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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l 10. 2024

새벽부터 독일 길바닥에서 잠복 한 이유

독일 음식물 쓰레기 수거 하는날


경찰이 등장하는 코믹 드라마 나 영화를 보다 보면 단골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또는 잡기 위해 하는 잠복근무.

어두컴컴한 골목길 끝에 자동차가 세워져 있고 그 안에 사람이 웅크리듯 타고 있다.

시동도 켜지 않은 자동차 운전석에는 누가 볼세라 자세를 낮춘 피곤함에 쩐 얼굴로

어딘가를 주시하고 있는 사람이 앉아 있다.

어깨도 털어 가며 연신 내려가는 눈꺼풀도 세찬 고갯짓으로 밀어 올리고

억지로 잠을 털어 내는 듯 보이는 퀭한 눈동자…


졸듯 말듯한 상태로 눈이 빠져라 주변을 주시한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어느 순간 어두운 골목길 뒤쪽에서 인영이 드리워지고 또 다른 누군가 빠른

걸음으로 자동차로 향해 다가온다

다가온 누군가는 아무도 없는 골목 전후좌우를 빠르게 스캔하고는 잽싸게

자동차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

먼저 차 안에 있던 누군가 에게 빵과 음료수 같은 것을 들이밀며 낮고 비장한 목소리로 이렇게 묻는다

"어떻게 됐어?"

뭘 어떻게 돼? 그동안 뭔 일 있었다면 아직 그러고 있겠니?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전방을 주시하며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는 "도대체 이 새끼는 어디로 토낀 거냐?

제발 좀 나타나라 집에 좀 들어가자!"등의 푸념 섞인 말들을 늘어놓다가..

계속 자동차 안에 있었던 한 명이 갑자기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사진과 앞을 번갈아 보며 "어? 어? "외마디 소리를 외친다.

그와 동시에 호들갑을 떨며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고 그 손끝을 따라

골목 어귀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어디선가 나타나 어슬렁 대고 있는 누가 봐도 수상한 그림자가 화면 가득 담긴다.


화면이 다시 자동차 안으로 바뀌고 나중에 잠복에 합류한 사람의 결의에 찬 음성이 들려온다.

"그 새끼네 졸라 반갑다 이번엔 절대 놓치면 안 돼!

그리고 두 사람은 각자 차문을 박차고 뛰어 나간다.

그 요란스러운 움직임에 그제야 낌새를 챈 띨빵 한 수상한자는 열라 도망을 가고

뛰면서도 뛰어! 잡아! 소리를 외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힘겨운 추격전이 시작된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흔히 나오는 형사들이 범인을 잡기 위해 잠복근무 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마치 그 비슷한 장면을 우리가 지난 금요일에 연출하게 되었다

범인? 또는 누군가를 기다렸다 욜라리 추격한 게 아니라 손을 흔들며 불러 세웠다는 것이 달랐지만 말이다.

때는 지난 금요일 새벽의 일이다.

새벽같이 남편이 나를 흔들어 깨웠다.

차 안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아직 아무도 오지 않노라며.. 함께 나가 보자고 했다.

졸지에 잠 덜 깬 부스스한 몰골로 커피 한잔 들고 운동복 바람에 우리 집 차 안에

기어 들어가 앉았다.


동트기 전 새벽이라 아직 추워서 밖에 서있을 수는 없고 차 안으로 들어갔지만

시동 꺼진 자동차 안은 서늘하기가 매한가지였다.

커피의 온기를 손바닥 가득 나눠 가지며 백밀러를 통해 언제 올지 모를 사람을

눈이 빠져라 지켜보고 앉아 있자니..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 아닌가 싶어 헛웃음이 터졌다.

"우리 이러고 있으니까 드라마에 나오는 형사들 잠복근무 하는 거 같지 않아?

진짜 웃겨, 그런데 이 사람들은 언제 오는 거야?"


우리는 차 안에서 커피를 나눠 마시며 이제나 저네나 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사람들이 보일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남편은 우리 집 멍뭉이 나리를 데리고 산책을 다녀오기로 하고 나 홀로 자동차 안에서 식어 가는 커피를 홀짝이며 눈이 빠져라 백밀러로 사방을 훑어 보았다.


오늘이 분명한데... 왜 아직 아무도 안 오지...

그 와중에 남편은 나리의 산책이 끝났다며 다시 돌아오고 내게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 됐어?"

니미럴 어떻게는 그대로지...

남편에게 “우리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냐?"

라며 주변을 살피는데 저 멀리 골목 어귀에 오렌지 색이 언뜻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어? 어? 맞지? “ 했고 남편도 "맞는 거 같은데!"라고 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동차 문을 박차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우리동네  갈색 뚜껑이 달린 음식물 쓰레기 통,독일 은 음식물 뿐만 아니라 이렇게 나무,시든꽃, 풀뿌리도 함께 넣을수 있다.

