복은 몸에 척척 감긴다. 게다가 독일 문화센터 실습 주방에는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다 그저 창문이 열려 있을 뿐이다.


무더위를 자연산 바람에 맡기고 때로 냄비에 물 끓여 가며 프라이팬에 볶아 가며... 아이고야 진땀 뺄게 눈에 선 하지 않은가.


세 번째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메뉴

예를 들면 이번 강습 같은 경우 야채 전과 막걸리였다.

한국 사람들에게 전과 막걸리는 퇴근 후에 하는 한잔 또는 비 오는 날 그리고 출출한 주말 오후 등 치열한 일상에서의 쉼과 위로가 연결된 메뉴다.

그 일상에서의 의미와 살아가는 이야기가 덧입혀지면 그냥 모르는 낯선 외국 메뉴가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국 사람들의 삶에 녹아든 문화에 대해 알아 가고 이해하는데 작은 징검다리가 될게 분명하다.


네 번째는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강습

그것이 준비한 후식이 되었던 아니면 한국요리에 대한 설명이 되었던 요리강습 분위기가 되었던 수강생들이 다음 강습을 기대하게 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낯선 요리에 대해  먹어 보고 싶고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비단 요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으로 연결되기 마련 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에는 오이김치를 만들었는데 김치는 정말 무수히 많은 종류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잘 익은 배추김치를 가져가서 수강생들에게 맛 보여 주었다.

김치가 익으면 이런 맛을 낸다 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말이다.


지난번 강습에서는 본 메뉴가 돼지 불고기 였는데 그때는 이날 했던 두부 버섯 불고기를 챙겨가 함께 시식할 수 있도록 했다.

불고기 또한 무궁 무진 하게 여러 가지 메뉴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우리 문화센터 에서 하는 요리강습 프로그램 들은 몇 주 연결 된 세미나 형식이 아니라 하루 강습 하는 일일 강습 위주로 짜여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돕기 위해서다.

그래서 일회성으로 나도 그거 한번 만들어 봤고 먹어 봤네 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는 한국요리에 대해 알려 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때문에 내가 조금 더 힘들더라도 가급적 여러 가지를 옵션으로 준비해 가서

수강생들이 강습 내에서 만나게 되는 색다른 것들로 인해 다음 강습에   보고 싶다 하는 마음이   있도록 노력한다.


다섯 번째 식구들 끼니를 먼저 챙긴다. 

이건 앞서 이야기한 바 있듯이 내가 좋아서 하는 강습이고 중요한 일이지만 가족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그래서 언제나 요리강습 전에는 식구들 것을 확실히 챙겨 두고 강습 준비를 함께 한다



나머지는 다 준비가 되었는데 두 번째 한복을 입어 말아 이것이 고민이었다.

내년도 문화센터 프로그램 책자용 사진을 찍으러 포토그라퍼 까지 강습 시간 내에

오기로 되어 있는데....

한복을 차려입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더워 죽겠는데 나만의 철칙이고

나발이고 간에 시원하게 아무거나 입지 싶은 마음이 싸우고 있었다.


그날 공장에 들어간 자동차가 일찍 찾아졌다면 고민할 것 없이 한복을 입기로 했을 테다.

그 더운 날 짐 나르느라 녹초가 되어 있는 데다가 한복까지 들고 걸어서 전차 타러 가서 전차 타고 시내 문화센터로 가야 하는 데다가 강습 내내 더운 한복까지 껴 입고 땀을 삐질 삐질 흘리고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민하다 결국 한복을 이고 지고 문화센터로 갔다.

나중에 그냥 한복 가져갔어야 하는데 후회하느니 힘들고 말지를 선택한 셈이다.


또 나머지 고민은 식전요리로 뭘 내놓을까? 였다.

숙주나물 간단하게 해서 준비하면 되는데 너무 더운 날이라 오이냉국이 당겼다.

내가 먹고 싶기도 했지만 요 색다른 요리를 가장 알맞은 날에 선보이고 싶었던 욕심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미 시내 마트에서 장 볼 때 얼음도 넉넉히 사다 쟁여 놓았다.

삼분의 일은 막걸리에 넣고 나머지는 오이냉국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장 본 것 가져다 두면서 한옆에 표고버섯 불려 두고 또 다른 데다 이미 자른 미역도 물에 불려 두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 인고 하면 미역이 들어간 것은 호불호가 극명히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식요리 강습 에는 매번 새로운 사람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강습 전에 받는 수강생 명단만 가지고는

그날 미역이나 김 등의 해조류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들이 오게 될지?

