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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Dec 08. 2016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우리 에게도 풋풋한 시절이 있었다 (한 30년  전쯤?)
   그 시절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손편지, 엽서, 빛바랜 사진 등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나무 상자는 내겐 엔도르핀을 안겨주는 우물 같은 것이다.
   퍼내고 퍼내도 마르지 않는....
  
   과거 지향적인 사람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타입이라는데,
   일상에 지치거나 뭔가 텅 빈 듯  허전할 때
  
  가끔 아껴 두었던 사탕을 까먹듯, 하나씩 꺼내 보면, 금세 마음이 포근 해 진다.
  아마도 곱게 접어 두었던 추억 들과 그 시절의 그리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일 거다.
  
  누구와 대판 싸웠다거나, 서로 상처를 주고받은 일 등의 속상했던 기억들을  

  우린 추억이라 부르지 않는다.
  
   물론 후회의 추억거리 들도 있기는 하다.

   만약에....

   고등학교 때 야. 자(우린 야간 자율학습을 야. 자 라 불렀던 세대다)
   땡땡이치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 조금 정말 조조 금 땡땡이쳤다.)
   미팅, 소개팅, 등을 원 없이 했더라면, (그땐 , 미팅 등에 안 나가고 버티는 게

   자존심 챙기는 건 줄 알았다)
   유학 오지 않고 취직을 했더라면....... 등등

   정 반대로 내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부질없는 상상을 해 보고는 한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려 준다 해도, 어쩌면 같은 선택 들을 하지 않았을까?
  


  나이만큼 상큼 발랄 외모는 지랄 충만 일 때가 있었다.

  비교적 나지막한 산에 갈 때만 , 종종 끼여서 무늬만 산악부였는데..
  등산 장비 가게에서 마련한 커다란 가방에, (동네슈퍼 살짝 정리하고 온 듯 먹거리로 가득 찬)
  "나 지금 산에 가요"라고 쓰여있는 옷차림 (원래 초보들이 장비에 집착한다)
   매번 약속 시간보다 5분 정도 늦어서는, 헐레벌떡  뛰어가고는  했었다.
  (꼭 5분에서 10분 사이를 지키는 고난도 스킬을 보여야 한다.

   30분 정도 왕창 늦으면 out 되므로 )
  
    막상, 산행이 시작되면,

    옷차림과 가방에서 풍기는 포스를 뒤로하고, 맨 뒤에서 헉헉 거리며

    애절하게
   "같이 가요~~~"를 외치곤 했지만 말이다.
  
    그 시간 들속에 떠오르는 추억들이 있다.
    사람이 힘들 때면 본색이 나온다고, 점점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될수록 ,
    옆을 지켜주던 사람들이 하나 둘 앞서가기 시작한다.

    어쩌니.... 얼른 따라와...라는 그다지 위로가 되지 못하는 말만 남긴 체....
    그런데.. 어떤 상황에서도 뒤쳐지는 사람을 팽개쳐 두지 않고 끝까지

    가방도 들어주고..., 손도 잡아 주고 ,... 등도 두드려 주며... 이끌어 주던

    선배가 있었다. 본인도 힘들 텐데 가던 길을 되짚어 와서는 말이다....

    그 남자 사람 이였던 선배는
    지칠 대로 지쳐 더 이상은 도저히 못 가겠다 싶던 그때
    올라온 길이 더 짧았다면 미련 없이 다시 내려가고 싶던 그때
    넙적한 바위 하나에 주저앉아(그때는 내 사이즈에 맞는 바위가 도처에 있었다 ㅎㅎ)

    숨을 고르며 그냥 내려가? 말아? 를

    고민하는 내게
    "힘내,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었어 조금만 더 가면 우리가 목표한 정상이야~!"

    라고 말했다.
   그때 나는 숨이 턱에 까지 차고 다리가 후들거려 더 이상은 정말이지 못 가겠고

   그냥 돌아서 내려가는 것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 하니 민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물, 콧물 다 빼고 있을 때였다.  
    

  헤롱 헤롱 제정신이 아닌 눈으로 봐도 아직 멀어 보이는 정상인데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선배의 개정이 그 순간에는 그렇게 위로가 될 수 없었다.

  그 말에 속아 , 1시간 반도 더 가서는 , 조금만 가면 된다는 정상에 , 올랐을 때의

  그 가슴 뻐근하던 감격은 내게는 에베레스트 등반 못지않은 감동이었다.

  지금도 간혹 일상에 지쳐 올 때면

  짓궂게 웃으며, "힘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라고 얘기해주던 선배와 그 산행이 떠오른다.
  내게는 동네 뒷동산 다음으로 , 올라본 첫 산행의 추억이다.
  만약에.....

  내가 그때 쉽게 포기하고, 남의 도움을 받아 하산했더라면,
  내 인생에서 산은 오르지 못할 곳으로 포기되었을 거다.

  지금 한국의 정국은  

  숨이 턱까지 차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실로 예측불허의 혼란한 상황이다.

  누군가는 되뇐다. 하루빨리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벗어났으면....

  또 누군가는 이렇게 외친다. 이게 나라냐? 이래서 살겠냐?

   지금 우리에게 는 어쩌면...

   그때 그 시절 내게 개뻥을 날리던 선배의
  "힘내세요, 이제 얼마 안 남았어요, 조금만 가면 정상이에요.!"

   라는 위로가 절실한 때 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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