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토네이도였어?
온 동네가 물바다가 되었다.
지난 목요일 오후 온 동네가 물바다가 되었던 그날 연락이 되지 않던 남편이 한참이 지나서 전화 통화가 되었다
남편은 집에서 걱정하는 사람은 잊은 채 어떻게 하면 잘 빠져나오나 만 고민했었나 보다.
물이 차고 넘치는 곳들을 지나지 않고 무사히 집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느라 이리저리 돌아왔는데 그 길 끝에서 너무 교통체증이 심해서 자동차가 아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더란다.
그제야 마누라에게 전화를 했다. 자동차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으니 집에 언제 도착할는지 모른다고 말이다.
어쨌거나 일단 통화가 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는 했으나 남편이 집에 도착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카셀은 지형이 매우 특이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길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윗동네는 산을 깎아 동네를 만들고 아랫동네는 강을 메워 집을 짓고 동네를 만들었다.
(우리 동네는 후자로 강을 메워 동네를 이룬 곳이다.)
그렇다 보니...
그날, 그 지형 탓에 어느 곳은 물에 잠기고 또 그지형 덕분에 어느 곳은 물에 잠기는 것을 면했다.
조금 더 상세히 설명을 하자면 구불구불한 지형의 내려간 쪽은 위쪽에서 내려오는 물까지 합쳐져 물이 배로 불어 나서 잠기는 것을 면할 수 없었고 올라간 곳은 그나마 물이 아래로 흘러내려 더 고이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 짧은 시간 갑자기 쏟아져 내린 강우량을 감당할 수 없어 여기저기 물이 들어 차고 자동차가 둥둥 떠다니도록 잠긴 곳들이 속출했다
자동차 들은 그나마 수상스키 타듯 물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하니 피할 수 없는 교통체증이었다.
그게 토네이도였어?
남편은 다른 때라면 빠르면 20분이면 족히 도착할 곳에서 한 시간 반이 걸려 집에 도착했다.
병원 건물 지하 에도 물이 넘쳐나 같은 건물 위층에 사는 이웃들의 세탁기 건조기 등의 살림살이 들이 모두 물에 잠겼다고 했다.
그리고 돌아 나오는 길에 우리 직원 중에 병원 근처 사는 BF가 온 가족 함께 길에 나와 있어서 자동차를 세우고 무슨 일인지 물었더니 지하가 물이 꽉 차서 나와 서 있노라 이야기했다고 한다.
남편은 그녀에게 도울 일이 없는가 물었더니 너무 물이 많이 차서 사람이 들어가서 물을 퍼낼 상태가 아니라 소방서에 신고를 했고 소방관들이 출동해서 기계펌프로 퍼 내는 수밖에 없노라 했단다.
그날 온 동네 소방차들의 삐뽀삐뽀 소리가 늦은 시간까지 동네를 가로질렀다.
이리저리 운전하며 오느라 우리 동네 소식을 모르던 남편은 그 동네만 그런 줄 알았다
고 했다
왜냐하면 카셀은 독일 중부의 인구 20만이 살짝 넘는 중소 도시이지만 땅덩이가 넓다 보니
같은 도시 여도 지역에 따라 같은 시간이어도 비가 오기도 하고 안 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폭풍 삼종세트 이상기후는 카셀뿐만 아니라 북부헨센주 전반에 거쳐 영향을 끼쳤다.
지역신문에 난 기사를 보니 이번일을 수습하기 위해 (물 찬 지하실, 도로에 쓰러진 나무 등등을 )
소방관과 자원봉사자 1700여 명이 파견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중 카셀을 익스트림 하게 강타했기 때문에 지역신문과 뉴스를 도배했다.
남편은 내가 보여준 동영상들 사진을 보고 많이 놀라 했다.
우리 집은 지대가 높아 괜찮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바로 우리 집 앞 도로도 물이 차서 자동차들이 떠내려 가기 일보 직전이었고
우리 집에서 500미터 왼쪽과 오른쪽으로 떨어진 양쪽 골목은 이미 물이 가들 들어차 자동차
들이 물에 둥둥 떠다니는 지경이 되었다.
우리 집에서 500미터 오른쪽 길로 내려간 필로조펜벡은 우리가 평소 산책을 자주 다니는 길이고 왼쪽으로 500미터 내려간 쉔펠더 스타라 세는 우리가 종종 가는 케밥집이 물에 잠겼다.
