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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Dec 16. 2016

독일 기술자 들의 천천히 문화

성질 급한 사람은 기다리다 숨 넘어가기 십상

딱 요즘처럼 춥고

바쁘던 어느 겨울 아침의 이야기다.


이른 아침

 우리 집은 그야말로 난리도 아니다.  

"여보야 내 양말~"

"엄마, 여기다가  싸인~"

"엄마, 나도 빵 도시락~"

"엄마, 내 카드 어딨어?~"

순서대로

남편 챙겨서 출근시키고

딸내미 내야 할 서류에

사인해 주고

큰 아들까지 빵 도시락

싸서 보내고

막내 놀이 카드 찾아 주고

애들 학교 다 보내고 나니

딩~동 한다  

아침 에는 몸이 열개 여도

부족 한데

 일찍부터 손님 들 까지 오셨다.     



이분 들이 누구신고 하니~

부엌 가구 조립 기술자

들 이시다.

커다란 장비 가방 두 개를

나란히 펼쳐 놓고

두 명 이 부엌 가구 들을

다시 해체 중에 계신다.  

우리 집 미니 부엌에

달려 있는

인덕션 전기 레인지,

환풍기,

수납장 등이 골고루? 고장이

나서

애프터 서비스를 신청했더니

아침 8시 30분에 왔다.  

빨리 와 준건 무지 고마운데

아침 시간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게다가 오늘 오후에

막내 축구에

딸내미는 배구에

요리 강습까지

줄줄이 있으니

하루 종~일 동동 거리고

다닐 것이 분명하다.


독일에서

20년이 넘게 살고

있으면서도

성질 급한 내가

여적 적응이 잘 안 되는 것

중에 하나가

독일 사람들의 천천히 문화 다.

좋게 말해 꼼꼼하고 틀림없지만

나쁘게 이야기해

성질 급한 사람은 기다리다 숨 넘어

가기 십상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중에 으뜸? 은

각자 전문 분야가

세밀하고도 아주 정확하게

나뉜

 독일 기술자 들의

전문적 이 면서도 단계별로 나뉜

천. 천. 히.~~ 시스템!  

그야말로

나사 하~나 하~나

정성을 다해 돌리고 계신다.

계속 쳐다보고 있으면

아저씨 차라리 내가

할게요~ 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올 것 같아

왔다~갔다 하기를

수십 분~


우리의 기술자 님 들은

요 쬐깐한 통에

전기 배선이 잘 되어 있는지

아닌지

 한 가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앞 뒤로 달려 있던

수납장을 몽땅 뜯어

해체하시고~



그 어렵다는

자빠져서 전선 꼽기 도

 마다치 아니하시며

전기선을 뺏다 꼈다를

무한 반복하시는 신공을

아낌없이 선 보이셨다.  



그리고

내게 물으셨다

아무래도 환기통 쪽에

전기가 안 들어오는 것 같으니

배전함을 둘러봐야겠단다.

일명 두꺼비 집 말이다.  



그. 런. 데.  

우리 집은 원래

음식점을 하던 곳 이여서  

독일의 일반 가정집과

여러 가지 구조 적인 면에서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배전함도 층마다 있고

몇 번 재건축해서 올린 건물이라

전기 설계도 도 따로

없으며

전기 전문 기술자들이 보아도

미로라고 이야기

하는 모험 충~만한

배선이다.



요렇게 생긴

일명 두꺼비 집만 해도

일층에 3군데로 나뉘어 있다.

한 마디로 전기 관련해서

 복잡 심란하다.

그러니

두 명의 기술자 님들

께서는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유적지를 탐사하듯

하~나 하~나 꼼꼼히

유심히 들여다보고 털어 보더니

자기네는 전기기사 가 아니어서

도저히 알 수가 없단다.

뭐~ 예상 하기는 했다만  

인덕션 전기레인지와 환풍기는

전자회사 서비스팀에 다시

애프터 서비스를 신청하고

그전에

우리 더러 전기 전문 기술자를 따로 불러

환풍기 쪽 배선에 전기를

배전함을 통해 다시 확인하란다.  

그럼 지들은 뭘 했냐? 하면

큰 가방 두 개 들고 아침부터 와서는

부엌 수납장 몽땅 뜯었다가

다시 조립... 두꺼비집 연구? 하고는 끝!  

결국

고장이라는 당연한 사실만 확인하고

돌아갔다.

어흑~ 나의 금쪽같은 두 시간이

소리 없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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