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서비스 문화의 한 단면
이제 독일은 겨울이 지나가고 본격 적으로 봄이 오려나 보다 한낮의 온도가 영상 7도 에서 11도 사이
바람은 차도 많이 포근해졌다.
그러나 아직 아침저녁으로는 여전히 춥고 낮 되면 덥다가 중간중간에 비도 오고 해도 짱 하게 나는
정신없는 날씨.. 감기도 자주 걸리는 이런 환절기에 한참 움직임 많은 아이들 옷 입히기가 정말 쉽지가 않다.
밖에서 뛰어노는 시간이 많은 독일 초등학교는 아침 8시면 학교 수업이 시작된다.
매일 아침 우리 막내가 학교 앞마당에 서 있는 시간이 늦어도 7시 40분이다 그 시간에는 제법 춥다.
그렇기 때문에 양파처럼 하나하나 입었다가 다시 벗 기가 편하도록 입는 것이 좋은데
아이들은 옷을 많이 입는 것을 귀찮아한다. 그래서 겉옷을 제대로 입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시내에서 일 을 끝내고 자투리 시간에 들른 쇼핑센터 아동복 코너에서
막내에게 요즘 날씨에 입힐 재킷을 보고 있었다.
30% 세일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칸에서
두껍지도 얇지도 않고 방수 도 되는 파란색 재킷 하나를 고르고 요사이 부쩍 커서 발에 맞지 않는 막내의 양말 도 한 치수 큰 것으로 챙겨 넣고 빠른 걸음으로 계산대로 향했다
오늘은 들려야 할 곳이 많았기 때문에 서둘러 계산을 하려고 계산대에 옷을 내려놓으며
"이거 세일 품목 맞죠?"하고 빠르게 물었더니 쌀쌀맞게 생긴 직원이 딱 생긴 대로 찬바람을 일으키며
"옷에 빨간색 세일 딱지가 안 붙어 있어서 세일이 아니에요" 라며 쌩~하니 말하는 거다
분명 똑같은 옷 30% 세일한다고 써 붙여 있는 것 보고 같은 칸에서 들고 온 것인데 말이다
헐~~ 기가 막혀서
아니 똑같은 옷~ 세일하는 칸에서 가져왔는데 딱지가 없다고 이건 세일이 아니고
저건 세일이라는 것이 말이여 막걸리여..
혹시 세일 딱지 붙이는 것을 잊어버린 게 아니겠느냐 확인해 보면 좋겠다 라고 했더니 그래도 무조건 딱지가 붙어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 옷 세일 아니니까 사던가 말던가 니 알아서 하세요~~ 하는 표정으로 말이다.
세일 품목 산다고 해서 거저 주는 것도 아니면서
내 돈 내고 내가 사는 것을 뭐 먹으면 저렇게 불친절할까 ~싶어 안 산다고 탁~놔두고 나올려 다가
그래도 내일 아침에 잘 입고 갈 아이를 생각해서
아~됐으니 그냥 계산하겠다고 했다.
삑~직원이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으며 어 이거 세일 맞네~라며 혼자 중얼거린다.
이론 어이가 상실할 일이 있나~~
내가 웃으며 "그것 보세요 세일 맞죠?"라고 했더니
모르고 우겨서 미안합니다 손님이라고 하기는 커녕
" 손님들이 손에 들고 오는 것마다 어떻게 일일이 다 알아요?" 란다,
이론 싸가지~~ 이거 네가 파는 거잖아요.
적반하장 이란 말이 이런대서 나오는 것 이리라. 확~~ 뒤집어 놓고 나올려 다가 그래도 싸게 샀고 바쁘니 그냥 간다 ~ 하는 마음으로 돌아 나오며 구시렁거렸다. 운 좋은 줄 알아 왕년에 언니 껌 좀 씹었다.
사실 나도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직업을 가진 사람 중에 하나이다 보니 웬만하면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스트레스 만빵 받을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조금 불친절 해도 일이 많아 그럴 수 있지... 말 안 되게 굴어도 힘들어 저럴 수 있지....
이러면서 말이다.
게다가 여기는 독일이 아니던가... 물론 여기나 저기나 어디서나 사람 나름이기는 하다
그러나 특히나 독일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는 무뚝뚝하고 퉁명한 스타일의 사람들이 많다.
문화가 다르고 사회적인 시스템이 다르다 보니 우리와 큰 차이를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치더라도
문제는 고속도로 타고 살짝 이웃나라 들... 프랑스나 네덜란드 등의 이웃나라만 넘어 가도 그 정도 차이가 확연하다.
내 생각 에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우선 독일 사람들의 민족성에서 비롯될 수 있겠고 개인적으로 직업군의 불만족도 등에서 기할 수도 있겠다 싶다.
