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신기 하게도 이 도심 한 복판에 시골 에서나 볼수 있을것 같은 동물 들과 채소밭을 아이들이 직접 가꾸는 어린이 농장이 있다.
우리가 처음 이 어린이 농장 Kinderbauenhof 을 만나게 된 날은
카셀로 이사온 직후 어느날 막내의 유치원 친구 율리안네와 함께 였다.
율리안의 엄마 파타치아는 이곳에서 어린이 농장 후원회 회원으로 자원봉사도 하고
우리로 중학생인 딸내미 셀리나는 어린이 동물 전문가 로 예쁜 뱃지를 가슴에 달고 작은 아이들이 동물 들을 만지고 사료를 주고 우리를 청소 하는 등의 일을 돕는다.
이 어린이 농장은 평일 오전 에는 학교, 유치원 등의 교육 체험장으로 사용 되고
월요일 오후 부터 토요일 까지 오후 15시 부터 18시 까지 매일 연령별 테마별로 나누어
어린이들을 만난다.
우리는 주로 수요일 오후에 어린이 농장에 가고는 하는데
아이들이 직접 동물 우리 청소 도 돕고, 먹이도 주며 시골 농장에서 하는 일들의
그대로 를 체험 하는 모습 들은 도시 에서 자라 시골집에 대한 향수가 있는 내게도 힐링의
시간 이다.
어린이 농장 문을 열고 들어 가면 제일 먼저 만나 지는 것이 토끼 들이다.
이곳의 동물 들에게는 각각 이름들이 붙여 져 있는데 얘네 들은 하니와 나니 다.
아이들이 토끼들의 우리를 청소해 주고 뽀송뽀송한 볕짚을 새로 깔아 주는 사이로
토끼 하니와 나니가 왔다 갔다 아이들과 뛰어 놀다가 물을 마시기도 하고 아이들이 주는
맛난 먹이 를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먹기도 한다.
하니와 나니의 집을 지나 어린이 농장 중앙 에는 커다란 사과, 자두 등의 아름드리 과일 나무들이 있다.
이 나무 들은 평소에 작은 아이들이 올라 다니는 놀이터 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옆으로 딸기, 감자, 당근 등을 심은 작은 텃밭 들이 여기 저기 나뉘어 있는데
봄이 지나 여름이 되어 아이들과 함께 직접 가꾼 작은 텃밭에서는 향긋하고 달콤한 딸기가 익어 가면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하나 둘 따서 나누어 먹고 쨈도 만들고 가을이 되어 빨갛고 탐스러운 사과 와 보라색의 보드라운 자두가 주렁 주렁 열릴때면 옛날 방법으로 사과쥬스를 짜서 유기농 사과쥬스를 나누어 마시고 자두 쨈을 만들기도 한다.
또 아이들이 직접 재배 하고 한알 한알 추수 한 감자 , 당근 ,호박 등을 가지고 스푸를 끓이기도 한다.
아이들은 농장 안에서 작은 동물 축사를 오가며 청소도 돕고 먹이도 주고 닦아 주기도 하고
그리고 텃밭에 물을 주기도 하며 놀며 일하며 바쁘다.
이 농장 안에는 키작은 아이들이 편하게 사용 하도록 귀여운 작은 수레 들과 장난감 같은 물조리개 들이 여기 저기 비치 되어 있다.
어린시절 마당에 펌프가 있었던 추억이 있는 나는 어린이 농장 안의 펌프가 너무나 반가웠다.
바쁘게 오가던 아이들은 시원한 펌프로 펌프질을 해서 손을 씻기도 하고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 져 있는 모래 밭에서 펌프로 끓어 올린 물을 작은 물조리개로 받아 다가
모래밭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모래성을 쌓기도 한다.
나는 예전 어린시절 우리집 마당 한켠에 있던 펌프가 아련히 떠올라 왠지 오랜만에 어린시절 친구를 만난듯 아련하고 반가웠었다.
어린이 농장 안에는 많은 것이 친환경 적인 것들인데 그중에서도 압권은(위의 왼쪽 사진) 화장실 이다 .나무로 만들진 좌변기로 보기에는 생긴건 현대식 화장실 인데 시스템은 예전 푸세식 이다. 즉 사용전 아래를 내려도 보면 놀래서 다시 밖으로 나오게 된다.
