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중희 Jan 10. 2024

악마가 달콤하게 속삭였다

오늘만… 딱 이번 한 번만..,


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 친다 는 말이 있다.

선조들은 어찌나 이렇게도 상황에 찰떡같은 말들을 쏟아 내셨는지..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예전 에도 녹녹지 않았을 인간의 삶 속에서 녹아내린 속담과 격언들에 격한 공감을 하며 무릎을 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비주얼은 절대 네버 참새가 될 수 없는 내게도 방앗간 같은 곳이 있다. 다름 아닌 감튀집. 감자튀김집..

노랗고 바삭한 감자튀김.. 음... 상상 만으로 벌써 입에 침이 고인다.


병원 일을 끝내고 집으로 가다 보면 거쳐 가게 되는 큰길에 커다란 쇼핑 센터가 하나 나온다.

그 안에는 약국, 안경집, 문방구, 마트, 꽃가게, 옷가게 등등 수십 가지의 필요한 상점들이 모아져 있다.

며칠에 한 번은 그중 한 군데에서 볼일이 생겨 자의 반 타의 반 자주 들르게 되는 곳이다.

그 안에 감튀집 있다.


 번에 쇼핑하기에 편리하게 되어 있어 주변 작은 마을에서도 찾아오는 우리 동네 쇼핑센터는 주말 전이나 공휴일 전은 주차난이 생기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전에는 주차대란으로 번지기도 한다.

하지만 평일 오후에는 찾다 보면 어디던 차 댈 곳은 나온다.


쇼핑센터 중간쯤에 위치한 감튀집은 그냥 지나 치다 보면 소시지, 고기 등이 나와 있어 마치 정육점을 연상케 한다

이곳은 내가 그리도 좋아라 하는 독일에서는 일명 Twister Pommes 또는 Curly Pommes  불리는 회오리 감자튀김을 파는 곳이다.

집은 고구마튀김도 있고 여러 종류의 감튀가 있지만 내입에 그중에 제일은 뭐니 뭐니 해도 회오리 감튀다.

우리네 옛날 통닭 같은 철봉 하는 닭도 팔고 다양한 종류의 감튀들을 고기튀김 등의 튀김류들과 섞어 파는 우리로 보자면 분식집같은 곳이다.


회오리 감튀를 너무나 애정하는 마눌의 시선을 따돌리기 위해 남편은 언제나 감튀집과 한참 먼 곳에 주차를 한다.

그러나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 치지 못하듯... 고소한 기름 냄새가 솔솔 퍼져 대고 있는 그 집을 그냥 패스하기엔 내 코의 성능이 느무 좋아 부린 것이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했던가 냄새 만으로 이미 입안 가득 바삭함이 깃드는 느낌이라니...

어쩔 수 있나... 오늘만.. 딱 이번 한 번만..이라는 악마의 속삭임 같은 비굴한 부도수표를 난발하며 다른 간식은 먹지 않겠노라 약속까지 하고 한 봉지 손에 넣을 수밖에...


4유로 20짜리 맥시 (한화로 약 6천 원가량 하는 대짜!) 따끈한 감튀를 받아 들고 명품백 득템한 것 같은 황홀한 표정의 마눌을 어이없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남편은 시동을 걸고 계셨다.

의학상식 장착한 잔소리 한 바닥 풀어 놓을 주뎅이 준비 말이다.


트랜스지방이 어떻게 콜레스테롤을 올리며 혈관 건강에 어떤 치명적인 작용을 하고... 감자의 탄수화물이 당을 올리고 거기에 마요네즈와 케첩을 섞어 만든 소스까지 곁들여 먹고 나면 지구를 몇 바퀴 돌아도 살 빠지긴 글렀고 어쩌고.. 저쩌고...


안다.. 나도 잘 안다.

건강한 식사를 해야 그나마 간신히 유지되는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도 특히나 갱년기 여성의 식단이

노후의 건강을 얼마나 좌지우지하는지... 폭풍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익히 알고 있다.


그래서 동네 장 설 때 (독일은 동네마다 작은 장이 서는데 그것을 Wochenmarkt 라부른다

독일 동네장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독일 시장에서 우아하게 브런치를...)


이 동네에서 재배된 좋은 감자 사다가 비싼 기름으로 엄마에게 물어봐 같은 독일의 유명 요리 블로그들 털어서 근사한 레시피로 최대한 비슷하게 직접 만들어 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애를 써서 만들어도 그 맛이 안 난다는 거다.

요 악마 같은 바삭한 감튀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기가 정말이지 쉽지가 않다.


우리동네 장 서는날 만나는 근처 농장표 감자들…
사진출처:독일 요리 블로그 엄마에게 물어봐

하긴 내가 그 유혹을 잘도 뿌리칠 수 있었더라면..

오늘날 이리 튼실한 두 턱과 든든한 뱃살과 대단시러븐 허벅지를 가졌겠는가? 말이다.


나도 한때는 날아갈 듯 한.. 아니 평범? 했던 때도 있었다.

이렇듯 서있기만 해도 저절로 배부른 모습으로 살아간 지는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조깅동우회에서 러닝을 했었고 달달한 젤리 과자 등의 간식을 나를 위해 장바구니에 담아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남편이 병원을 개원하고 직원을 구할 수가 없어서 함께 일을 돕다 보니 어느새 하리보 젤리 등의 간식과 친구가 되었고 초콜릿의 종류를 꿰게 되었으며(환자들이 감사의 인사로 병원에 초콜릿 선물을 자주 한다.)

회오리 감튀집 단골손님으로 등극되어 날이 갈수록 동그래지고 있다.


지난여름 몇 년 만에 얼굴을 마주한 친정엄니가 말씀하셨다 "울 딸 얼굴이 그새 이쁜 호빵이 됐네!"

그나마 호빵의 사이즈가 아직 내 얼굴보다 작은 것을 두고 위로하고 있다.


안그래도 갱년기까지 맞물려 호르몬의 장난질로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 기복이 널뛰기를 한다.

그런상황에 때마침 병원에서 만난 세상 피곤스레 구는 환자 보호자와 싱갱이를 해야 할 때면...


어김없이 입안 가득 바삭함이 떠오르며

달콤한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오늘만.. 딱 이번만..


.




매거진의 이전글 몸살감기엔 소고기 미역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