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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Oct 08. 2024

한국에서 독일 까지 이틀이 걸린 이유

도대체 이게 뭔 일이래?


독일에서 한국의 고향집을 가려면 우선 비행시간 만 10시간이 넘게 걸린다.

운이 좋아 활주로 사정 등으로 기내에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없다 치면 말이다.

그 비행기를 타려면 집에서 프랑크푸르트 공항까지 가야 하고 공항에서

짐 보내고 기타 수속도 해야 하고 인천공항에 내려 다시 짐 찾고.. 등등..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일들을 실시간 뉴스로 접하며 산다.

또 어느 곳에 있던 서로의 시간이 달라도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만 해도 예전에 비해 용 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집 나설 때부터 마음이 먼저 출발하는 고향집에 가는 데는

꼬박 하루가 걸려야 한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판타지 드라마에서처럼 문하나 열고 들어 가면

대륙이 바뀌어 있고 원하는 곳에 서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만은..

좁은 비행기 의자에 앉아 오갈 때 없는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앞좌석 의자 등받이에 달린 모니터로 아까와 별 차이 없는 남은 시간을 눌러보며

지루한 시간을 달래야 한다.


가끔은 난기류로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니 승객들은 제자리에 앉아

화장실도 자제해 달라는 기내 방송을 들으며 헹가래 쳐지는 몸뚱이를 의자와

안전벨트 사이에 잘 붙여 두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해야 하고 말이다

그러다 기체 흔들림이 조금 길게 갈 때면 문뜩 알 수 없는 불안이 고개를 든다.

어느새 머릿속으로는 아까 산소마스크랑 탈출 용기들이 의자 밑에 있다고 했나?

머리 위에서 내려온다고 했나? 라며 시키지도 않은 자발적 점검을 하기도 한다.


드라마나 영화를 내리 몇 편 보아도 책을 읽어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비행시간은 기내에서 두 끼의 식사를 하고 나서야 끝을 향해 간다.

그렇게 잘 만하면 밥 먹어야 하고 졸 만 하면 흔들리고 그러다 뭘 마셔야 해서

자야 할 시간에 잘 수도 없고 안 잘 수도 없는 10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그런데..

한국에서 독일로 돌아올 때는 더하다. 비행시간 만 12시간이 넘으니 말이다.

지난 금요일 우리는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열흘 남짓 출장 같이 짧았던 한국 일정을

뒤로 하고 아쉬움을 가득 품은 체...

독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러 가기 위해 새벽을 가로질렀다.


시계는 새벽 5시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동이 트기 전이라 사방은 칠흑같이 어두웠지만 서울은

더 이상 잠들어 있지 않았다.

그 시간에도 길을 지나다니는 차량들이 꽤나 많았고 가로등 아래 뚜벅뚜벅 걷고 있는

사람들의 인영이 하나 둘 보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7시가 살짝 넘어가고 있었다. 동이 터서 이미 사방이 환해진 체로...

비행기 출발 시간이 9시 45분이니 두 시간도 더 남았다. 짐을 보내고도

남은 시간이 꽤나 여유롭게 느껴졌다.

출국장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공항 안은 이미 캐리어를 들고 이동 중인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 아닌 한낮 같았다.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곳은 엄청난 인원으로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동안 독일과 한국을 오가는 시간이 적지 않았지만 인천 공항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출국장 앞에는 일본으로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러 가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게 중에는 젊은 커플들로 보이는 이들도 있었고 방학도 아닐 텐데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도 눈에 띄었으며 수학여행 가는 것처럼 보이는 교복 입은 학생들 단체팀도 보였다.

또 연세 지긋하신 으르신 들을 동반한 단체팀들도 여럿 있었고 직장동료들인지 친근하지만 서로에게 경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여러 팀 있었다.


그렇게 줄 서서 기다리며 이 많은 사람들이 언제 들어 가나? 했는데..

어느새 검사대를 지나 출국장 안으로 빠르게 흩어지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냥 신기했다.

만약 이 정도 인원이 독일 공항에서 출국장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기다려야 했다면 꽤나 긴 시간이 걸렸을 텐데 말이다.

역시나 한국 사람들의 일처리는 빠르다.

이렇듯 다양한 사람들이 순식간에 출국장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가 어디론가로 흩어졌다.

마치 파란 물결 안에 하얀 포말을 그리며 퍼지는 파도처럼...


빠른 일처리 덕분에 생각보다 여유로운 시간이 남은 우리는 인천 공항 안에서 아침을 먹었다.

매콤하고 뜨끈한 순두부찌개와 칼칼한 김찌찌개를 먹으며 장장 12시간 펼쳐질 긴 여정을 위해 몸과 마음을 노곤 하게 풀어 두었다.

그 덕분이었는지...

비행기 안에서 출발 시간 지연으로 13시간 가까이 걸려 도착한 독일행도 그렇게 지치지 않았다.

한참이 걸려서야 다 찾을 수 있었던 짐 찾기도 할 만했다.

그런데 문제는 집으로 가야 하는 기차에서 생겼다.


우리는 둘이 합쳐 여행용 가방 네 개와 이번에 새로 산 전기밥솥과 등에 맨 배낭 두 개로 짐이 많은 상태였다.

무게 보다 가짓수가 더 많았다

그래서 공항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미리 예약해 둔 터였다.