(오른쪽 사진) 또 재밌는 친환경 코너로
이곳 사람들은 이것을 곤충호텔이라 부르는데 각각의 나무 또는 돌들로 만들어 놓은 작은 방들
속으로 날아 다니던 벌도, 각종 곤충 들도 좋아 하는 나무 안에서 또는 벽 안에서
자기들 만의 안식처를 찾고 쉬다가 다시 자연으로 되돌아간다 는 그런 의미다.
아이들은 이 농장 안에서 자연스레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의 섭리를 배우게 되는 셈이다.
어린이 농장 식구들 중에 아이들 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얘네 들은 아빠와 딸이다
삼손과 피니, 저 뒤에서 놀고 있느라 사진에 안 나온 엄마 돼지의 이름은 피기
막내의 친구 율리안 네와 처음 대로변을 지나 시내 한 복판에 있는 어린이 농장 으로 삐거덕 하는 소리를 내는 나무문을 스윽 들어 왔을때,
도시 에서만 자란 어른인 내게 도 마치 비밀의 문을 열고 들어온것 처럼모든게 신기한 풍경 뿐이였다.
아이 들이 아무 꺼리김 없이 돼지나 양을 만지고,토끼와 닭과 뛰어 놀며,냄새 나는
돼지 우리를 치우는 모습도 도시에서는 좀 처럼 보기 드문 일인데 그런 도시 아이들을 위해
도심 한 가운데 만들어진 어린이농장...
아이들은 펌프로 물을 길어 올려서 손을 닦고, 작은텃밭에 물을 주고 옛날 우리네 뒷간을 연상케 하는 푸세식 화장실을 가고 그것이 비료가 되고
아이들은 책에서 보던 동물과 자연 ,사람과 환경에 대해 이곳에서 몸소 배우며 자란다.
어린이 농장 안에서 아이들이 보호자 없이 그냥 들어 가지 못하는 곳이
딱 한곳 있는데 꿀벌 들의 집터 자연 꿀벌 통 이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꿀은 맛이 아주 좋아서 사람들 에게 인기다.
어린이 농장은 카셀 시 에서 후원 하고 있지만,
많은 시민 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봉사, 기부 로 유지 되고 있으며
쨈이나, 꿀등을 만들 어서 판매하고 수익금 을 운영비 에 보탠다.
어린이 농장 다른 한켠 에는 숲에서 못쓰는 나무 둥치들을 가져다 다듬고 잘라서 자신 들 만의 아지트 또는 예술품을 만든다.
아이들이 하나 둘 자르고 다듬어 만든 나무집 들은
보기에는 엉성해 보여도 여기 저기 안전 장치가 되어 있으며,
날씨 좋은날 별을 보며 앉아 놀고 싶은 공간 이다.
아이들이 하나, 하나 정성들여 톱질 하고 깍고 색칠 하고 만들어 낸 그들만의 작품 들...
어설프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뭍어나는 꼬마 예술가들의 추억이 쌓인 값진 작품 들이다.
이제 해가 저 물기 전에 농장 안 풀 밭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으며 놀고 있던 양들을 그옆 축사로 데려다 줘야 하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끈을 쥐고 따라가면 풀을 뜯어 먹으면서도, 양들은 길을 잃지 않고 축사 안으로 들어 간다.
우리 아이들이 데리고 가야할 양의 이름은 엠마,
어찌 보면 엠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것 같아 보인다.
아이들은 양 들과 헤어 지기 싫어서 쓰다듬고 만지고 잘 지내고 있으라고 ,다음주에 또 올꺼라는 인사를 몇번이나 하고 나서야 축사 밖으로 나왔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와는 달리 따사로운 햇빛과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초록의 잔디밭 위를 뛰놀며 땅과 하늘 사이에서 아이들과 동물 들이 함께한 즐겁고 감사 한 주말 오후 다.
어린이 농장 양들의 축사 뒤 편 에는 저렇게
작은 댐이 있고 강이 흐른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강물 위를 카누를 타고 천천히 노를 저으며 여유롭게 떠다니는 사람들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