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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04. 2017

우리들의 금요일 브런치 모임


금요일 아침이다. 높이 지저 귀는 새소리가 여기저기서 봄을 부르듯 들려오고

한줄기 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면 아직은 서늘 하지만 그래도 포근한 봄을 기대하기에 알맞은 날씨다.

가끔 구름 뒤에 숨었던 햇살이 수줍은 듯 살짝 나왔다 들어가도 빗방울 떨어지지 않으니 그것으로도 독일에서는 만족할 만한 날이다.

한동안 참석하지 못하고 종종 (이 동네에서는 카톡처럼 사용되는) whatsappe으로 서로의

안부만 전하던 친구들 과의 브런치를 위해 길을 나섰다.

오늘은 동네 장이 서는날.. 금요일 아침 이면 어김없이 동네 한가운데 장이 선다.

서로 장 보면서 수다 떨다 빵집에서 결성된 브런치 모임....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간 카트린과 가끔 참석하는 클라우디아와 실비아까지 포함하면 우린 영락없는 칠공주파다. 

그러나 어느 때는 누가 아프고 또 다른 때는 누가 휴가를 가고 그 외의 기타 등등으로 인해

우린 매번 모두 모이지는 못한다.


오늘도 엘피, 하이케, 클라우디아, 나
그리고 깍두기로 하이케의 남자 사람 친구인 루이스가

함께 브런치를 하며 수다를 떨었다. 두서없이 순서 없이 떨어 대는 폭풍 수다...

서로 말하기 바쁘다 보니 동문서답하기도 하고 금방 테마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우린 여전히 즐겁다. 마치 학창 시절에 그 짧은 쉬는 시간에도

우르르 몰려 매점에도 가고, 나란히 화장실도 오가며 별 이야기 아니어도

까르르 넘어가게 웃어대던 그때처럼 말이다.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한참의 수다 끝에 먼저 일어난 건 하이케의 남사친 루이스다.

사실 이 친구는 우리에게 그리 환대받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는 하이케를 만나겠다고 늘 금요일 아침 이면 이곳을 기웃거린다.

분명 허우대 건장한? 싸나이 건만 찌나 말이 많으신지..

한동네 살며 어차피 자주 마주치는 하이케에게 그리고 어쩌다 만나는 우리에게 도 언제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꿋꿋한 수다를 멈추지 못한다.

원래 아줌마 들은 본인도 수다쟁이 이면서
" 다 비켜~"라는 포스로 끊임없이 혼자 말 많이 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여간 그 말 많은 루이스는 우리의 괄괄한 하이케 와는 초등학교 때 축구부를 함께 하다 친해진 40년 지기 친구다.(독일에서는 여자 축구부도 따로 있지만, 남자아이들 축구 부에 여자 아이들도 원한다면 함께 뛰게 해 준다.)

그러니, 한동네에서 서로 모르는 것 없이 자랐는데.. 이 비주얼이 상당히 인텔리하고 슛트발이 멋진 루이스가

사실은 백수건달이며 허당에 허세가 전다는 것을 여기 모인 우리 중에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웃기는 건 꾸준히 놀고 계시면 서도 월매나 옷에 신경을 쓰시는지... 양복 입을 일 많지 않은 독일에서

그것도 동네 장 서는 날 넥타이 매고 정장을 입고 나타나시니 사람들이 웃으면서도 그가 일어나

가기 바쁘게 뒷담화를  할 수밖에....

우리는 오늘도 하이케의 화려한 루이스 뒷담화 4절까지 듣고 나서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작년 여름 휴가 다녀 오면서 친구들에게  5천원짜리 팔찌 하나씩 선물 했더니 매번 끼고 나온다. ㅎㅎㅎ

그 후로 우리가 나누었던 이야기 에는 엘피네의 휴가 계획, 클라우디아 네 막내의 학교생활,

우리 딸내미 이야기, 하네 노아 어머니 생신, 실비아네 손주 이야기, 하이케 어머니의 병환 등등 실로 다양했다.

먼저.. 보기엔 정말 아무 걱정이 없을 것처럼 생긴 웃음이 너무나 밝은 엘피는 남편이 몇 년째 편찮으시다

그래서 이번 여름 계획 한 휴가도 거의 요양이나 다름없는데 그나마도 중간에 별일이 생기지 않아야 갈 수 있을 텐데... 하는 말에 우리를 짠하게 했다.

또 초등학교 교사처럼 똑소리 나게 생긴 클라우디아의 막내는 학교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해

벌써 몇 번째 학교를 옮겨 다니며 그녀를 애타게 하고 있고

웃음소리마저 화통한 하이케는 아버지가 돌아 가신 3년 전부터 어머니가 치매로

다섯 명의 형제들이 돌아가며 어머니를 돌본다. 어쩌다 어머니와의 웃지 못할 해프닝을 이야기

하는 그녀의 눈빛이 애달프다.

또.. 이번에 89세의 생신을 맞으셨다는 하네 노아의 어머니 생신에 하나 있는 남동생이

지네 회사 동료 생일 파티 가느라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그녀의 이웃사촌인 하이케에게 전해 듣고 우린 모두 침 튀기며 욕하기에 바빴다. 그 어머니의 마지막 생신 일지도 모르는데.....

그리고는... 실비아의 7살짜리 손주가 얼마 전
이유 없이 열과 온몸에 반점이 돋아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혹시나 그 집 안의 유전병을 이아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해서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모두가

노심초사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함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는 우리의 이야기 가운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보기에 한가롭기만 한 이 길이 수시로 엄청난 교통체증을 동반한 길 이듯...

겉보기에는 아무 일 없이 모두 평안해 보여도.. 우리네 살아가는 것이 각기 다른 모습이듯

사실은 저마다 다른 모양의 한두 가지쯤은 누구나 고민 중이라는 것을....

어쩌면 우리 삶 가운데 근심 걱정 없이 맘 편했던 간은 정말이지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는고....

그래서 웃고 있는 지금 최선을 다해 활짝 웃으며 그때그때의 행복을 미리 꼬박꼬박 저장해

두어야겠구나 하고....
비가 많은 독일에서 간간이 보여 주는 햇빛 만으로도 봄 되면 초록 빛깔을 머금고 가을 되면 아름드리 가 되어 가는 나무들처럼 말이다.
눈가의 잔주름을 만들며 하얗게 핀 이 함박웃음들이 우리 삶의 여정 가운데

숨찬 순간, 순간 잠시 숨 돌리며 취할 수 있는 달콤한 휴식과 삶의 에너지가 되어 주리 믿으며...  

그래서

오늘도 크게 웃으며 행복을 저장해 두는 우리 모두의 소중한 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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