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 급한 사람은 기다리다 숨 넘어가기 십상
딱 요즘처럼 춥고
바쁘던 어느 겨울 아침의 이야기다.
이른 아침
우리 집은 그야말로 난리도 아니다.
"여보야 내 양말~"
"엄마, 여기다가 싸인~"
"엄마, 나도 빵 도시락~"
"엄마, 내 카드 어딨어?~"
순서대로
남편 챙겨서 출근시키고
딸내미 내야 할 서류에
사인해 주고
큰 아들까지 빵 도시락
싸서 보내고
막내 놀이 카드 찾아 주고
애들 학교 다 보내고 나니
딩~동 한다
아침 에는 몸이 열개 여도
부족 한데
일찍부터 손님 들 까지 오셨다.
이분 들이 누구신고 하니~
부엌 가구 조립 기술자
들 이시다.
커다란 장비 가방 두 개를
나란히 펼쳐 놓고
두 명 이 부엌 가구 들을
다시 해체 중에 계신다.
우리 집 미니 부엌에
달려 있는
인덕션 전기 레인지,
환풍기,
수납장 등이 골고루? 고장이
나서
애프터 서비스를 신청했더니
아침 8시 30분에 왔다.
빨리 와 준건 무지 고마운데
아침 시간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게다가 오늘 오후에
막내 축구에
딸내미는 배구에
요리 강습까지
줄줄이 있으니
하루 종~일 동동 거리고
다닐 것이 분명하다.
독일에서
20년이 넘게 살고
있으면서도
성질 급한 내가
여적 적응이 잘 안 되는 것
중에 하나가
독일 사람들의 천천히 문화 다.
좋게 말해 꼼꼼하고 틀림없지만
나쁘게 이야기해
성질 급한 사람은 기다리다 숨 넘어
가기 십상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중에 으뜸? 은
각자 전문 분야가
세밀하고도 아주 정확하게
나뉜
독일 기술자 들의
전문적 이 면서도 단계별로 나뉜
천. 천. 히.~~ 시스템!
그야말로
나사 하~나 하~나
정성을 다해 돌리고 계신다.
계속 쳐다보고 있으면
아저씨 차라리 내가
할게요~ 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올 것 같아
왔다~갔다 하기를
수십 분~
우리의 기술자 님 들은
요 쬐깐한 통에
전기 배선이 잘 되어 있는지
아닌지
한 가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앞 뒤로 달려 있던
수납장을 몽땅 뜯어
해체하시고~
그 어렵다는
자빠져서 전선 꼽기 도
마다치 아니하시며
전기선을 뺏다 꼈다를
무한 반복하시는 신공을
아낌없이 선 보이셨다.
그리고
내게 물으셨다
아무래도 환기통 쪽에
전기가 안 들어오는 것 같으니
배전함을 둘러봐야겠단다.
일명 두꺼비 집 말이다.
그. 런. 데.
우리 집은 원래
음식점을 하던 곳 이여서
독일의 일반 가정집과
여러 가지 구조 적인 면에서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배전함도 층마다 있고
몇 번 재건축해서 올린 건물이라
전기 설계도 도 따로
없으며
전기 전문 기술자들이 보아도
미로라고 이야기
하는 모험 충~만한
배선이다.
요렇게 생긴
일명 두꺼비 집만 해도
일층에 3군데로 나뉘어 있다.
한 마디로 전기 관련해서
복잡 심란하다.
그러니
두 명의 기술자 님들
께서는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유적지를 탐사하듯
하~나 하~나 꼼꼼히
유심히 들여다보고 털어 보더니
자기네는 전기기사 가 아니어서
도저히 알 수가 없단다.
뭐~ 예상 하기는 했다만
인덕션 전기레인지와 환풍기는
전자회사 서비스팀에 다시
애프터 서비스를 신청하고
그전에
우리 더러 전기 전문 기술자를 따로 불러
환풍기 쪽 배선에 전기를
배전함을 통해 다시 확인하란다.
그럼 지들은 뭘 했냐? 하면
큰 가방 두 개 들고 아침부터 와서는
부엌 수납장 몽땅 뜯었다가
다시 조립... 두꺼비집 연구? 하고는 끝!
결국
고장이라는 당연한 사실만 확인하고
돌아갔다.
어흑~ 나의 금쪽같은 두 시간이
소리 없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