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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Dec 30. 2022

한 지붕 10명의 대환장 삼시세끼

그들의 크레이지 뷰티플 크리스마스


요 입이 문제였다. 그 거이 무슨 소리인고 하면 지난번 남편의 생일을 맞아 딸내미가 살고 있는 베를린 에 갔을 때였다.

딸내미의 가장 친한 친구들을 만나 함께 점심을 맛나게 먹었다.

친구들은 모두 베를린에서 태어나 가족과 일가친지 모두 베를린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다 한마디로 베를린 토박이 베를리너 들이다.

그렇다 보니 그동안 딸내미는 알게 모르게 자주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었다.

가령 아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들어가기 전 2주가 떴다.

그전에 살고 있던 집에서 이사를 나와야 하는데 나오고 들어 가는 날짜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학기가 끝나지 않아 집에 와 있을 수도 없고 짐들은 친구들이 나눠서 맡아 주기로 했지만 당장 2주 동안 지낼 곳이 없었다.

아이가 있을 곳을 찾아준 친구들 덕분에 그중 어느 이모님 댁에 2주를 가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안되면 유스호스텔이나 에어 비엔비 도 생각 하던 중에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사하기 전 경찰이 왔다 갔던 그 사건 이후 매일 딸아이가 집에 오가는 길을 친구들이 교대로 동행해 주었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소소한 일상 속 딸아이의 베를린 혼삶에(혼자삶? 젊은이들의 말 줄임을 따라 하고 싶었던 아줌마!ㅎㅎ) 친구들은 무한 의지가 되어 주었다.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스페인식 메뉴 해물 대표 요리 파에야와 감자 로 만든 에피타이저 파타타스 브라바스 와 두가지 소스 그리고 새콤달콤 과일 샐러드

그날, 사진과 영상통화로 만났던 아이들을 실제로 만나니 고맙고 좋은 마음이 두 배가 되었다.

그래서 점심 한 끼 사는 걸로 왠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진심으로 아이들이 내년 여름 방학쯤 우리 집으로 놀러 오기를 바라서 초대를 했다.

우리 집에 놀러 오라고 한국음식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고 먹여 주마고 말이다.

모두가 환호했고 여기 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한 아이가 크리스마스 때 가면 더 좋겠다고 했다.


나는 웃으며 언제 와도 환영한다며 단지 너희 들이 추운 것에 적응할 자신이 있으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이아이들이 크리스마스 때 진짜로 우리 집에 놀러 오게 되리가 상상도 못 했다.

왜냐하면 독일에서 크리스마스는 주로 가족과 함께 보내고 일가친척들, 친구, 지인들 서로 방문하는 우리로 보면 추석 또는 설명절 같은 분위기 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12월 25일 점심 떡볶이와 주먹밥,요리 하느라 찍어 둔 사진이 없어 다른날 아침, 점심 사진들이 없습니다 그냥 상상해 주세요 카레,볶음밥, 김밥, 만두, 짜장면등..
12월 25일 저녁 송이 버섯 들어간 철판 불고기 와 열무김치 그리고 야채 샐러드 와 쌈

그것은 독일 크리스마스는 길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라 하면 24일 크리스마스이브부터 25일 첫 번째 크리스마스를 지나 두 번째 크리스마스 인 26일까지가 모두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보통 24일 25일은 가족과 함께 그리고 26일은 일가친척 또는 친구들을 방문한다.

그런데 친구들은 가족도 일가친지도 대부분 베를린에 살고 있다. 평소 에도 자주 만나니 크리스마스 라고 해서 길게 만날 이유가 없었던 거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인데도 우리 집으로 놀러를 올 수가 있었던 거다

게다가 젊은 아이들에게 추위는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오마이 갓뜨 진짜로 크리스마스 때 손님을 받게 될 줄이야


그렇게 크리스마스에 4명이 자동차를 타고 베를린에서 우리 집으로 오기로 했다.

이놈의 주둥이 그날 아무 때나가 아니라 꼭 여름에 오라고 했어야 했는데..로 시작하는 구시렁이 랩처럼 쏟아졌다.

그나마 10명이 아니라 4명이 온다고 하니 감사해야 하나 어떻게 재우고 뭘 먹이나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우리 집은 독일의 오래된 집이라 겨울이면 외풍도 세고 춥지만 여름이면 시원하고 무엇보다 공간이 넓다.

