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중희 Jul 05. 2024

과일 꽂이와 독일 학교 그릴파티


강렬하게 쏟아지는 햇볕이 땅 위에 것들을 녹여낼 듯 뜨겁던 6월 어느 월요일이었다.

푸른 풀밭 앞으로 강물이 흐르는 곳에서 여름을 제대로 만끽? 하며 그릴 파티를

했다.

솔직히 맘 같아서는 집에서 시원한 차림으로 누워 자고 싶었다.

온도는 올라갈 데로 올라가 무덥고 가만 앉아 내쉬는 숨소리조차

뜨겁고 몽롱했다.


그러나 병원일 끝나자마자 헐레벌떡 준비해서 피곤한 눈을 부릅뜨고

뜨끈한 야외로 나가야 했다.

우리 집 막내의 학교에서 송별회 겸 그릴파티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로 하면 고1인 10학년 아이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학부모들 함께

모여 송별회 겸 그릴파티를 하고 캠핑을 하기로 한 날이다.

장소는 학교 보트 하우스 시간은 오후 17시


독일의 공립 김나지움 (우리로 인문계 고등학교) 에는 조정을 배울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는 학교들이 많다.

여러 명이 긴 배를 타고 노를 저어 가는 영어로 Rowing이라 부르는 그 조정 말이다.

학교 와는 조금 떨어져 있는 강가에 마련된 마치 보기에는 산속에 있는 산장 같이 생긴

건물에 커다랗게 학교 이름이 써져 있는 이곳은 보트 하우스다


보트 하우스 1층 에는 평소에 아이들이 Rudern(Rowing)을 배우는 배와 용품들을

넣어 두는 커다란 창고가 있고 계단 올라간 2층에는 날씨가 안 좋을 때 안에서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강습실 들과 행사를 할 수 있도록 넓은 공간이 있다.

그 공간 맞은편으로 작은 주방이 있고 복도에 냉동고와 냉장고 가 있고

그 복도를 지나 각각의 남녀 탈의실과 샤워실 그리고 화장실들이 나란히 들어가 있다. 보트하우스 앞으로는 저 푸른 초원과 그림 같은 강이 흐른다.


참여할 수 있는 모든 인원이 모인 시간...

시간은 이미 오후 5시가 너머 6시가 되어 가고 있었다. 햇볕은 좀처럼 들어갈 기미가 보이 지를

않았다. 노천카페에서도 햇빛 넘치는 자리를 선호하는 독일 학부형들이

앉을자리를 그늘로 옮겨 앉을 지경 이 되었지만..

우리는 저녁을 위해 커다란 단체 그릴기 에 숯을 넣고 불을 붙였다.


참여할 수 있는 모든 인원이 모인 시간...

시간은 이미 오후 5시가 너머 6시가 되어 가고 있었다. 햇볕은 좀처럼 들어갈 기미가 보이 지를

않았다. 노천카페에서도 햇빛 넘치는 자리를 선호하는 독일 학부형들이

앉을자리를 그늘로 옮겨 앉을 지경 이 되었지만..

우리는 저녁을 위해 커다란 단체 그릴기 에 숯을 넣고 불을 붙였다.


우리로 하면 고1인 김나지움 10학년에 다니고 있는 막내는 이제 학급이 없어진다.

11학년이 되는 가을부터는  독일의 수능인 아비투어를 준비하기 위해 원하는 선택과목에 따라 LK라는 코스가 실행되기 때문이다.

(*독일의 학교와 학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다시 자세히 나누 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가을부터는 학급이 사라진다.


담임선생님인 프라우 레겟 도 부담임 선생님인 헤어 링케도 새로운 친구들을 맡게

될 것이고 같은 반 친구들도 각자 선택한 선택과목에 따라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 학교를 옮기는 아이들도 있다 대학을 목표로 하는 아이들이 김나지움에

가지만 10학년이 끝나고 대학이 아닌 직업의 세계로 가기 위해

직업학교 교육과정으로 들어가는 아이들도 더러 있고 아비투어를 위한 선택과목이

학교에 없거나 여러 가지 다른 이유로 학교를 옮기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요 이야기도 다음번에 더 자세히)


송별회를 겸했지만 분위기는 마냥 통통 튀는 밝은 파티였다.

학부모들은 그릴 파티까지만 같이 하고 그 이후에는 아이들과 선생님 두 분만 남아

그곳에서 캠핑을 한다. 그 며칠 전부터 짐 챙기며 준비하느라 아이들은

무척이나 설레어했다.

무엇을 해도 친구들끼리라면 한참 재미날 나이가 아니던가

풀밭에 텐트를 치면서도 폴대가 생각처럼 쉽게 꽂히지  않아도 까르륵..

가져온 슬리핑 백과 침구등을 가져다 두면 서도 까르륵..

텐트의 지붕이 될 곳이 옆으로 스르륵 넘어 가도 까르륵...

아이들은 연신 웃어 채친다.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흐르는 풀밭 가운데 에는 길게 놓인 테이블 위에는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들고 온 음식으로 어느새 뷔페 상이 차려졌다.

저녁 메뉴가 그릴이고 늘 그렇듯 각자 먹을 고기와 그릇 등은 각자 챙겨 간다.

