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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18. 2024

5월의 정원이 보내는 인사


봄 빛 가득한 요즘 틈만 나면 정원에 나가 산다. 독일 겨울은 햇빛이 야박해서 회색 하늘에 어둡고 긴 시간들이 많다.

그런데 봄 여름이 오면 날씨 좋은 날 해가 질 생각을 안 한다

덕분에 저녁 9시여도 밖이 훤하니 밝다

마치 그동안 못 내어준 햇빛양을 보충이라도 시켜 주려는 듯이...


퇴근하고도 해가 있는 정원에서 화단과 텃밭에 물도 주고 시든 꽃잎도 따주고..

씨 뿌린 곳에 새록새록 나오고 있는 새싹이 들 구경 하자면 마음이 저절로 푸근해진다.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집안에는 할 일이 켜켜이 쌓이지만 그건 천천히 하기로 한다

독일에서는 며칠 되지 않는 날 좋을 때 부지런히 정원 일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볕 좋을 때 바지런히 이불 빨래 해다 널던 우리네 엄마들처럼…


해마다 해 오고 있는 정원 가꾸기 이번엔 동네 사람들이 엄마의 꽃밭이라 부르는 곳을 더 가꾸어 보기로 했다.


어느 여름 독일 딸네 놀러 온 친정 엄니가 오셔서 씨를 뿌리고 가꿔 주셨던 미니 화단을 우리 동네 사람들은 엄마의 꽃밭이라 부른다.

올망졸망 꽃이 피고 지고 어여쁘던 화단이 시간이 흘러가며 점점 그 모양새를 잃어 가고 있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알 수 없는 잡초와 야생화가 중간중간 자리를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대로 놓아 둘 수 없다 싶어 주말만 되면 남편과 운동 다녀와서 부지런히 잡초도 뽑고 화단에 모양을 내려 돌도 놓아두고 새 식구들도 하나둘 데려와 심고 하다 보니 어느새 예뻐지고 있었다.


참 신기한 것이 사람도 자연도 지켜보고 정성을 쏟고 시간을 들이면 달라진 다는 거다.

지난겨울 막내가 “엄마 우리 정원은 동화 속에 나오는 마녀의 화원 같아!”라고 했던

그 정신없던 곳이 어디로 갔나? 싶게 환골탈태하고 있다.


든든한 복근 덕분에 잘 접히지 않아서 오래 쪼그려 앉지는 못하지만 수시로 일어났다 앉았다 하며 열심히 정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새들도 날아들고 나비도 따라오고 벌도 지나간다

그 평온함에 일상의 복잡스러움이 어느새 잔잔해진다

명상이 따로 없다

덕분에 갱년기 증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던 혈압도 잦아드는 느낌마저 든다


엄마의 화단 맞은편에는 작은 텃밭도 있다

이번 텃밭 농사는 토마토, 호박, 쪽파, 고수, 파슬리, 고추, 감자, 민트, 바질, 깨 등등 욕심부리지 않고? 작게 가꿀 수 있는 정도만 먹을 수 있는 만큼만 하기로 했다.


몇 년 전 심어둔 딸기는 해마다 저절로 커가고 있고 가짓수도 양도 많이 했던 다른 해 텃밭에 비해 단출 하지만 자라는 것 보는 재미와 벌써부터 따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새 잎을 낸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상추도 무성해지고 깻잎도 향긋한 냄새를 풍기며 커가고 있다.


흙을 만지며 정원일을 하다 보면 방에 앉아 너튜브 보고 있는 것에 비해 움직임도 눈에 띄게 늘고 여러 가지 잡생각 떨쳐져서 일석이조다

거기다 텃밭에서 채소들을 따다 샐러드 위주로 상을 차리면 매일 하는 오늘 뭐 먹지 고민도 덜게 된다

일석삼조다


오늘 저녁 은 밭에서 딴 한 움큼의 상추와 쪽파, 작은 깻잎 송송 썰고 오이 납작납작 잘라 담아 젓갈 한 스푼에 마늘 반스푼 고운 고춧가루 반스푼 넣고 볶은깨 뿌려 겉절이를 버무리면 시원하고 상큼한 것이 설탕도 필요 없다.별거 안 들어갔지만 별미다.

거기에 집에 있는 쿠스쿠스 채수에 불려서 피망, 양파 그리고 밭에서  쪽파와 파슬리 송송 썰어 토마토 페이스트 넣고 쿠스쿠스 샐러드를 들어야겠다(쿠스쿠스 샐러드 상세한 레시피는 그릴 이야기와 함께 다음번에 올리 도록 하겠습니다.)

생각 만으로도 벌써 군침이 돈다


To 애정하는 독자님들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정원일 하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는 김자까 인사드립니다.

병원일로 스트레스가 많고 크고 작은 신경 쓰이는 일들과 매일 지지고 볶으며

살다 보니 어느새 혈압이 춤을 추고 있지 뭡니까

깜짝 놀라서 되도록 매 순간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 노력하고 있어요.


정원에 나가 앉아 있으면 무한 반복 되는 생각들도 덜어 낼 수 있고 

텃밭 야채로 샐러드 위주의 식사를 하니 저절로 식이 요법도 겸하고 있습니다ㅎㅎ

손에 흙마를 날 없이 삽 들고 있던 시간을 지나 정원 가득 봄이 들어와 있네요

이제 조만간 여름이 시작될 것 같아요

더 늦기 전에 정원에 서서 5월의 인사를 전합니다.

모두 싱그럽고 활기찬 5월 보내시기를 바라요!!^^*


-독일에서 김자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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