멀리서 보이던 오렌지빛깔의 유니폼이 점점 선명히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손을 번쩍 들어 흔들며 "저기요, 저기요!"를 외쳤다.

그런데 그 오렌지 유니폼을 입은 환경미화원 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 주택가 위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100미터 25초 뛰는 실력으로 헉헉 거리며 내달려 부지런히 움직이던 환경미화원을 불러 세웠다.

그렇다 ! 우리가 그새벽부터 잠복근무?를 하며 기다리던 사람은 다름 아닌 환경미화원 되시겠다.

귀에는 에어팟을 꽂고 집집마다 있는 음식물 쓰레기 통들을 길거리로 하나씩 꺼내서 한 줄로 나란히 정렬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곧이어 수거차가 동네 한 바퀴를 돌 모양이다.


새벽부터 웬 심란한 비주얼의 아주마이가 뜬금없이 나타나 시키지도 않은 조깅을 하듯 뒤쫓아 오니 식겁할 밖에..

눈이 동그래진 환경미화원 젊은이는 “무슨 일이세요?”라고 물었다.

나는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독일은 동네마다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날이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동네는 홀수 주인 첫 번째 세 번째 주 금요일에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해 가는 날이다

그리고 짝수 주인 두 번째 네 번째 수요일에는 일반 쓰레기 그리고 홀수 주인 첫 번째 세 번째 화요일에는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날이다.

중간에 공휴일이나 연휴가 끼면 요일이 바뀌기도 하고 주가 여러 주인 달은 홀짝이 바뀌기도 하지만 원칙 적으로 2주에 한번 분리수거를 해 간다는 건 변함이 없다.


그것을 위해 목적에 맞춰 동네마다 쓰레기통 뚜껑의 색 또는 통의 색을 달리 해서 구분하고 크기 또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우리 동네는 재활용은 노란색 뚜껑, 음식물은 갈색 뚜껑, 일반 쓰레기는 짙은 회색 뚜껑이다.

그리고 나머지 종이 박스와 빈병들은 각각의 컨테이너들이 동네마다 설치되어 있어 가져다 버리면 수거하는 날 차가 와서 통째 털어 간다.

우리처럼 주택 들은 각각의 쓰레기 통들이 집집마다 구비되어 있고 빌라나 아파트 같은 여러 가정이 함께 살고 있는 곳들은 한 곳에 따로 모아져 있다.

그런데...

요렇게 생긴 것이 독일 쓰레기 수거 차량 입니다. 요일에 따라 수거 지역과 종류만 다를뿐 이렇게 생긴 차량이 동네를 한바퀴 돕니다. 출근길에 같은 방향에서 만나면 하세월 예약 ㅎㅎ

문제는 2주마다 한 번인 수거하는 날 누군가 깜빡하고 가져가지 않으면 다시 2주를 더 기다려야 하는 합쳐서 4주 만에 치워지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직면한다는 거다.

지난번에 우리가 딱 그랬다.

그날도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는 금요일이었는데 우리 집 것만 비워지지 않았다.

평소 쓰레기 수거 하는 날 환경미화원 중에 한 명이 수거차가 지나갈 길에 미리 쓰레기 통들을  꺼내 길에 줄을 세워 둔다.


그러면 수거차가 지나가며 한번 훑듯이 통들을 비운다.

치워진 빈통들을 길 한옆으로 세워 두면 각자 알아서 집안으로 드려 놓는다

그런데 그날은 우리 집 쓰레기 통이 밖으로 나와 있지가 않은 거다. 그 말인즉슨 치워 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아니나 다를까 쓰레기 통을 열어보니 2주 치의 음식물 쓰레기가 그대로 들어 있는 게 아닌가?

시청 담당 부서에 음식물 쓰레기 관련 3번이나 전화를 했다. 그때마다 달랐던 담당자들은  미안하다며 빠른 수거를 하겠다고 주소만 잘 받아 적고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도대체 왜 빼먹고 안 치웠을까? 생각해 보다가 어쩌면 새로운 직원이 왔거나

또는 휴가철 땜빵으로 온 아르바이트생이 실수로 빼먹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우리 집은 원래 독일 레스토랑을 하던 곳이라 음식물 쓰레기 통이 일반 가정집 것에 비해 크다

그래서 쓰레기 통이 이웃들처럼 울타리 앞에 나와 세워져 있지 않고 나무로 된 장 안에 들어가 있다.

모르는 사람은 그냥 나무 울타리 인가보다 하고 지나칠 수도 있다.  


그래서 그 다음번 수거일에 우리가 직접 음식물 쓰레기통을 길에 내다 놓기로 했다.

아저씨 들이 하시던 것처럼 줄 세워서..