막내의 생일 파티 중에는 스물이 넘는 아이들이 초대되어 캠핑하듯이 여러 방에 나뉘어 슬리핑 백 깔고 잔 적도 있었다.

여름이라면 그 모든 게 가능하며 캠핑하듯 재미있다. 문제는 추운 겨울이니 방과 침대를 잘 나누어야 한다는 거다.

100년이 넘은 집의 오래된 난방기들은 언제 어디서 서프라이즈를 날려 줄지 모르니 말이다.

안 그래도 우리 집에 떨어진 코로나 폭격으로 몇 주간 청소도 제대로 못하고 살았고 그동안 크리스마스 준비고 뭐고 장도 제대로 봐 두지 못했다.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12월 26일 안동찜닭과 간장,고추장 소스 와 비빔밥
요리 하느라 사진 찍을 틈이 없어 아이들이 찍어 놓은 사진만 가지고 올리려니 끼니와 간식 사진 등이 아쉽게도 많이 빠집니다.

일단 메뉴를 짜고 매일 병원 퇴근과 동시에 장을 보러 다녔다.

그렇게 며칠 시장을 넉넉히 보아 둔 덕분에 한 지붕 아래 아홉 명이 며칠 지지고 볶고 해도 충분할 만큼의 식재료를 구비해 두었다.

손님들이 오고 뭐든 만들기만 하면 되도록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놈의 청소가 진도가 안 나가는 거다 각자 방을 치우고 남편과 아이들이 도와 욕실들과 거실 층계 그리고 주방 공간을 치우는데 우리끼리 있을 때는 전혀 상관없던 것들도 손님들이 온다니 그냥 놔둘 수도 없고 치우자니 체력이 달려서 허덕였다.

역병을 앓은 이후로는 아무리 비타민 잘 챙겨 먹고 푹 쉬어도 체력이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은 빤한데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답답해서 쉬이 짜증이 일었다.

그러다 문득...

누가 청소 검사 하러 나오는 것도 아니고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아무리 깔끔 떠는 사람도 365일 깨끗할 수 있나 그냥 대충 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사뿐히 내려놓고 나니 다시 마음 안에 즐거움이 들어찼다 이게 얼마 만에 손님 초대 인가 말이다.

룰루랄라 쉬엄쉬엄 쓸고 닦고 있는데 딸내미가 말했다.

"엄마 애들이 벌써 출발해서 점심쯤에 도착할 것 같데!"

오우쒯 비상이다. 청소하느라 식사 준비는 되어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대도시의 여기저기 사는 네 명이서 모여서 여기까지 자동차로 오려면 저녁이나 돼야 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아이들은 무슨 대학 엠티 가듯 아침 8시 30분에 모여 출발을 했다는 거다.

공휴일이다 보니 아우토반도 뻥뻥 뚫려 이제 우리 동네 근처인 괴팅엔이라는 도시를 지났다는 문자를 친구들에게 딸내미가 받았을 때 즈음이었다.


한참 눈썹이 휘날리게 점심 준비를 하다가 하이쭝이라 불리는 난방기 히터 위에 올려 둔 빈컵이 보여서 그거마저 치워 가며 하려고 들었다 그 순간 소파 뒤로 떨어뜨렸다.

뭐 허구한 날 흘리고 떨어 뜨리고 하니 뭐 새로울 것도 없다만 바쁠 때는 꼭 이런다며 나무 타는 타잔처럼 소파 위에 앉아서 그 바닥에 떨어진 컵하나 주우려고 구부렸다

그러나 배는 나오고 팔은 짧은 신체 조건상 닿지를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소파와 스팀 사이의 공간으로 파고 들어가 소파를 앞쪽으로 밀고 컵을 주워 다시 나오려는데 발바닥에 뭔가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물이었다

분명 빈컵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스팀기 주변 바닥이 모두 젖어 있었다.