그리고 며칠 전 학부모 단톡방에 공지가 하나 떴다.

뷔페상에 놓고 나눠 먹을 핑거푸드를 환영한다고 말이다.

뭘 해가나... 너무 더워 손하나 까딱 하기 싫은 날인데..

고민하는 사이 렌하트 엄마가 토마토 모자렐라 꽂이를 해가겠다고

톡을 날렸다.

이런 내가 하려고 했는데.. 선수를 뺏겼다.. 그럼 뭘 하나...


보통 같으면 손이 많이 가고 힘이 들어도 언제나 한국요리를 해 갔다.

야채 전을 부쳐 잘게 잘라 간다거나 만두를 빚어 튀겨 간다거나

잡채를 해간다거나 김밥을 말아 간다거나 등등..

그런데 그 주는 정말이지 너무 더워서 지지고 볶고 끓이고 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뭐가 되었든 불을 켜지 않고 나눠 먹을 수 있는 것을 고민했다.

그래, 알록달록 예쁘게 과일 꽂이를 해가야겠다

하고 마트에 가서 과일 장을 봤다.

때마침 배구공 만한 작은 수박이 한 알에 1유로 천사백 원 꼴로 세일이 나와 있었다.

독일도 물가가 쭉쭉 계속 올라가고 있지만 아직 까지 과일과 채소 값은 그럼에도

괜찮은 편이다.


그릴파티에 잘 어울리는

알록달록 비타민 충전 과일 꽂이 준비:


수박 두 개 담고 세일 나온 납작 복숭아도 7개 에서 8개 들어가 있는 게 1유로 49 니 담고, 딸기도 500g 한팩에 1유로 59, 파인애플도 하나에 1유로 39 씨 없는 포도가 키위 세 개와 블루베리까지 담으니 장바구니가 꽉 찼다.

다 합쳐서 10유로가 살짝 넘어간다. 약 만오천 원으로 근사하게 과일 꽂이를 만들고 나머지는 먹으면 되니 만 오천의 행복 이려나?

과일 꽂이는 썰어서 각각 그릇에 따로 담고 나무꽂이에 꽂기만 하면 되니 누구나 할 수 있고 앉아서 너튜브 틀어 놓고 힘 안 들이고 만들 수 있어 더운 날에 딱이다.


과일을 잘 씻어서 크기 비슷하게 썰어 각각 담아 두고 색감에 맞춰 꽂아 주기만 하면 된다.

제일 처음 굵은 은행알 같은 초록의 달콤한 포도알을 꽂고 그다음은 작은 바둑알 같은 부드러운 블루베리 두 알 그리고 시원한 빨간 수박 그다음은 달콤 새콤 복숭아 그 위에 노랑 파인애플 다음에 초록 키위를 꽂고 빨간 딸기로 마무리하면

짜짠~요렇게 알록달록 어여쁜 과일 꽂이 완성~!

눈도 입도 달짝지근하고 달달해진다. 행복 지수 뿜뿜!


학부형들이 가져온 뷔페상 에는 손수 구운 빵 들부터 각종 샐러드, 여러 종류 누들샐러드, 토마토 모자렐라 꼿이, 부르쉐타, 머핀 등등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내가 가져간 과일 꽂이도 한자리 차지 했고 다행히 과일을 가져온 사람이 없어서 겹치지 않아서 그런지 불티 나게 나갔다.

더웠지만 모처럼 야외에서 그릴 고기와 여러 가지 샐러드를 곁들여 맛난 저녁을 먹었다.

우리끼리였다면 네버 그날씨에 불을 피우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오래된 학부형들과 한참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독일의 많은 김나지움은 5학년부터 13학년까지 있다 (*G8 인 학교들은 12학년까지)

우리처럼 매년 반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5학년부터 10학년 까지는 학급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렇게 5년을 함께 보내다 보니 아이들끼리 친한 경우 학부형 들끼리도 친하고

왕래가 잦아서 가족 같은 느낌이 들고는 한다.

선생님들도 보통 이삼 년 이상은 담임을 맡아 주신다. 그래서 두 선생님이 모두 삼 년 넘게 아이들과 함께 하셨다. 한마디로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기분 이 든다고나 할까?


끝으로 아이들이 줄을 서서 각자 준비한 꽃 두 송이를 한 명 한 명 두 선생님께 각각 드리는 시간이 왔다.

모든 아이들이 다 드리고 나니 두 선생님들 품 안에는 커다란 꽃다발이 안겨 있었다. 

뒤이어 거기에 답하는 레겟 선생님의 편지 낭독이 있었다."요만하던 너희들이 이렇게 클 때까지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앞으로의 너희들의 시간을 축복하고 응원한다!"내용이었다.

선생님의 편지 안에는 중간중간에 모두 웃을 수 있는 아이들의 일화들이 양념처럼 들어 가 있었지만 

지난 시간들을 담은 편지 내용을 들으며 눈가가 촉촉해진 학부형들도 더러 있었다.

여로모로 몸도 맘도 노골노골 땃땃해진 여름날 밤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봄 내음 가득한 독일의 그린소스와 남편의 선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