그런데 놀랍게도 그날 도 치워 가지 않은 거다.

이번엔 직접 길에 내다 놓기까지 했는데 도대체 무슨 이유란 말인가?

다시 시청 담당부서에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공무원 아주머니 하는 말이 누군가 음식물 쓰레기 통에 플라스틱 같은 것을

넣어서 안 가져갔을 것이라는 거다.

그럴 리가 있나.. 우리는 분리수거를 철저히 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우리가 내어 놓은 쓰레기 통 안에 지나가던 양심 불량이 먹던 캔 이나 뭔가를 음식물 쓰레통에 넣었다면 가능성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이 한여름에 또 어떻게 2주를 더 기다리느냔 말이다.

지난번에도 이렇게 전화로 신고했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며 이 여름에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4주간 보관하느냐 했더니

담당 공무원 아줌마가 "그렇게 급하시면 음식물 쓰레기를 일반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버리세요!"라는 거다.

아니 이게 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말이다.

수거차량이 다니기 전에 미리 길에 정렬해 둔 쓰레기 통을  차로 가져와 저렇게 두개씩 뾰족한 발판 같은 것이 달린데 걸면 기계가 들어 올려서 안에 내용물을 큰통에 쏟아 낸다.
우리동네 에서 노란색 뚜껑은 재활용 쓰레기통,쏟아 낸 빈통을 다시 길 한옆에 돌려 두면 집집마다 각자 알아서 가져 간다

정리하자면 너네가 미리 쓰레기통을 길에 내다 놔서 누군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버리는 바람에 안 치워 갔으니 음식물 쓰레기통에 이미 담겨 있는 것들을 일반 쓰레기봉투에 담아 그 며칠 뒤인 수요일에 치워갈 일반 쓰레기 통에 담아 버리 라는 거다

이게 말인가 막걸리 인가

이미 부패되고 산화되어 주스가 되어 가고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일반 쓰레기

봉투에 옮겨 담을 것이며 그럴 거면 뭐 하러 분리수거를 하는가 말이다.


슬슬 짜증이 일기 시작 했지만 더운 날 화를 내봐야 혈압만 올라가니

속으로 최대한 릴랙스를 외치며 더운 여름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놓고

담당자와 설전을 펼쳤다

그리고 다행히 그때의 일은 잘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또 음식물 쓰레기 수거일이 다가 오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 거다.

그냥 두고 있자니 우리 것만 또 안 치워갈까 걱정이고 우리가 미리 길에

내어 놓자니 또 어떤 놈이 들고 있던 쓰레기 고이 얹어 두고 갈까 걱정이고

이래 저래 좌불안석이던 내게 남편이 그럼 새벽에 음식물 쓰레기 통을

미리 길에 내어 놓고 환경미화원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 보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의 어설픈 잠복근무? 가 시작 되었던 거다.


환경미화원 청년은 아니나 다를까 일 시작 한지 2달 남짓 된 새내기였다.

우리의 웃픈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아무래도 지난번에 자기가 그 안에 쓰레기

통이 있을 것이라 생각 못하고 그냥 지난 친 것 갔다며 미안해했다.

나는 청년 탓하려고 기다렸던 게 아니라며 이 더운 한여름에 특히나 음식물 쓰레기는

4주를 넘기면 방법이 없으니 꼭 잊지 말고 가져가 달라고 부탁을 했다.

덕분에 가급적 음식물 쓰레기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도 해 보았고

원치 않은 미니멀리즘도 흉내내 보았으며 환경오염에 대한 생각도 한층더 깊게

하게된 귀한 경험이기는 하다 그러나 여름철에 하기엔 극한 체험이였다.

 

동글동글한 인상이 착해 보이는 청년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혹시라도 다음번에 또 그런 일이 생기면 음식물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봉투에 담아

길거리에 내다 두세요 그럼 안 치워 갈 수가 없거든요".

나는 웃으며 엄지 척을 했지만 속으로 내가 그러면 저 길바닥에 마구 버리던 양심 불량 들과

다를게 뭐 있겠는가 덜대 그럴 일 없지 했다. (그 이야기는 다음번에 또 하겠습니다)

사실 답답스러운 독일의 시스템과 말도 안 되게 꽉 막힌 독일 공무원의 답변이 나를 황당하고 열받게

했지 이제 일 시작 한지 2달 된 그 청년이 뭘 알겠는가

어쨌거나 해프닝은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었고 우리 집 음식물 쓰레기 통은 말끔하게 비워져 있었다.

새벽부터 생쇼를 했지만 보람찬 하루였다.


(*독일의 쓰레기 문제는 할 말이 차고 넘칩니다.

다음번에는 길에 쓰레기 투척을 하는 양심분량을 검거? 한 이야기를 들고 오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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