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이들이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동시에 캠핑 디데이가 되었다.
(*앞글을 읽고 오시면 글을 이해하시는데 한층 도움이 됩니다. 중3 막내가 생애 첫 캠핑을 간다)
우리로 중3인 막내가 친한 친구 셋과 넷이서 캠핑장으로 캠핑을 하러 가기로 한 날이다.
잊은 건 없는지 물었더니 막내는 시크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어!"
귀찮으니 더 이상 묻지 말라 이거다 그런데 막내의 캠핑에 내가 더 긴장이 되고 신경이 쓰이는 걸 어쩌나?
물론 막내는 그전날 저녁 캠핑 준비를 끝냈다. 언젠가 형아가 백패킹을 떠났을 때 썼던 커다란 등산용 배낭에 하나하나 차곡차곡 필요한 것들을 야무지게 챙겨 넣었다.
침낭 하나, 그 밑에 깔 캠핑용 에어 매트리스, 입으로 풍선 불듯 하면 크기가 커지는 캠핑용 베개, 수건, 손소독제, 물휴지, 선크림, 가글, 그리고 어두운 곳에서 켜면 환해지는 의료용 램프를 캠핑용 랜턴 대신 주고
머리에 쓰면 불이 확 들어오는 해드 랜턴도 챙기고 모기 진드기 방지 스프레이, 반창고 연고 담은 비상약통...
물통 2개...
모두 넣고 나니 이미 가방이 무거웠다 아직 먹을 것은 하나 들어간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먹을 것은 넷이서 마트에 가서 함께 골라 담는다 하였으니 알아서 하겠지... 싶으면서도 자꾸 궁금해졌다.
도대체 이 녀석들 뭘 챙기려나? 하고 말이다
지난 글에도 언급했듯이 캠핑장이 워낙 자연친화 적이라 산속에 빼곡한 나무들과 작은 호수…
그 뒤에 그릴 오두막과 텐트 칠 땅덩어리 외에는 주방 등의 시설도 없었다
차라리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가 캠핑장까지 데려다준다고 할걸 그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사실 트렁크가 작은 편인 우리 집 차로는 네 녀석의 캠핑 도구들이 모두 들어갈 것 같지도 않았고
어차피 텐트는 페투네 것으로 가져가기로 해서 왔다 갔다 하느니 그 집에서 모여 한번에 출발하겠노라 했다.
그래서 페트 아빠가 기꺼이 담당해 주기로 했는데...
궁금한 것은 많고 톡으로 물어본들 자세한 대답이 오지 않을 시크한 사춘기의 아들을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캠핑을 보내려니 이래 저래 걱정도 되고 오래전에 넣어 두었던 오지랖이 자꾸만 시동을 걸어왔다.
병원에서 오전 진료 시간 중간중간 에도 안절부절못하며 직원들에게도 막내의 캠핑이야기를 했을 정도였다.
언제가 독일 교육 매거진의 한 칼럼에서 부모의 유형 나누어 놓았던 것을 재밌게 읽었던 게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났다.
“오늘 학교 어땠니?”가 자녀에게 좋은 질문이 아닌 이유”라는 교육 칼럼에서 10가지 부모 유형이라는 것이 소개되어 있었다
나는 읽으며 우리를 대입해 본다면 잠수함 부모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잔디깎이 부모 또는 제설차 부모가 아닌가? 싶었다.
독일 교육 매거진 칼럼에서 나왔던 부모유형 10가지 를 소개하자면 이렇게 되어 있었다.
1. 헬리콥터 부모
아마도 한국에서도 소개 가 되어 다들 아시고 있을 유형이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자녀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가지며 주위를 맴도는 유형
좋게 말해 신경을 많이 쓰는 나쁘게 말해 피곤하도록 아이들일에 개입하는 부모들을 일컫고 있었다.
