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변신은 무죄
며칠째 눈이 비 오듯 내렸다. 하루 종일 부슬부슬...
하늘에서 마치 그동안 눈구경 시켜 주지 못해 몹시 미안했다는 듯이 끊임없이 내렸다.
바깥온도가 영하 7도 8도를 넘나 들고 있으니 하얗고 포근한 눈은 금세 쌓여 갔다.
크리스마스 전 집 앞에 택배 박스 쌓이듯 하얗고 몽실 몽실한 눈이 치우고 나면 언제 치웠냐?
싶게 또 쌓이고 다시 쌓인다
그렇다고 그대로 놔둘 수도 없으니 또다시 커다란 눈삽을 들고 길 뚫으러 출동이다.
독자님 한분이 알려 주신 제설 작업이 힘든 군인들이 눈을 보고 악마의 똥가루
라고 부른다 했던 것이 떠올라 혼자 킥킥 대며 웃었다.
얼마나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으면 그렇게 이야기하겠는가..
독일 주택가 큰길에서 커다란 삽을 들고 하얀 귀마개 끼고 키득 거리며 삽질하고 있는
동그란 생명체를 발견했다면 김자까 구나 하시면 되겠다.
뉴스의 일기예보에서는 연신 폭설과 빙판길을 예고했다.
기상 전문가 들이 될 수 있으면 집에 있기를 간곡히 호소하더라는 멘트와 함께...
나도 될 수 있으면 집에 있고 싶다만 일을 가야 하니 어쩌겠는가..
세상에 이것 따지고 저것 따지고 쉴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제때 겨울 타이어로 바꿔 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조심히 다녀야겠다 하고 있는데..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드르륵 한다.
반대표 학부모 중 한 명 에게 단체톡이 들어왔다.
날씨 때문에 휴교한다는 교장선생님의 메시지였다.
그 소식을 전하니 우리로 고1인 막내는 그 큰 키에 엉덩이를 씰룩되며 짱구 같은 춤을
추어 댔다.
귀여븐 것 저리 좋을까...
개학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또 휴교를 하네.. 속으로는 너네는 공부는 언제 하니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덩치만 컸지 아직 어린아이 같은 막내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났다.
2월 초가 되면 중간 성적표를 받게 되는 독일 학교 들은 이제 한 학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이다.
시험 볼 것도 몇 과목 남지 않았을 테고 숙제도 많지 않을 텐데..
그럼에도 학교 안 가도 된다 하니 저렇게 뛸 듯이 신나 하다니.. 덩달아 즐거워진다.
기왕 날씨 덕분에? 놀게 된 막내를 위해 그럼 뭔가 간식을 좀 만들어 줄까? 싶었다.
지난번 마트에서 사둔 사과가 생각났다.
매직스타라 쓰여 있던 사과는 1박스에 10개 담겨 있는 세일 이벤트 품목이었다.
사과는 겉껍질이 조금 투박하게 보였지만 빨갛고 알이 굵고 신선해 보였다.
독일에서 재배된 것으로 2kg 한 박스에 3유로 99센트 한화로 약 6천 원가량 하니 가격도 착하다.
고민할 것 없이 장바구니에 담았다.
혹시라도 보기 보다 맛이 없더라도 사과의 쓰임새는 많지 않은가.
그런데 먹어 보니 두 가지 종류의 사과를 교접한 교배종이라 그런지...
요나골드 나 핑크 레이디 같은 사과 보다 식감도 더 아삭하고 향도 진하고 맛도 달콤하니 좋았다.
머릿속으로 사과로 할 수 있는 수많은 간식들이 떠다녔다.
그중에서 일단 집에 재료가 모두 있고 최대한 간단하고 빠르게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건 바로바로~~
설탕과 계피 가루를 넣고 조린 사과를 페스트리 생지에 넣고 예쁘게 싸서 오븐에 구워 먹는 사과 주머니 아팔타쉔 이라 Apfeltaschen 부르는 독일식 사과 파이다.
계피향 안은 달콤한 사과와 페스트리 생지로 만든 바삭한 사과 파이를 굽기로 했다.
자, 그럼 사과파이 만들러 함께 가보실까요~!