마치 비 오는 날 천장에서 물 떨어지듯 하이쭝 스팀기 안에서 물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급하게 그 밑에 통하나를 받쳐두고 모르고 있었다면 물바다 될 뻔했네 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계란다섯개로 양을 불리느라 얇게 져몄더니 흩어진 계란 말이 ㅎㅎ
12월 27일 부대찌개 백반 계란말이,무생채,야채전,감자조림 그중 계란말이는 양불리기 시도 ,간식해 먹이고 김밥 지단에 들어 가고 볶음밥에 씌워주고 했더니 계란이 달랑 다섯개만 ㅎ

베를린에서 친구들이 도착하고 급하게 준비한 점심을 먹이고 있는데 헬빙 아저씨와 젬케 아저씨가 왔다.

얼마나 반갑던지 이분들은 우리가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전 공사부터 맡아해 주셨던 기술자 들이다.

우리와는 십 년 지기 친구 같은 분들이다.

집에 뭔가 문제만 있으면 이 두 분에게 연락을 하고 의논하고 했었다.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를 온 것이었는데 마침 하이쭝에 문제가 생기다니 말이다

헬빙아저씨가 난방기 담당 기술자다.

안 그래도 연휴 지나고 연락을 해 보아야겠다 했는데 이렇게 우연히 와 주니 고마울 수밖에..


헬빙아저씨는 그렇게 인사 왔다 하이쭝 응급 처리를 해주고 그다음 날 공사를 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날 3층에 딸내미 방에서 세명 그리고 큰아들 방에서 두 명 나누어 잤던 친구들과 딸내미는

자던 중에 냉방에서 자게 되었다.

새벽부터 갑자기 3층 전체에 난방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랴 부랴 다음날 꽁꽁 얼은 아이들 따뜻한 것 먹여 온천 수영장 부터 보내고 감기 걸리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우리의 헬빙아저씨는 거실과 3층을 오가며 동시에 고장 난 난방기를 고쳐 주는데 전력을 다해 주었다.

아저씨 덕분에 일사천리로 정리가 되었지만 공사는 이틀이 소요되었고 삼박사일 있었던 손님들과 겹쳐져 마치 이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설날 큰집에 일가친척들이 다 모였는데 오래된 집이라 어딘가 고장 난 것이 있어서 식구들이 함께 밥 먹고 뚝딱뚝딱 고치고 고돌이 치다 뭐 나르고 하는 그런 분위기 말이다.

다행히 아이들은 이 정신없는 와중에도 게임도 하고 비머로 영화도 보고 재미있어해 주었고 나는 즐거이 삼시 세 끼에 간식 해대느라 신이 났다.

신기한 것이 그렇게 체력이 땅바닥을 꽂으면 서도 요리 하다 보니 힘이 나더라는 것이다

아마도 맛나게 먹는 모습이 약이 되어 주었던가 보다.


친구들은 매운 떡볶이도 물 마셔 가며 맛있어했고 김밥, 어묵국, 전, 불고기, 비빔밥, 안동찜닭, 카레, 부대찌개, 호떡, 붕어빵,..등등 뭐든 해주는 대로 잘 먹었다. 한국산 가스버너와 불판,전골냄비들이 열일을 했다.

덕분에 친구들은 한국음식 정말 맛있다며 감탄을 했다. 예의상이 아니라 진심으로 말이다.

바닥까지 삭삭 긁어먹고 남은 빈 그릇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우리의 헬빙 아저씨는 원래도 우리 집에서 자주 식사를 해서 한국음식도 잘 알고 좋아한다.

김칫국물 원샷 때리는 독일사람은 내 한식 강습에서도 자주 만나지 못한 경우라 하겠다.

아저씨도 우리와 함께 식사도 하고 간식도 먹고 아저씨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커피믹스와 호떡도 무한 리필한 시간이었다.

정신없지만 와자찌껄 북쩍북쩍함은 정말이지 오랜만에 느껴 보는 정감 어린 고향집 풍경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 지붕 아래 10명이 크레이지 하지만 즐거운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오우 우리 나리까지 11명 ㅎㅎ  


To 애정하는 독자님

독일에서 삼시세끼 장인 ㅎㅎ 김자까 인사드립니다.

울 독자님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셨나요?

정신없었지만 오래간만에 북쩍북쩍 사람 사는 것 같던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나니 새해가 코앞입니다.

우리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힘찬 희망이 마구 샘솟는 기대되는 새해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

내년 에도 즐겁고 재미난 이야기 잔뜩 들고 오겠습니다.


독일에서 김중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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