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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l 27. 2019

독일의 여름과 이열치열 막대기빵

손쉽게 만드는 스톡브로트

독일 사상 최대로 덥다는날
우리는 모닥불을 피웠다.


이번 독일의 여름은 사상 최대의 더위라고 뉴스에서도 신문에서도 난리다. 이미 15개가 넘는 도시 들이 2015년 독일 최대 더위 라던 40도를 가뿐히 넘어갔고 니더작센의 링엔 이라는 도시는 42.5도라는 온도가 기록되며 명실공히 독일 사상 최대라는 자체 레코드를 기록했다.

뭐 구태여 온도를 확인할 것도 없이 몸이 이미 체온을 넘었음을 체감하게 되고 밤이 돼도 좀체 식지 않는 더위로 잠 못 드는 밤의 연속이다.

38도 40도 라니... 이런 온도 들은 예전에는 그리스 나 스페인의 섬에 휴가 갔을 때나 만나 지던 온도가 아니던가...


독일의 여름 Sommer도 이제는 예전의 그 여름이 아니다. 더워야 30도가 조금 웃돌고 햇볕에 나가면 따끈하게 덥고 그늘에 서면 시원하던 그 여름은 이제 더 이상 없나 보다.

그나마 다행? 인 것은 독일의 여름 은 그리 길지 않다는 거다.

어쨌거나 독일 사상 최대의 더위라 떠들어 대던 그 더운 날 우리는 정원에서 모닥불 피워 가며 그릴을 했다.

이열치열로 더위를 이겨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더운데 힘이 뻗쳐서도 아니었다. 온전히 그놈의 모닥불 통 때문이었다.


독일의 모닥불 피우는 통


독일의 모닥불,라거 포이어 lagerfeuer


독일 사람들은 여름이면 정원이나 그릴이 허용된 공원에 모여 앉아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그릴을 하고 피크닉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Feuershale라고 하는 모닥불 통에 나무를 넣고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 앉아 저녁 늦게 까지 이야기 나누고 와인도 한잔 기울이고 아이들 스톡 브로트라는 빵도 구워 주는걸 즐겨 들 한다.


물론 무더위가 지속될 때는 화재의 위험 때문에 일정기간 공원 등 공공장소 에서의 그릴을 금하기도 한다.


잔디가 깔리지 않은 우리 집 정원은 돌바닥이라 모닥불을 피우기에 염려될 것은 없으나 저녁이 되도록 너무 덥다는 것이 문제였다.

선풍기 틀어 놓고 앉아 얼음 동동 띄운 콩국수나 물냉면 한 그릇 먹었으면 싶다 하는 날씨에 불 까지 피우려니 이건 사우나 안에 앉아서 삼계탕 원샷 때리는 느낌이랄까..


어쨌거나 8월에 생일인 막내가 이번 생일 파티에서는 친구들과 꼭 모닥불 피우고 스톡 브로트 해서 먹고 싶다고 노래 노래 하길래 오다가다 때마침 세일 나온 모닥불 통을 잽싸게 사다 놓은 것이 문제였다.


그 통을 사다 놓으니 여름 방학이라 안 그래도 심심한 막내가 동네 친구 불러다가 모닥불 피워 보고 싶어 몸살을 하는 거다 이 더운 날에....

날도 더운데 물풍선 놀이는 어떨까? 물총 싸움 곁들여서.. 아니면 피자 사 먹고 시원한 영화관 가서 신나는 영화 보는 건? 네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는 건? 이리저리 꼬셔봐도 통하지 않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불을 지피기로 했다.

요렇게 나뭇가지 끝을 깨끗이 다듬어서 반죽을 돌려 감고
피워 놓은 모닥불에 방향 바꿔 가며 살살 돌려 대면 고소한 냄새가 진동 하는 빵이 구워 진다.
독일의 스톡 브로트 가 무엇인고 하면


말 그대로 Stockbrot 스톡 브로트는 막대기 빵... 나뭇가지에 반죽을 발라서 모닥불에 구워 내는 빵이다.

스톡브로트는 독일 아이들 생일 파티할 때 애용되는 아이템 중에 하나 이기도 한데 아이들과 함께 숲으로 산책 가서 빵 반죽 끼울 나뭇가지 주워 오고 그것을 잘 다듬는다. 그 다듬어진 나뭇가지마다 빵 반죽을 바르다시피 끼워서는 모닥불에 방향 바꿔 가며 살살 구워 대면 노릇노릇한 것이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자연산 홈메이드 빵이 나온다.

어떻게?

요렇게! 빵집 빵 부럽지 않다.

우리 집 멍뭉이 나리도 그 고소한 냄새에 "나도 한입 주개" 하며 쳐다본다.

요리 맛나게 구워진 빵은 맛도 있을뿐더러 아이들이 모든 준비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단지 우리가 빵을 굽던 이날은 저녁임에도 너무 더워서 "날도 더운데 우리가 대체 뭔 짓을 하는가" 하며 헉헉 거렸지만 땀을 흘리 면서도 너무나 신나 하는 아이들 덕분에 즐거운 저녁이 되었다.

거기다가 살짝 구워낸 말랑하고 노릇한 마쉬멜로우는 입안 가득 달콤함을 선사한다.

물론 칼로리 폭탄이어서 은근 체중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오늘 운동할 때 보다 더 땀 많이 흘렸으니 퉁치는 걸로 하고 말이다.

마쉬멜로우는 아주 잠깐 불에 그을른다 할 정도로 짧게 구워야
요리 노릇노릇 예쁜 빛깔의 말랑하고 달콤한 상태가 된다.
보너스
Stockbrot 레시피

재료: 밀가루 1KG

          건 이스트 2 봉지

          미지근한 물 작은 컵

          소금 5 작은술

          설탕 3 작은술

          올리브유 5큰술

          물 500ml


1. 커피잔 정도의 작은 컵에 건 이스트 2 봉지를 잘 풀어준다.

2. 커다란 볼에 밀가루 1kg을 넣고 이스트, 소금, 설탕, 올리브유 순으로 넣고 반죽한다.

3. 수제비보다 조금 더 질척한 반죽의 농도가 되면 볼에 랩을 씌우고 30분 정도 놓아둔다.

4. 반죽이 부풀어 오르면 다시 한번 반죽을 치대어 공기를 살짝 빼고 작은 크기로 나누어 놓는다.

5. 비슷한 크기의 반죽을 동그란 공 모양으로 나누어 판에 올려놓고 다듬어 놓은 나뭇가지에

반죽을 길게 늘이며 꽈배기 비슷한 모양으로 붙이듯 돌려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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