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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l 21. 2023

중3 막내가 생애 첫 캠핑을 간다

캠핑 준비



우리로 중3 독일 김나지움의 9학년인 막내의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방학과 동시에 가장 친한 친구들 셋과 함께 캠핑을 가기로 계획했다.

네 아이의 부모들 모두 박수를 치며 열렬히 환호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년간 코로나 다 팬데믹 이다 해서 어른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일상도 무너졌다.

가장 활발하게 친구들과 이것저것 궁리하며 놀아 야 할 때 돌아다니는 것에도 제한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아이들은 학교도 갈 수가 없었고 친구들과 함께 수영장도 갈 수 없었으며 영화관은 물론 생일 파티도 할 수 없었다.


학교 수업도 선생님과 온라인상에서 영상 수업을 받았으며 친구들 과도 온라인상에서 만나 게임을 하고 노는 것이 전부였다.

모든 것이 비대면이던 세상 자라 나는 아이들에게 결코 짧지 않은 시간들 이였다.


팬데믹을 지나 엔데믹으로 가면서도 아이들은 이내 평범한 일상을 되찾는 것에 대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부모들이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아라 이야기해도 좀처럼 아이들은 발동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방학하는 날 어딘가 에서 아이들끼리 캠핑을 해 보고 싶다는 이야기 가 나왔다.

지난여름(애칭 *독일에서는 이름을 줄여 애칭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레니 아빠가 텐트도 내어 주고 안마당도 내어 줄 테니 그릴도 하고 스톡브로트도 (스톡브로트가 궁금한 분들을 위해 :독일의 여름과 이열치열 막대기빵)

해 먹고 하라고 해도 별 흥미를 보이지 않던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해 보겠다니 반가울 따름이었다.


시작은 이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였다. 막내의 친구 셋 중에 숲과 가까운 동네에 사는 페투는 부모님과 자주 캠핑을 다녔던 아이라 집에 캠핑에 관한 거의 모든 장비가 다 있다.


집도 숲 근처라 페투(애칭) 네서 조금 떨어진 곳 정원에서 빤히 보이는 숲에 텐트를 치고 캠핑도 하고

페투네서 그릴을 하고.. 이렇게 집에서 노는  밖에서 노는  캠핑인듯 캠핑 아닌듯 캠핑을 하기로  거다.


그런데 

계획을 하던 아이들이 갑자기 제대로  곳으로 캠핑을 가기로 했다는 거다.

우리 동네에서 자동차로 약 3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Naturpark Habichwald

하비히발트라는 높이 348m의 국립공원이 있다.

그곳에 Silbersee 은빛 호수라는 작은 호수가 있고 청소년 캠핑장이 있다는 거다.

예를 들자면 우리의 북한산 국립공원처럼 도심 안에 있는 산이고 안전한 곳이다



'그래, 이제 여름방학 지나면 우리로 고1인데 정식으로 캠핑을 해 보는 것도 괜찮지!'

싶어서 모두 허락을 했다.

그리고 캠핑 전문가  아빠가 예약을  주기로 했다.

아이들은 캠핑 가서 도처에 있을 나뭇가지 들로 숟가락도 만들고 그릇도 만들고 밀가루 반죽해서 스톡브로트(막대기 빵)도 구워 먹고 등등 무엇을 할 것이고 어떻게 먹고 어떻게 생활할 것인 지 캠핑 전반적인 것에

대해 의논 하느라 몇 날 며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자기들끼리 캠핑을 해 보겠다는데 얼마나 기특하고 좋은가 나는 진드기 모기 방지 스프레이, 손전등, 같은 소소한 것들을 챙겨 주며 지금에 막내 보다 한 살 많았을 적에 캠핑했던 옛날옛적 추억도 떠올리며 덩달아 들떠서는 신나 했다.


진짜로 아이들끼리만 있을 수도 있다는 현실을 알기 전 까지는 말이다.



아이들이 아직 성인 이 아니고 청소년이라 부모 동의서가 필요하다.

사인을 해야 하는 동의서와 함께 보내온 캠핑장 사용 설명서를 읽다가 나는 그만 뜨악하고 현타가 오고 말았다.


도심 근처에 있는 산이고 캠핑장이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캠핑장을 상상했더랬다.

텐트 칠 수 있는 곳과 캠핑카가 들어오는 곳이 나뉘어 있고 공용 주방도 있으며 한쪽으로 샤워 시설과 화장실도 있고 관리인이 상주하는 작은 매점 정도가 있는 그런 캠핑장 말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가겠다고 예약된 청소년 캠핑장은 그야말로 자연인이다 찍게 생긴 곳이었다.

예쁜 호수 근처의 3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산속의 작은 야영장이었다.

관리인은 산아래 있고 작은 매점이나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용 주방이나 샤워장 따위는 없었다.

화장실도 물을 내릴 수 없는 즉 푸세식 자연친화 화장실 두 곳 그것도 미리 예약한 사람들에

한해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으며 그릴 할 수 있는 오두막 하나와 비가 오면 비를 피할 수 있는

산장 같은 건물 하나 그리고 텐트를 칠 수 있는 땅덩어리.. 그게 전부였다


이건 우리가 애초 생각 했던 것과 달랐다 그것도 아주 많이....

고수 캠퍼인 페투네는 괜찮을지 몰라도 다른 아이들 부모도 함께 걱정을 했다.

일단 아이들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피우고 스톡브로트(막대기 ) 만들어 먹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는 단호하게 그것을 허락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들은 캠핑 준비를 해서 학교에서 만나 방학식 끝나자마자 네로 가서

캠핑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그 중간에 넷이서 장을 보러 가기로 했다는데 아직 메뉴도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거 이러다 나는 자연인이다가 아니라 정글의 법칙 찍게 생긴 거 아닌가 모르겠다.

아이고 두야~~! 괜스레 내가 더 긴장이 된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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