아니면 생선류나 해조류에서 나는 고유의 비린맛에 매우 예민한 입맛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전자 쪽이라면 무난하게 평타는 치며 시원한 오이냉국을 즐길 수 있을 테고 만약 후자 쪽이라면

열심히 만들어 놔야 결국 남아 터지게 될게 뻔하고 혹여라도 한국요리가 이런 거였어?라는

안 좋은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고민하다 이것도 결국 밀어붙이기로 했다.

나는 일찌감치 오후 4시에 한복을 들고 다시 전차를 타고 문화센터로 향했다.

그리고 강습준비를 하며 기어이 오이냉국을 만들었다.


일단 불려놓은 미역을 물에 한번 살짝 데쳐서 잘게 자르고 최대한 미역냄새 즉 바다향이 적도록 하기 위해

미리 현미식초, 설탕, 간장, 마늘을 넣어 조물조물 묻혀 두었다.

그리고 강습 시간 바로 전에 잘게 부서진 크러쉬 얼음을 큰 볼 가득 담고 채쳐둔 오이와 파 그리고 정원에서 따간 덜 매운 초록 고추를 넣고 미리 준비해 둔 미역을 넣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얼음이 녹으며 살얼음 낀 것 같은 느낌의 시원한 오이냉국이 탄생했다.

물론 녹을 얼음으로 만들어질 국물의 양을 미리 계산해서 미역을 묻혀 둘 때와 처음 간을 할 때 평소 보다 간을 세게 해 두었고 중간중간에 소금, 설탕, 현미식초를 조금씩 더해 간을 맞춰 나갔다.



미리 간을 해둔 미역 덕분에 간을 맞추기도 수월했고 상대적으로 바다내음도 잡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수강생들이 너무 좋아했다.

독일 여름은 저녁 9시가 되어도 밖이 환하다.

저녁 6시는 해가 아직도 머리 위에 떠 있는 듯하다 그러니 강습받으러 오느라 얼마나 더웠겠는가

딱 맞아떨어지게도 이번 수강생들은 바다향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는 이들이 주를 이뤘다.


나는 보라색 치마에 하얀색 저고리 입고 하얀 앞치마 두르고 나니 다시 에너지가 뿜뿜 채워져서 강습 내내 날듯이 다녔다.

속이 뻥 뚫어지게 시원한 오이냉국으로 더위를 식힌 수강생들은 열심히 강습을 따라와 주었다.


첫 번째 요리가 야채 전에 양념장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가 잡채, 세 번째가 오이김치, 네 번째가 두부 버섯 불고기 였다.

그날 수강생 들은 전채 요리로 숙주나물, 오이냉국 그리고 각조별로 만들어 본 네 가지 요리에 익은 배추김치까지 한국요리 일곱 가지를 맛보았고 한국술 막걸리도 맛보았다.


특히나 감자, 당근, 호박, 양파 넣고 노릇노릇하고 바싹 하게 부친 야채 전을 나무젓가락 들고 고춧가루 들어간 간장 양념장 그리고 막걸리를 나누어 마시고 있으려니 마치 한국의 직장인들 회식 같아졌다.

거기다 커다란 카메라에 길고 긴 렌즈까지 매고 온 포토그라퍼 에 수강생들 강습 내에 찍은 사진이 프로그램 책자에 넣어도 된다는 동의서를 받아야 해서 종이 들고 온 사무실 직원까지 합류했다.


우리는 다른 이들 에게 음식을 나눠 주는데 아낌이 없는 정 많은 민족이 아니던가

특히나 전에 막걸리는 나눠 먹기에 더없이 좋다.

그날 20명 가까이 모인 가운데 한국에서 술잔을 부딪치며 외치는 건배와 건배사에 대한 이야기도 해가며 요즘 젊은이들은 가볍게 짠 을 외치며 마시기도 한다고 하니 너도 나도 ~을 외쳐 가며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나누어 마시다 보니 이건 뭐 고향집 잔치 분위기가 따로 없었다.  

수강생들의 오이냉국 강습 메뉴 강추 "오이냉국 레시피가 꼭 필요해!"라는 외침은 덤으로 따라왔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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