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핼스장을 다닌 지 이제 삼 개월 남짓 되었다.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고 아직 까지 다니고 있다는 사실에 내심 뿌듯하다
운동을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건너뛸 핑곗거리는 우리 집 안마당 잡초 자라는 속도보다 빠르게 무성할 수 있으니 말이다
매일은 아니지만 주중에 한번 주말에 대부분은 헬스장으로 향한다.
덕분에 이제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러닝머신 위를 걷는 것도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또 무엇보다 우리 아들딸 만한 아이들과 마주치다 보니 덩달아 젊어지는 느낌마저 든다.
분위기 효과라고나 할까
새파란 것들이 "헤이 너네들~ 요즘 어때!" 라며 친구처럼 인사해 오는 것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렇다..
애나 어른이나 에브리바디 you 너를 사용하는 영어 와는 다르게 독일어 에는 존댓말과 반말이 존재한다.
독일어로 존댓말은 Siezen이라 하고 반말은 duzen이라 한다
그 거이 뭔 소리 인고 하면..
아이들 학교에 학부모 회의를 가도 서로 잘 모르는 학부형끼리는 서로 Sie 즉 당신을 붙인다.
당연히 아이들은 교사 에게 Sie를 붙여 써야 하고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도 서로 간에 Sie를 사용한다.
독일 사람들은 처음 만났거나 공적인 자리 또는 예의를 지켜야 하거나 서로가 격식을 차려야 하는
사이에서는 어김없이 Sie 당신을 사용한다.
생판 낯선 사람이 처음부터 당신 Sie 이 아닌 너 du라고 말을 걸어오는 건 결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한국요리강습 시간에도 오늘 하루지만 강습 내에서 서로 duzen 반말해도 괜찮겠는지 묻고 시작한다)
물론 때와 장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젊은 사람들끼리는 서로 편하게 너 du를 사용할 때가 많다
그러나 원래는 이렇게 운동하는 곳에서 만나서 알게 된 사람들끼리도 서로 이름도 주고받고 친해지면 du를 사용하는 게 자연스럽다.
우리가 말을 놓는다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마디로 친해지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 사람들이 독일 사람들이고 예의와 격식이 있는 것이 독일어인데..
예외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 헬스장에서는 트레이너들이 젊어서 그런지 다짜고짜 반말로 밀고 들어오더라 이거다.
그래서 초반에 불편한 사람들도 없지 않았겠으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훨씬 밝고 빠르게 친해진 느낌이라 고나 할까?
어쨌거나 우리는 이런 통통 튀는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덕분에 사람들 간의 거리감도 적게 느껴진다
문득 헬스장을 처음 갔던 날이 떠오른다.
이제 스무 살이 되었을까? 싶게 젊어 보이는 여자 트레이너가 "그래서 너네는 운동을 하려는 목적이 뭐니?"
라고 물었다.
다짜고짜 나오는 반말에 웃음이 났고 음 우리의 목적은 어떻게든 (건강하게) 얇고 길게 사는 거야
라고 하려다 너무 뜬구름 잡는 대답이라 일단 살을 빼고 싶어라고 보다 현실 적인 것을 꺼내 들었다.
그렇게 등록을 하고 헬스장 내부를 안내해 주던 트레이너를 따라 요기조기 구경 하고 사진 찍다 탈의실을 보고 빵 터졌던 기억도 난다
인바디 체크하는 것부터 Egyim 그리고 스트레칭룸과 각각에 코어 룸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최신 시설을 갖추고 있노라 자랑하는 헬스장에서..
탈의실의 모습이 딱 예전 우리 어릴 때 다니던 공중목욕탕 거북탕을 연상케 해서였다.
어두운 나무색의 케비넷도... 올라서면 바늘 움직이는 소리가 덜덜덜 하고 나는 체중계도.. 예전 거북탕에 있던 것들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그 덕분에 헬스장 적응을 빠르게 했던 것 같다. 젊고 발랄함을 한 스푼 얹은 진격의 반말들과 아날로그 감성 뿜뿜인 탈의실의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편안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날로그 감성 뿜뿜인 탈의실 안에는 편안함 뿐만 아니라 색다른 것이 있어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다.
그 이유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헬스장의 비장의 무기이자 인기템이 그곳에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바로 사우나되겠다.
월회비에 포함되어 있어 등록되어 있는 회원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곳이다
독일은 우리처럼 불가마 사우나, 무슨 사우나.. 찜질방.. 등등 동네마다 있는 사우나가 따로 없다.
그런데 사우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럼 어디서 사우나를 하는고 하면..
동네 시립 수영장 중에 큰 수영장 또는 온천 수영장 안에 사우나 구간이 따로 있다.
그래서 사우나 마니아 들은 아예 집 지하실에다 사우나 시설을 갖추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매번 사우나 비를 내고 찾아가야 하고 사우나 시설이 있는 곳이 많지 않으니 늘 사람들로 붐빈다.
해서 시설비 들여 집에 해 두면 전기값 계산 해도 그게 났다고들 한다.
또는 헬스장 중에 사우나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들이 더러 있는데 사우나 사용료는 월회비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따로 지불하는 곳이 많다.
이곳에 등록하기 전에 가보았던 피트니스 B 가 그랬다.
월회비도 만만치 않은데 거기다 사우나 비용도 따로 내야 하고 바로 옆 레스토랑에서 시도 때도
없이 맛난 음식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으니 이거 운동하러 갔다가 먹고 오게 생긴 곳이었다.
또 독일에서 사우나는 보통 남녀 공용이 많다 그런데 여기는 각각 여성용 남성용으로 공간이 나뉘어 있고 공용 사우나는 그 옆 공간에 따로 마련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덥게 땀 흘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남녀 공용이라 사우나 갈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제는 운동 끝나고 꼭 사우나에 한 번씩 들어갔다 나온다.
헬스장 월회비에 사우나가 포함되어 있어 왠지 공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사람들
만나 수다 떨기도 좋더라 이거다.
같은 여자끼리 지만 서로 걸친 것 없이 앉아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기에
아주 좋은 장소 더라는 말씀..
다음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