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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Dec 24. 2023

크리스마스 시장 에서 만난 산타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오매~환장 하것네 ! 소리가 절로 나온다.

월매나 비가 와 쌌는지... 장마철이 따로 없다.

어찌 된 것이 크리스마스 시장이 들어선 것과 동시에 우리 동네는 주야장천 비가 내렸다


독일에서 비 오는 날이야 일상이지만 양심은 있어 가지고 오다 말다 하지..

이렇게 하루 종일 그것도 한주 내리 비 오는 겨울은 오랜만이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전 이면 식구들 선물 산다고 시내를 다녀 봤지만 올해 처럼 우산을 줄곧 들고 다닌 기억은 없다.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어느 해는 눈이 내려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던 적도 있었고…

독일 크리스마스 시장 하면 떠오르는 따뜻한 와인 글뤼바인의 온기가 꽁꽁 언 몸을 사르르 녹여 주던 춥고 빙판이던 때도 있었다

또 어느 크리스마스 때는 겨울 같지 않게 너무 포근해 봄날씨 같던 때도 있었다


물론 그 모든 때가 거의 회색 하늘 이였지만 말이다

일조량이 턱없이 부족한 독일 겨울에 이렇게 비까지 지속적으로 내려 밖에 한번 나갔다 오면

외투며 신발이며 젖고 어느 때는 양말도 홀랑 젖어 있으니…서늘하고 꿉꿉하기

그지없다.



라쿤이 뚫어 둔 우리 집 지붕처럼 하늘도 어딘가 구멍이 났는가?

어떻게 이렇게 비가 쉼 없이 오는지..

거기다가 간간히 불어대는 바람 때문에 우산이 뒤집어지고 홀랑 젖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데..

요딴 날씨에도 시내는 선물 사러 다니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하긴 이런 날 저런 날 빼면 이 동네에서 밖에 나다닐 날이 며칠이나 있겠으며 크리스마스 가 코 앞인데 선물은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비에 젖어 미역 줄거리 같은 머리카락을 날리며 선물을 사러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돌아다녀야 하니 입에서 쌍욕이 들어갔다 나갔다 한다.


올해는 딸내미도 집에 없어서 선물 가짓수도 다른 해에 비해 대폭? 줄었다

그럼에도 빗속을 뚫고 계산대의 긴 줄을 인내하며 가족들의 선물을 숫자도 비슷하게

비용도 엇비슷하게 그들이 평소에 원하던 또는 필요한 것으로 선물을 사러 다닌 다는 것은 참말로 빡센 일이다.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란 예수님의 탄생일 이자 우리의 설명절이나 추석명절처럼 가족과 친지들 그리고 친구들이 왕래하고 선물을 주고받고 하는 명절 중에 명절이다.

그러라고 이 동네는 크리스마스가 이틀이나

되지 않겠는가?


독일의 크리스마스는 길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를 선두로 해서 12월 25일은 첫 번째 크리스마스 날이라고 빨간 날이고 12월 26일도 두 번째 크리스마스 날이라 해서 빨간 날이다.



올해는 12월 24일이 일요일 이어서 자동으로 마트며 상점들이 문을 닫는다

식당들과 카페들도 마찬가지..

우리 같으면 외식 또는 쇼핑 나온 사람들로 대목일 크리스마스에 독일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야 해서 모두 문을 닫기 때문이다


다른 날의 크리스마스이브 에는 마트도 문을 일찍 닫고 상점들도 오전에만 영업을 한다.

그래서 다른 때 같았으면 24일 오전까지 시장을 봐 두지 못하면 명절 삼일 내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번엔 크리스마스 바로전날인 23일이 토요일 이라 마트도 정상 영업이고 늦게 까지 장을 볼 수가 있다.

그나마 하루를 번 셈이다.


짬짬이 시장도 봐야 하고 선물도 사러 다녀야 하는 크리스마스 초읽기인 이 시간은 정말이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간다

시간 맞춰 발바닥에 땀나게 전투 적으로 다니려니 체력이 달려 헉헉 거릴 지경이다


이렇게 선물 고르느라 힘들게 다닐 때면

그까이꺼 크리스마스 선물 안 주고 안 받으면 좋겠네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 동네 분위기상 크리스마스에 가족 간에 선물 없이 지나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안 그래도 독일 친구들은 할머니,할아버지,고모,이모,삼촌 거기에 대모,대부까지 선물을 받는데 가족끼리 선물교환도 생략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너무 외롭지 않겠는가..

그래도 건강해서 이렇게 비 맞아 가며 선물 사러 다닌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뛸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들어 봄직한 빠빠빠 빠빰~하는 배경음악과 함께 마이크로 누군가

방송을 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아이들의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이 비 오는 날 아이들은 또 얼마나 많이 나와 있던지..


사람들의 시선이 백화점 건물 꼭대기로 향했다.

우리도 가던 길을 멈춰 서서 사람들이 보고 있는 백화점 건물 꼭대기를 올려다보았다.

멀리서도 사슴뿔 같은 것이 보였다.

"여러분은 아주 운이 좋은 사람들이에요 이제 몇 분 후에 여러분은 누군가를 만나게 됩니다!"

라는 내레이션을 들을 때부터 눈치챘었지만..

작년 인가 재작년 인가부터 우리 동네 크리스마스 시장에 새로이 등장한 루돌프 사슴코와 하늘을 나는 산타 할배 되시겠다.


우리 동네는 프랑크푸르트나 베를린 같은 대도시가 아니다.독일의 중소 도시에서는 7층 차리도 제법 높은 건물에 속한다.

7층 건물 옥상에 설치되어 있는 썰매가 보였고 어디선가 들려오던 목소리는 모두 에게 큰소리로 산타 할아버지를 불러 보라고 했다


독일에서 산타 할아버지는 Weihnachtsmann 바이낙트만이다

아이들이 함께 바이낙트만!을 힘차게 따라 부르며 소리를 질러 대니 마이크에서는 "쉿쉿쉿 가만가만 나 그의 소리를 들은것 같애!"라고 이야기했고 그때 거짓말처럼 머리 위로 방울 소리를 내며 루돌프 사슴이 이끌고 산타 할아버지가 타고 있는 썰매가 하늘을 날았다.


그 순간의 아이들의 숨 죽은 기다림과 믿을 수 없다는 눈동자와 표정이 너무 생생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마치 진짜 산타 할아버지를 보고 있다는 확신에 찬 귀여운 모습들은 지켜보는 모든 이들을 덩달아 즐겁게 했다

우리 집에 50이 넘은 아이도 우리 가까이 머리 위로 하늘을 날던 루돌프 사슴코와 산타 썰매를 바라 보며

"바로 위에 똥싸는거 아니냐?"ㅋㅋㅋ 해 가며 실감 나했으니 말 다했지 뭔가

그 덕분에 땅에 물이 고여 질척 거리던 길이 반짝이며 예뻐 보였고 빗물 뚝뚝 흘려 가며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마음이 한결 즐거워졌다.

왠지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가 된 것처럼 말이다.


To 사랑하는 독자님들

모두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즐겁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기를 바라며

제가 만난 크리스마스 시장 표 하늘을 나는 산타 할배를 선물로 보냅니다.

이 짧은 영상을 통해 기분 좋은 순간 만나시기를 바랍니다.  


독일에서 김중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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