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중희 May 07. 2023

사춘기 아들과 만든 바나나 파운드케이크

달달한 주말 레시피


주말 오후 사춘기에 절정을 달리고 있는 막내와 함께 바나나 파운드케이크를 구웠다

아이는 평소 주말이면 주로 지방 침대 위에서 핸드폰이나 노트북으로 친구들과 채팅을 하던 온라인으로 게임을 하던 했었고 아니면 친구들과 운동을 갔을 테다.

과일이라도 가져다주려고 방문을 열면

눈고리가 세모꼴이 되며 지금 친구들과 통화 중이라며 눈빛으로 빨리 방에서 나가 달라는 무언의 압력을 행사? 하고는 했다.

그런데 뭔 바람이 불었는지 주방으로 내려와 간식을 만들고 싶다는 거다.

아마도 조금 출출했었나 보다.


다른 때 라면 어중된 오후 시간이라 "좀 있음 저녁 먹을 시간인데 꼭 간식을 먹어야겠니?"라고 했을 텐데..

반가운 마음에 얼른 바나나 케이크를 굽자고 했다.

막내는 지난번에 누나가 만들어 주었던 맛난 케이크 맛이 떠올랐던지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이렇게 주방에 서서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얼마만 이던가...


엄마보다 한참이나 작던 어릴 적의 막내는 곧잘 주방에서 요리도 같이 하고 설거지도 돕고 많은 시간을 함께 했었다.

엄마 닮아 먹는 것도 요리도 좋아하던 막내는 김밥을 만다거나 만두를 빚는 일들은 형아와 누나 보다도 잘해서 놀래 키고는 했었다.

그 소중한 시간들 덕분에 큰아이들이 집을 하나둘 떠나고 난 후의 허전함을 달랠 수 있었다.


그러던 막내가 이제는 올려다보아야 할 만큼 컸다고 자기 방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사실 아이가 커가며 당연한 성장 수순이고 사춘기의 아이는 한창 예민할 때이며 친구들과의 시간이 더 중요할 때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왠지 못내 섭섭하고 그 시간들이 그리웠다.


아들과 함께 주방에 서서 재료들을 꺼내며 케이크 구울 준비를 하고 있자니 마치 볼이 통통하던 그때로 돌아간 듯 몽글몽글 해졌다.

주방 찬장 선반 높은 곳에 얹어 두었던 저울도 막내는 손쉽게 꺼내주고 필요한 것들을 척척 들고 온다.


때마침 바나나 케이크에 딱 맞게 푸익은 바나나도 있고 함께 넣을 호두와 과일 중에 잘 익은 복숭아도 있다.

바나나가 검정 점들이 보이며 폭 익어야 당도가 높아지고 잘 부서지기 때문이다. 물론 건강에 더 좋은 것은 덤이고 말이다.

딸내미의 바나나 케이크 오리지널 레시피에는 블루베리였지만 우리는 단내가 폴폴 나는 복숭아도 충분히 잘 어울리듯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요리에 관심이 많고 엄마와의 시간을 좋아하던 어릴 때처럼 반죽을 저울에 계량해야 할 때도 계란을 깨트려 준비해야 할 때도 복숭아를 잘라야 할 때도 호두를 잘게 부숴야 할 때도... 바나나를 으깨야할 때도...

이것저것 해야 할 일들에 "엄마 내가 할게!"를 연신 외쳐댄다 이제는 콧수염이 숭숭 나고 굵은 목소리로 말이다.

키도 크고 손도 큰 아들은 뭐든 금방 뚝딱이다.

손만 보아도 어릴적의 막내와 지금의 막내는 많이 다르다 ㅎㅎ

바나나 파운드케이크 레시피

재료 준비

푹익은 바나나 4개

계란 2개

버터 녹인 것 또는 식용유 70ml

베이킹파우더 1큰술

중력분 200g

바닐라 슈가 1큰술 (바닐라 슈가 대신 흑설탕과 계핏가루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흑설탕 또는 설탕 50g

소금 한 꼬집

호두 한주먹

복숭아, 또는 블루베리, 또는 사과 한주먹 * 사실상 집에 있는 모든 과일이 가능합니다.



만드는 방법

1. 작은 볼에 껍질 벗긴 바나나를 포크나 숟가락으로 잘 으깨 준다.

2. 바나나가 알맞게 으깨 지면 분량의 계란을 넣고 잘 섞어 준다.

3. 그다음은 분량의 밀가루, 설탕, 바닐라 슈가, 등을 넣고 잘 섞어 준다.

*이때 믹서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요리용 거품기나 큰 숟가락으로 천천히 저어 줍니다.

잘 익은 바나나와 복숭아에서 충분한 수분이 나오기 때문에 물이나 우유 등을 따로 넣지 않습니다.

분량의 재료들이 잘 섞이면 케이크 반죽 속으로 잘라둔 복숭아와 호두를 퐁당퐁당 투하한다.


복숭아와 호두가 반죽과 잘 섞이고 나면 준비된 빵틀 안에 부어 준다.

그리고 반죽 위로 커다란 호두를 얹어 준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예열된 오븐을 180도로 맞추고 50분간 구워 낸다.

*굽는 시간은 오븐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중간에 익었는지 나무 꼬챙이를 찔러보아서 밀가루가 묻어 나오는지 확인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바나나 파운드케이크는 준비할 재료도 많지 않고 만드는 과정이 세상 간단한 대신에

굽는 시간이 길다.

우리 집 오븐에서는 180도 에서 50분가량 구워 내면 멋지게 골드 브라운 색을 내며 달달한 향을 풍기는

바나나 파운드케이크가 완성된다.

물론 중간에 긴 나무 꼬챙이로 살짝 찔러보고 속까지 다 익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은 필수이지만 말이다.


케이크가 구워 지기를 기다리며 막내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요즘 아이들이 재미있게 보고 있는 챌린지, 웃기는 영상 등을 틱톡으로 보며 시간을 보냈다.

 가득한 주말 달달한 냄새가 집안 가득  콤한 오후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편의 비상금과 밀도 짱짱 파이팅 김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