사과파이 재료
사과 3-4개 (큰 것은 3개 작은 것은 4개)
버터 1큰술
반죽 275g(독일에 계신 분들은 Blätterteig 사용하시고, 한국에 계신 분들은 페스트리 사각 생지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설탕 1큰술(사과가 달고 설탕을 적게 넣고 싶은 분들은 1/2 큰술로 줄여도 됩니다)
또는 바닐라 슈거를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250ml 사과주스(마트에 나와 있는 사과주스 넣으셔도 되고요 집에 사과 여유 분이 있다면 직접 믹서기로 갈아서 넣으면 더 맛납니다. 물론 이도저도 없으면 그냥 물 넣으셔도 괜찮습니다.!)
계핏가루 1/2 큰술 (계핏가루를 취향 따라 더 적게 또는 더 많이 넣을 수 있습니다.)
2큰술 전분
계란 1알
*집에 레몬즙이 있다면 1/2큰술 넣어도 좋고 없다면 생략하셔도 무방합니다.
재료도 뭐 별거 없고 간단하쥬?
자, 다음은 만드는 방법 갑니다~~!
1. 사과의 껍질을 까고 잘게 자릅니다. 모양 상관없이 작게 잘라 주시면 됩니다
2. 잘게 자른 사과를 냄비에 넣고 정량의 버터와 설탕 계핏가루를 잘 섞어 줍니다.
고루 섞인 사과에 사과주스를 넣고 중간중간 저어 가며 약한 불에 조립니다.
3. 자작자작 조린 사과에 전분가루를 잘 섞어 마무리해 줍니다.
약한 불 위에서 몇 번 더 저어준 후에 불을 끕니다.
(전분은 조린 사과를 소스처럼 잘 엉기게 도와주어서 반죽에 넣을 때 흩어지지 않게 해 줍니다)
4. 짜잔~! 사과 파이 안에 넣을 사과소 준비가 요렇게 끝났습니다
때깔도 예쁘지요~!
5. 그릇에 사과 조린 소를 잘 담아 둡니다.
6. 사과 소가 담긴 그릇을 옆에 두고 이번엔 페스트리 생지를 펴고 여덟 쪽으로 나눕니다.
*미리 냉장고에 준비해 둔 반죽이라 펼 때 조심히 폈는데도 가장자리가 조금 찢어지기도 했지만
오븐에서 구워 내면 멀쩡한? 비주얼로 돌아옵니다.ㅎㅎ)
**마트에서 반죽 다 되어 있는 Blaettertig 은 반죽 (페스트리 사각 생지 ) 이미 켜켜이 되어 있는 것이라
다시 밀대로 밀어 펴거나 하면 그 결이 망가지니 그냥 손으로 살살 펴서 그래도 사용합니다.
***집에서 직접 만드는 페스트리 반죽은 다른 요리에서 공유합니다.
7. 여덟 쪽의 생지 위쪽을 포크나 빵칼로 다섯 개 정도의 칼집을 냅니다.
8. 그리고 계란을 풀어 둡니다.
*네모난 생지 한 칸이 사과파이 하나가 됩니다.
9. 풀어둔 계란물을 붓에 묻혀서 네모난 생지 가장자리를 한 번씩 붓질합니다.
10. 칼집을 낸 곳을 위쪽으로 하고 중간쯤에 사과소를 얹어 두고 계란물 뭍은 생지를 아래 위로 접어
눌러 줍니다
**아래 먼저 그다음에 위쪽을 그위를 덮듯이 접어 줍니다.
11.조린 사과를 넣고 계란물 뭍은 생지를 위에 설명 대로 접으면
사과 파이 모양이 요렇게 나옵니다.
12. 남은 계란물을 모양만 완성된 아직 익지 않은 사과 파이 위에 골고루 발라 줍니다.
13. 그렇게 준비가 끝난 사과 파이를 오븐에 넣고 익힙니다.
*175도에서 15분에서 20분가량 고운 갈색이 나오게 구워 냅니다.
오븐마다 성능이 달라 시간 차이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짜잔~! 엄마표 독일식 사과파이 완성~!
먹음직 스럽지요?
하얀 슈거 파우더 솔솔 뿌린 사과파이는
눈 오는 날을 닮았어요
따뜻하게 데운 우유 한잔 또는 커피 한잔에
계피향이 사과파이는 환상적 입니다.
Guten appetit! 구텐 아페티트 맛있게 드세요
겨울을 담은 사과 파이~~
사과는 필수! 슈거 파우더는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