어쨌거나 사람들의 인상도 그렇게 온화한 편이 아니고 멘탈도 다른 독일에서 우리처럼 빠르고 친절한 서비스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나는 끓어오르는 부아를 애써 참으며 아동복 매장을 나와 오늘 생일 파티를 하는 막내 친구의 생일 선물을 사려고 근처 백화점으로 갔다
장난감을 고르고 계산대로 가다가 그 바로 옆에 아이들 재킷을 이 곳에서도 세일하길래
들여다보았더니 아까 샀던 재킷보다 더 좋은 것을 만 오천 원 더 주면 살 수 있겠는 거다
살~짝 갈등이 생겼다.
기왕 사주는 거 조금 더 보태서 더 나은 것을 사 줄까?
재킷 하나를 사면 막내는 그 옷을 교복처럼 매일 입고 다닐 텐데..
에라 모르겠다 이것부터 일단 사고 보자~~
촉감 좋고 바람도 비도 막아주고 두껍지 않아 아이가 뛰어노는데도 불편이 없어 보이는 재킷을
착한 가격에 사고 아까 세일 가격으로 구입 하기는 했으나 훨씬 재질이 떨어지는 재킷을 바꾸기로 했다.
그 불친절한 직원이 있는 가게를 또 가야 한 다는 것이 별로 내키지 는 않았으나
더 나은 것을 샀으니 바꾸어야 하지 않겠는가
마지못해 간 그 매장에서
그 싹아지 밥 말아 드신 직원이 드디어 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했다.
내가 이 재킷을 환불하겠다고 하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 표정으로 씩 ~웃 으며
지네 동료를 향해 환불 해야 겠다...면서 자기들끼리 작게 수군 거리는 거다 거기까지는 참을 만했다.
내가 듣지 못하는 상태에 자기들끼리 하는 험담야 상관없다.
그. 러. 나
이미 계산대 위에 얌전히 올려놓은 옷이 들은 봉지를 가리키며
저~는 두 손을 그대로 두고는
나더러
"손님 물건을 좀 꺼내서 계산대에 올려놔주실래요?"
라는 거다
자기 손은 어디 출장 갔나~~ 드디어 펑~하고 뚜껑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때부터 나의 목소리 톤이 급격히 바뀌기 시작했다.
참을 만큼 참아준 나는 "내가 아주 궁금해서 그런데 여기 홈페이지 있나요?
했더니
"그럼요~그런데 왜 그러세요?"라고 묻는다
나는 그녀의 가슴팍에 곱게 달려 있던 명찰을 스캔하는 것도 잊지 않은 체
"홈페이지에 그럼 고객센터 카테고리도 들어 있겠네요?"라고 다시 물었다.
동그랗게 눈을 뜬 직원이 좀 전 과는 전혀 다른 말투와 표정으로 내게 대답 하기
시작했다.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를 적어 주던 그 직원은
홈페이지 에는 아동복 , 숙녀복, 신사복 코너 별로 옷들과 가격 등이 나와 있고 등등 있으나
고객센터 카테고리는 있는지 잘 모르겠단다
그 싸가지 직원이 갑자기 마치 딴 사람이라도 된 듯 나긋한 목소리로
"근데 손님 무슨 일로 그러세요?"
란다
그래서 나는 "고객센터 카테고리가 홈페이지에 있으면 분명히 직원들 고객 서비스에 관한 것도
나와 있겠지 싶어서요 "라고 했더니
그 싸가지 직원 이젠 마이 급 해졌다.
"어머 손님 무슨 일 있으셨어요?"란다 나는 네가 더 잘 알잖아요 라는
말을 속으로 삼키고 차분하게 원빤치를 날렸다.
"별로 드라마틱한 일은 없었지만 서비스에 관해 몇 가지 건의 사항이 있어서요"
라고 했더니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면 안 될까요? " 란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어퍼컷을 날렸다.
"회사에서 분명히 직원 서비스 교육받으셨을 텐데 손님이 질문 사항이 있으면
친절히 설명해 드려야 한다고 교육받지 않으셨 나요?" 했더니 당황한 얼굴의 그 직원
"네 그렇지요 ~"란다.
나는 원래도 인상이 그다지 좋지 못한 편인데 한 번 빵 하고 터지면 쫌 살벌하다.
순간 어쩔 줄을 몰라하던 직원이 내게 자기는 숙녀복 코너 담당인데
오늘만 아동복 코너로 잠시 땜빵 나와서 잘 몰라서 그랬다는 둥 변명을 늘어놓는다.
나는 마지막으로 함부르크에 있다는 본사의 고객센터 직통 전화번호를 받아 적으며 이야기했다.
"판매직원은 계산만 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지요. 손님이 자기 시간 들여 이 매장에서 뭔가를 사려고 질문했을 때 성심 성의껏 대답해 주어야 하는 것은 판매 직원으로 당연한 의무 아닌가요? 그렇지 않으면 무인 코너 만들어
돈만 내고 사서 가면 되지 왜 당신 같은 판매 전문 직원이 필요합니까? 안 그래요? 우리나라에서는
손님은 왕이다 라는 말도 있어요. 라며 쌩 하니 돌아서는 내 뒤통수에 대고
멘붕인 그 직원은 애절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손님 숙녀복 코너에 들려주시면 제가 성심 성의껏 모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