시간 지나서 우리는 알게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카셀 의 북쪽 외각의 위성도시 중 하난인 칼덴 쪽으로 토네이도가 지나가면서
이 사달이 났다는 것을 말이다.
토네이도는 칼덴에서 하비쉬 발트라는 숲을 통과해서 발덱이라는 농가도시를 지나
니더작센주 쪽으로 점점 작아지며 사라졌다.
이번일로 많은 자동차들이 물에 잠기고 수많은 가정의 지하실에 물이 차서 난리가 나고
100년 넘은 아름드리나무들이 송두리째 뽑히고 쓰러져 자동차위를 덮치고 아우토반이 막히고 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만약 그 토네이도가 칼덴이 아니라 카셀 도심을 강타했다면? 상상 이상의 일들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토네이도라니..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아니던가..
어쩐지... 우박이 떨어지고 비가 내릴 때 동반된 바람의 세기가 굉장하다 싶었는데...
그냥 폭풍이 아니었던 게다.
그 짧은 시간의 자연재해는
많은 것을 남겼다.
목요일 오후 물에 잠긴 곳은 주택가뿐만이 아니었다. 시내 중심에 백화점 지하 주차장들 그리고 의류 상가 등의 상점들, 시내에 위치한 시립 도서관, 대학 캠퍼스까지 정말이지 골고루 물난리가 났다.
또 독일의 빠른 기차 ICE가 다니는 기차역도 잠겨서 많은 사람들이 오도 가도 못한 체 기차역에서 밤을 지새웠다.
뉴스에 나온 인터뷰를 보니 어느 젊은 처자는 많은 사람들이 그날 역에서 거의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했다.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모두가 호텔을 구할 수도 없었을 테고 무엇보다 역 밖으로 벗어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물이 들어차 자동차들이 둥둥 떠다닐 정도였으니 구간별로 기차와 전차가 일정 시간 올스톱 되는 것은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그다음 날 금요일 오후가 되어 서야 개통된 구간도 많았고 변경된 구간들도 많아 여러모로 카오스였다.
토네이도가 스치고 지나간 목요일을 지나 금요일 학교와 유치원들은 모두 휴교와 휴원을 했다.
학교와 유치원들 중에서도 물이 들어찬 곳들도 많았고 무엇보다 쓰러진 나무들과 나뭇잎들 그리고 물이 빠져나간 자리들의 길들이 아이들이 다니기에 안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 또는 집의 지하실 등의 문제로 직장에 가지 못한 사람들도 많았다.
예를 들어 자동차 안 모터까지 나뭇잎과 물이 가득해서 폐차 처리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의 사람들도
여럿 생겨 났고 보통 독일 가정들은 지하실에 주차장을 마련해 둔 집들도 많고 또 세탁기, 건조기 등 전자제품들과 창고 그리고 보일러실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 집도 지하실에 가스보일러실이 있고 지금 사용하지 않는 것들을 챙겨 둔 창고가 있다.)
그중에 기름보일러 일 경우 기름들도 저장해 둔 사람들이 많아서 개인 피해들은 아직 정확히 나와 있지 않지만 적잖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병원 직원 BF도 금요일 병원 근무를 하지 못했다. 그녀의 아이 둘이 학교도 유치원도 갈 수 없었고 조부모 찬스도 쓸 수가 없어서 부득이 월차를 냈다.
또 그 집 지하실 에는 이사 때문에 맡겨둔 친구의 짐까지 몽땅 물에 잠겨서 정리를 해야 하는 심란한 상황이라고 했다.
금요일 진료 예약이 되어 있던 환자들 중에서도 지붕이 고장 나서 또는 지하실이 물이 차서 고장 난 곳들을
고치러 기술자가 오기로 되어 있어서 다른 날로 진료 예약을 바꿀 수 없겠는가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어느 환자는 비바람에 지붕이 고장이 나서 집안 식탁 위가 강이 되었다고 했다.
이 모든 게 불과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라는 게 생각할수록 무서웠다.
주차장까지 물이 들어 차는 것을 눈으로 보게 되고 나니 지대가 높은 편에 속한다 해도
우리 집도 안전지대가 아니구나 싶고 만약 그날 조금 더 긴 시간 비가 내렸다면?
이라는 생각을 하면 여지없이 소름이 돋는다.
내리는 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지구의 대기 오염과 환경오염으로 변화된 이상기온과 기후로 일어난 이상한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요즘이다.
뉴스로만 보아 왔던 일들이 이제 더 이상 남의 일만은 아니구나 하는 것을 절실히 느낀 하루였다.
환경문제 이제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