공항에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갈 수도 있지만 짐이 여러 개이다 보니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그리고 긴 길을 이고 지고 가는 것보다 조금

기다렸다가 공항에서 바로 출발하는 기차를 타는 것이 여러모로 덜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프랑크푸르트 공항 안에서 두 시간 넘게 기차 시간을 기다리며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출발할 때 인천공항에서 아이스 카푸치노를 마셨는데 따뜻한 카푸치노를 마시고 있으려니 진짜 독일에 왔구나 싶었다.


일단 이 동네는 한국에 비해 기압이 낮고 햇빛양도 적고 조명도 어둡다 보니

전반적으로 체감 온도가 훅 하고 내려간다.

당연히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손발이 금세 차 진다.

어둡고 춥고 온몸이 독일에 도착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라 하겠다.

한국에서는 잠을 적게 자고 돌아다녔어도 덜 피곤하게 느껴지는 데는 날씨와 혈액순환이

큰 이유를 차지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는 예약해 두었던 저녁 8시 9분 기차를 타기 위해 일찌감치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아직 밀대에 올려둔 조롱조롱 올려둔 가방들을 어떻게 기차 안으로 올려야

시간 내에 잘 올릴 수 있을까? 남편과 전략 적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였다.


낭랑한 목소리로 20 시 9분 기차가 취소되었다는 방송이 독일어로 한번 영어로 한번 흘러나왔다.

이런 된장 ~! 이게 도대체 뭔 일이래? 취소 라니? 갑자기 왜?

먼 길을 날아? 와서 이제 기차만 타면 집에 가는구나 싶었는데 난데없이 기차가

취소되었다고 하니 힘이 빠지고 기가 막혔다.


그리고 이유가 응급상황 대처 때문이라고 나오는데 뭔 놈의 응급상황이길래

기차가 취소까지 되나? 의아했다.

그 기차는 독일 중부를 지나 베를린 까지 가는 기차였다.

플랫폼 여기저기 서 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서 기다리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기차를 타려고 했기 때문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선 사태 파악을 위해 남편과 짐가방을 밀고 다시 위쪽으로 올라갔다.

공항 내 철도청 인포메이션에 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전광판에는 기차들의 연착 시간등이 자세히 나와 있었지만 우리가 타려고 했던

기차는 깜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기차 시간이 연착되는 것이야 독일에서 비일비재 한 일이라 놀라울 것이 없다

그러나 갑자기 있던 기차가 사라져 버리는 일이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다.

철도청 인포페이션 창구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마이크 소리로 삐어져 나오듯

들려오는 직원의 목소리는 한결같은 멘트로 무장한 체였다.

어찌나 사람들 마다 똑같은 대답을 하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겠다 싶게 같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기차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고 어떤 방법이 있는지를 물었다.

철도청 직원은 마치 녹음을 틀어 놓은 듯.. 우리도 익히 아는 대답을 해 왔다.

앞서 다른 이들에게도 똑같이 했던.. 기차가 켄슬 된 정확한 이유는 자기도 모르고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가면 남은 기차를 탈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된장 그런 대답은 나도 하겠다 싶었지만 그 직원은 책임 소지를 피해 가며 할 수 있는 대답 이었을 것이다.

늦은 시간 어떤 속도로 중앙역에 도착 하나에 따라 남은 기차를 탈 수 있다 없다가 정해질 수 있다

그러니 달라지는 경우의 수들까지 본인이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이 되니 그전날 저희 처럼 기차 못탄 분들..다들 어디서 주무셨는지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기차역으로 모여 들었답니다.ㅎㅎ

좌우지당간 13시간을 비행해 도착한 비몽사몽 하고 있던 우리가 그 늦은 밤 선택 할 수 있는 길은 딱 두 가지였다.

그중에 하나가 어떻게든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가서 몇 번을 갈아 타도 집으로 갈 수 있는 기차를 용케 타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근처에서 자고 다음날 가는 것이다.

첫 번째는 비용이 더 들지는 않겠으나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너덜너덜 해 질 것이고

두 번째는 계획에도 없는 비용이 더 발생하니 지갑이 비워질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입맛이 썼다.


우리 앞에 서 있던 독일 사람들은 늘 그래왔듯 상황을 바꿀 수 없으니 그러려니 하고

오히려 사람들에게 똑같은 대답을 무한 반복 해야 할 그 직원을 걱정하며 어디론가 갈길을 재촉했다.

우리는 그새 며칠 한국에 다녀왔다고 늘 그렇듯 독일의 속 터지는 서비스가 새삼 더 답답하게 느껴져

헛웃음이 터졌다.

남편이 말했다 "우리 이런 동네에서 어떻게 이렇게 오래 살았지?"

우리는 결국 근처 숙소에서 하루 자고 장장 이틀이 걸려 집에 도착했다.

며칠 비워 놓았다고 썰렁하고 먼지 가득한 집이 우리를 반겼지만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곳이 우리 집 아니겠는가


To 애정하는 독자님들

아직도 시차 적응이 안 되어 초저녁만 되면 졸고 있는

김작가 인사 드립니다.

한국에서는 늦여름과 가을을 만나고 와서는 초겨울을

만나고 있습니다.


날씨도 시차도 아직 적응 중이라 비몽사몽 간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독자님들께 살아 있음을 인증하고 ㅎㅎ

소식 전하려고 노트북을 켰습니다.

앞으로 몇 편에 거쳐 이번 한국행 이야기들이 나올 예정입니다.

천천히 풀어낼 이야기보따리 가득 들고 왔으니 기대해 주세요^^*

모두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향기로운 가을날 맞이 하시기를

바래요

커밍 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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