2. 비행기 부모
이 유형도 헬리콥터만큼은 아니지만 사촌쯤 되는 것으로 자녀들의 일을 온 가족의 일인 양 함께 하는 부모 유형들이라 나와 있었다.
3. 잔디깎이 부모
이 동네 정원에서 자주 사용 하는 잔디깎이처럼 애초에 미리 잡초를 뽑고 정리하듯 미리 자녀들에게 걸림돌이 될만한 것들 또는 환경을 알아서 정리 정돈해 주는 부모 유형이다.
4. 제설차 부모
겨울에 눈이 오면 땅이 얼어 미끄러질까 싶어 온 동네 제설차들이 총출동을 한다.
그런 제설차처럼 자녀들의 일에 관심을 갖고 걱정해 경우의 수를 미리 해결해 주는 부모 유형이었다.
잔디깎이 부모 유형의 사촌쯤 된다고 했다.
5. 컬링 부모
컬링이라는 빙판 운동처럼 스톤을 목표한 곳으로 가도록 방향을 잡고 솔질하며 움직이듯 자녀를 푸시하고 때로 자녀를 대신해서 탁 쳐서 넘기고 다시 탁 쳐서 넘겨주는 유형의 부모들을 말하고 있었다.
6. 견인차 부모
고장 난 또는 사고 난 자동차를 끌고 가듯 일단 뭔 일이 생기면 자녀들 의사 상관없이 냅다 끌고 가는 스타일의 견인차 부모는 자녀와 의사소통이 가장 잘 안 되는 유형이라 나와 있었다.
7. 택시 부모
자녀들 학교 데려다주고 데려 오는 것뿐만 아니라 수시 대기 항시 대기 하고 있다가 아이들이 필요할 때 언제든 도움을 주는 부모 유형을 말했다.
8. 잠수함 부모
평상시 에는 무심한 듯 자녀의 학교 생활 또는 성적이나 교우 관계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레이더를 켜는 부모 유형..
마치 물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다 갑자기 물 위로 떠오르는 잠수함처럼
교통 정리 하듯 자녀들 일에 참견?을 하는 부모 유형이었다.
(예를 들어 발표회나 학예회를 앞둔 자녀들에게 갑자기 관심을 보이며 맹연습을 시키는 부모들..)
9. 호랑이 부모
밀림의 호랑이처럼 자녀들을 일찍부터 세상에 던져두고 세게 키우는 스타일의 성과 중심의 부모를 일컫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 4살짜리 아이들 두고 "자 이제 너는 다 컸으니 네가 알아서 만들기 할 수 있지 잘 만들어 보렴”
이런 스타일
10. 돌고래 부모
열 가지 부모의 유형 중에 가장 바람직하게 써져 있었는데 사랑과 관심을 골고루 자녀에게 주며 자녀의 필요를 채워 주면서도 강요하거나 알아서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자유공간을 주며 함께 고민해 주는 부모 유형이라 나와 있었다.
물론 세상의 부모가 어디 열 가지 유형뿐이겠으며 언제나 그 유형 대로만 살고 있겠는가 어느 때는 헬리콥터도 되었다가 또 어느 때는 견인차도 되었다가 그 어느 때는 잠수함도 되고 돌고래도 될 것이다.
좌우지당간 나는 진득이 기다려 주는 타입은 못된다 싶었다.
기다리던 막내에게서 톡이 오지 않자 나는 먼저 아이들과 마트에서 먹거리는 준비했는지 캠핑장으로 출발은 언제쯤 하는지 등을 묻는 톡을 보냈다.
한참 뒤에 간단하고 명료한 막내의 톡이 왔다 "준비 다했음!", "이제 출발!"
그래 거기가 그래도 청소년 야영장이라던데 애들이 안전하게 알아서 하겠지 하며 되도록 맘을 편히 가지려 노력했다.
그런데 걱정이 취미인 사람이 무심 한 척 신경 안 쓰기도 쉽지가 않더라는 말이다
평소라면 땡큐 할 "어디 가서 둘이 외식이라도 할까?"라고 묻는 남편에게 그냥 집에서 라면 끓여 먹으며 한국 드라마나 보자고 했다.
