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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09. 2017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던 쇼핑센터 에서.


독일 의 삼, 사월 날씨를 한 마디로 요약 하자면 종합세트 라고 말 할 수 있겠다.

비 오고 바람 불다, 춥고 그러다 눈비 또는 우박 내리고 중간에 틈틈이  까꿍 ~하듯이

해도 나와 주시고  해 쨍쨍 나도 차가운 바람에 손 시리게 춥다가 갑자기 온도가 팍 올라가

더워 지기도 한다. 이런 변화 무쌍한 날씨 가 며칠에 거쳐  일어 나는 것이 아니다

하루 안에도 종류 별로 돌아가며 총출동 한다.

그래서 독일의 4월 날씨는 아주 유명 하다.

독일 사람들은 상황 이 너무 뒤죽 박죽 오락가락 한 것을 또는 변덕 스런 성격을

마치 4월 같다,또는 4월 날씨 (아프릴 베터) 같다 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우리의 고향 ? 스런 말로 표현 을 빌리자면 광뇬이 널 뛰듯 한다. 라고 할수 있겠다.


어두운 회색빛 하늘에 아침부터 부슬 부슬 비가 오고 바람이 불더니

문화센터 에서 미팅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 시내 에서는

다시 해가 쨍 하며 파란 하늘이 챠르륵 펼쳐졌다.

그러나 바람은 여전히 세차게 불어 만한 나뭇 가지는 저절로 꺾이고 부러질 정도 였고, 그바람에 움추려 든 길가던 사람들의 낯 빛은 하늘을 그대로 옮겨 놓은듯 파랗게 얼어 있었다.  

이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고 까딱 없이 안정적으로 땅에 붙어 있는 튼실한 나의 몸이 그저 감사할 따름 이였다.   

이런 날씨 에도 며칠 전 사다 먹은 오렌지가 맛 있었다 는 아이들 말이 떠올라 바람을 가르며

오렌지를 사러 씩씩 하게 시내 한 복판 에 있는 쇼핑센터 시티 포인트로 갔다.


탱글 탱글 한 오렌지 중에 과즙이 담뿍 들어 보이는 예쁘게 색이 난 것으로 고르고 골라서

봉투에 오렌지를 주섬 주섬 담고는 맛나게 먹을 아이들 생각에 흐믓한 미소를 머금고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며 어느 줄이 더 짧으려나 두리번 거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세상이 온통 매 졌다.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나도 모르게 눈을 한번 감았다 떴다.

혹시나 평소 영양 과다 인 내가 그럼에도 불구 하고 순간적으로 현기증이 일어 눈 앞이 새카매 졌다거나 한것은 아닐까?하는 깜찍? 한  발상 을 한체  말이다.  

주변 에서 웅성 웅성 하는 소리가 들린다. 건물 전체가 정전이 된 것이다.

오매나 ~ 놀래라~ 그것도 시내 한 가운데서 가게가 60개가 넘게  들어 가 있는 카셀에서

제일 크다는 쇼핑센터 에서 생긴 일이다.  

순간 요사이 지구촌 구석 구석 에서 일어 났던 사건 사고의 현장 사진 들이 캡쳐 된 장면 으로

자동 슬라이드 보기 가 되어 머릿속을 떠 돌았다.  

그리고는...이눔의 오렌지는 동네 가서 사도 될 것을 뭐 할라꼬 여기 까지 들어 왔나

하는 애꿎은 오렌지 탓만  해 대고 있을 때 쯤....  

사람들이 빠른 걸음 으로 정전된 쇼핑몰을 빠져 나가고 있다

비상 전력으로 비상 등이 켜지며 짧은 안내 방송이 나왔다.

기술적 문제로 정전이 된 것이니 양해 바란 다는 내용 이였다.

무슨 문제 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며 오던 길을 되돌아 쇼핑 몰을 우르르 빠져 나가기 시작 했고 계산을 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에서도 물건 들을 도로 내려 놓고 그냥  나 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비상 등이 켜져서 칠흙 같던 어둠이 가시고 안내 방송을 들은 덕분에 엄청난? 사고는 아니구나 싶어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나는 조금만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게다가 기술 하면 독일인데 도대체 무슨 기술적인 문제로 이런 큰 건물이

한 꺼번에 정전이 되었는지 궁금 하기도 했고 말이다.  