언제 막내에게 또 톡이 올지 전화가 올지 몰라 기다리고 있느라 말이다
멍뭉이 나리와 산책을 다녀와서 남편이 끓여준 얼큰 라면을 먹고 요즘 한창 재미나게 넷플릭스에서 보고 있는 드라마 킹 더랜드를 보고 있을 때였다.
쿠르릉 쾅쾅하는 천둥소리가 났다 때마침 드라마에서 비 오는 장면이 나오고 있어 처음엔 드라마에서 나온 소린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밖에서 번개가 번쩍 하다니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치고 있었다.
급하게 날씨 검색을 했는데 천둥과 번개 돌풍과 함께 내리는 비 뇌우 경고가 떴다
분명 아까 까지 없던 경고였다.
애써 덤덤하게 유지하려던 마음의 평온이 깨졌다.
당장이라도 캠핑장으로 달려 갈듯 벌떡 일어나 방을 오가며 막내에게 톡을 보냈다.
"막내야 거기도 천둥번개가 있어? 비도 내려? 캠핑장에는 누구 다른 사람들도 있어?
아님 너희들 뿐이야?"
그런데 아니었다 밖에서 번개가 번쩍 하다니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치고 있었다.
급하게 날씨 검색을 했는데 천둥과 번개 돌풍과 함께 내리는 비 뇌우 경고가 떴다
분명 아까 까지 없던 경고였다.
애써 덤덤하게 유지하려던 마음의 평온이 깨졌다.
당장이라도 캠핑장으로 달려 갈듯 벌떡 일어나 방을 오가며 막내에게 톡을 보냈다.
"막내야 거기도 천둥번개가 있어? 비도 내려? 캠핑장에는 누구 다른 사람들도 있어?
아님 너희들 뿐이야?"
막내는 천둥번개가 잠깐 있다 말았고 비는 그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캠핑장에 넷만 있다고 했다.
30명이 들어갈 수 있다는 캠핑장에 넷만 있으면 괜찮을까? 무슨 일이 생기면 도움 받을 사람이 없네?
하며 걱정이 가지 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 친구 셋 중 하나인 레니의 아빠가 그릴 해주러 캠핑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평소 에도 제설차 부모? 또는 택시 부모? 유형인 레니 아빠가 간다고 하니
안심이 되었다.
만약 날씨나 캠핑장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레니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하산? 하지
않겠는가
한발 빨랐던 레니 아빠의 덕분에 우리는 마음이 놓일 수 있었고 그날 아이들은 저녁을 근사하게 바비큐로 먹을 수 있었고 비가 그친후에 숲에서 나무로 활도 만들고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땅이 젖은 캠핑장에 텐트를 치지 않고 캠핑장 끝에 있는 우천 시 대피용으로 마련되어 있던 산장 안으로 들어가 우리가 들려 보낸 환하게 불 들어오는 의료용 램프를 산장 가운데 밝혀 두고 매트리스를 깔고 침낭 안에서 따듯하고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물론 밤에 가끔 멧돼지 인지 알 수 없는 짐승의 소리가 들려왔고 화장실이 근처에 없어 급조한? 야외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랜턴을 들고나가도 칡흑 같은 어두움 속에 소 조금 무섭기도 했다고 했다
그마저도 친구들과 함께여서 모험을 하는
기분 이었겠지만 말이다
아이들은 언제나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영리하고 어른스럽게 잘 해내는데 언제나 우리는 미리 하는 걱정이 많다
그 걱정 중에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을 일인데도 말이다.
막내의 친구들과의 첫 캠핑은 그렇게 끝이 났다.
아이들에게는 짧디 짧은 우리에겐 길고 긴 1박 2일이었지만
날씨가 좋지 않았음에도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들을 한 아름 선사 한 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