나와 같은 이유로... 또는  쇼핑몰 안  여기 저기 흩어져서 쇼핑 중이던 가족 이나 친구 들을 만나기 위해 갑작스레 어두워진 건물 안 을.. 서성이는 사람들....

그런 여러가지 이유로 정전 된 어두운 쇼핑 몰 곳곳에는 사람 들이 남아 있었고 멈춰선 에스컬레이터 위를 걸어 다니고 있었다.

이리 저리 고개를 돌리며 지켜 보던 내 눈에 저 꼭대기 층 부터 아까 부터 움직 이지 않는

에스컬레이터를 뛰 듯이 내려 오는 사나이가 있었다.

그것도 보기 드문 파란 색 양복을 입고서...
언젠가 저런 파란색의 츄리닝을 위아래로 깔맞춤해 입은 내게 "엄마 파워레인져야? 친구들은 어딨어?" 라던 딸내미 말이 생각나 웃음이 났다.

저 사람 보면~ 우리 딸내미 "어머 엄마 친구 여기 있네~"하게 생겼다.  

정전으로 멈춰진 에스컬레이터 위를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

그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옆 줄에 서 있던 할머니가 슬며시 말을 걸어 오신다.

이게 도대체 뭔 일일까? 로 시작 해서 그 할머니 평생 처음 겪는 일 이라는둥

바람이 너무 쎄더니  뭔가가 잘못 됬나 등등 쇼핑몰 건물 전체가 동시에 정전 된. 상황에 관한

여러 가지 추측 가능성 들을 시시콜콜 이야기 하며 기다리던 중 파바박 하고 다시 불이 들어 왔다.

오우 할레루야~전기가 밝게 들어 오니 세상이 다  달라 보인다.

어느새 멈췄던 에스컬레이터도 다시 작동이 되기 시작 했고

계산 대 위의 계산 도 다시 척척 이루어 지고 있었다.  


오렌지 계산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나는 쇼핑 몰 안내 창구로 가서 줄 서 있는 사람들 뒤에 다시 낑겨 섰다.

왜 이 큰 쇼핑몰이 갑자기 정전이 되었는지 그 이유를 확인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쩌겠는가? 궁금한 것이 많은 것을....앞에 아줌마 들은 아직 지하 주차장 기계가 제대로 작동 안된다며 주차비 를 내고 있었고

그 사이 아까 그 파란 양복의 사나이가 안내 창구 직원 에게 나즈막히 무어라 이야기 하더니 또  어디론가 바쁘게 뛰어 가고 있었다.

저 사람은 누구 시길래 아까부터 저렇게 하루 종일 혼자 동분서주 뛰어 다닐까?

유니폼이 아닌 양복을 입은 것으로 보아하니 경찰이나 안전요원  또는 전기 기술자는 아닐 테고... 하며 궁금해 하고 있는데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왜 갑자기 건물 전체가 정전이 되었는지 이유를 물었다.

직원은 아직 정확히 원인을 파악 하지 못했으나 카셀 전력소 에서 갑자기 전력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이야기 했다.

나는 내친 김에 그럼 아까 그 파란 양복을 입은 사람이 전력소 에서 나온 사람인가?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직원 이 "아 그분요 우리 쇼핑 몰 사장님이요" 한다

나는 순간 너무 놀라 "여기 사장님 이요?"

하고 다시 물었다. 그 직원이 웃으며

"네, 여기 쇼핑몰 시티 포인트 사장님 이요 .그런데 왜 그러세요?"

한다.

나는 나도 모르게 "아니 정전 됬다고 사장님이

그렇게 직접 뛰어 다녀요? 다른 직원 들은 다 어디 구요?" 고 물었다.

그 직원은 아니 이 아줌니 뭔 알고 싶은 것이 그리   많은감!하는 눈으로 나를 한번 쓰윽 스캔 하더니

너무나 당연 하다는 듯이
"우리 사장님 이니까요, 직원 들도 이런 일이 왜 일어난 건지 몰라 당황 해 하고 있을테니 직원 들을  먼저 안심 시켜 야 손님 들 앞에서 우왕좌왕 하지 않고 차분히 각자 자기 자리를 지키 지요!" 한다.

순간 마음 저 밑바닥 에서 부터 올라 오는 찌르르한 감동 과 함께 이게 바로 진정한 리더의 영향력 있는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던 독일의 쇼핑센터 에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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