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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25. 2017

위트 넘치는 독일의 수능 대박 응원


조깅 동우회 친구들 중에 베티나네 막내아들이 엊그제 독일의 수능 아비투어를 시작했다.

첫 시험이 영어라는데 어째 엄마인 베티나가 더 떨려 보였다. 나는 작년에 아비투어를 끝낸 큰아들 때가 떠올라

애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침착하게 잘 해 낸다며 그녀를 격려해 주었다.

그러자 다른 친구들도 각자 자기네 아이들 아비투어 볼 때는 어땠었다.... 아비투어 플래카드 준비해서 학교에 걸던 날 새벽부터 식구대로 난리였다 등등 각자의 아비투어에 얽힌 추억 들을 풀어내기 바빴다.

우리는 공원 한 바퀴를 함께 힘차게 뛰며

막스밀리언 영어 시험 파이팅을 크게 외쳐 주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독일의 중부 헤센주는 지금 독일의 수능 아비투어의 필기시험 기간이다.

Abitur  아비투어 독일수능은 우리 처럼 한날한시에 하루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것이 아니

방학이 주마다 다른 것처럼 아비투어 시험 기간도 주마다 차이가 있으며 시험의 내용은 비슷하나 시험문제 또한 다르다. 게다가 이과 문과로 나뉘는 우리와 다르게 학생들이 원하는 선택 과목에 따라 당양한 시험 과목을 정해서 준비하기 때문에 과목 별 시험 날짜들이 달라서 필기시험 기간 또한 다르고 길다.

2017년 독일 중부 헤센의 아비투어 필기시험 기간은 3월 16일부터 3월 30일 까지다. 그 이후에 선택 과목에 따라 또 구두시험이 남는다. 우리 큰아들 같은 경우 작년에 6월 중순까지 아비투어 시험 일정이 잡혀 있었다.

그러나 수능 시험을 잘 치르기를 바라는 학생 들의 마음과 그것을 응원하는 가족들, 친지들

친구들의 마음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보통 수능 시험 전에 찹쌀떡, 엿, 초콜릿, 등으로 수험생들에게 수능 대박 응원의 마음을 전하는데

독일 사람들은 어떻게 수능을 응원할까?

작년의 우리 큰아들 수능 응원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른 아침 나는 연장통에서 쓸만한 연장들을 하나하나 챙기기 시작했다

펜치, 못, 철사, 칼 등등 오늘이 결전의 그날 이기 때문이다.  

위엣 글만 읽어 보면 무신 조폭들 뭔 부림? 하며 영역 넓히기 싸움 나가는

것 같지 않은가? ㅎㅎㅎ

월요일인 오늘 우리 큰아들의 학교에서는 독일의 수능 인 아비투어의 대박을 기원하는

Abi-plakate 아비 플라아비투어 플래카드를 거는 날이다.

독일은 찹쌀떡이나 엿 대신 이 플래카드를 학교에 걸며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데 대게 부모 형제 가족 들 또는 일가친지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이 그려서 마련한다.

학교에 아비 플래카드를 거는 날짜는 학교마다 다르게 정해져 있지만 그것을

거는 자리는 그야말로 선착순 먼저 온 사람이 임자...

우리도 아침 일찍 서둘렀건만 바지런하고 발 빠른 부모들이 벌써 여기저기

소위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자 온 가족을 총동원해 플래카드를

걸고 있었다.

우리는 남은 자리가 몇 개 없어 학교 신관 2층 꼭대기에 걸어 보려 다가

나무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아 얼른 내렸다

어허~이걸 어디다 건다.? 우리는 플래카드 걸 마땅한

자리를 찾아 헤매며 학교를 한 바퀴 빠른 걸음으로 둘러보았다.  


주렁주렁 널려? 있는 플래카드들 속에 예쁘고 귀여운 또는 발랄하고 코믹 스런 캐릭터 들도 보이고

어디서 많이 본듯한 가까이 가서 보니 더 확실한 강남스타일 패러디 플래카드도 보이고,

하나하나 손수 그린 정성스러운 플래카드들이 보인다.

아예 수능 과목과 날짜까지 써 놓고 축구 골~슛 골인~~! 들어가듯 하라는

수능 대박을 기원하고 있는 플래카드도 보인다.

독일의 수능 Abitur 아비투어는 Zentralabitur, landesabitur, Fachabitur 등 목표하는 바가
일반대학 인지 기능 대학인지 등의 따라 응시할 수 있는 시험의 종류도 다르고 선택 과목 기준과 시험 날짜 등도 주마다 다르다

독일의 아비투어는 우리의 수능처럼 전국이 한날한시에 수능 과목 필기시험 전체를

하루에 보는 것이 아니라 주마다 , 아비투어의 종류마다  그리고 선택한 과목마다

시험 일정이 다르다.

예를 들어

위에 플래카드에 적혀 있는 어떤 아이는 3월 23일 역사 시험,  3월 16일 수학 시험, 3월 11일 화학 필기시험

을 치르게 되고 울 아들은 3월 10일 영어 시험, 3월 16일 수학, 정치. 경제 3월 26일 정치 경제  

3주에 거쳐 필기시험을 본다.  


학교를 재빨리 돌아본 우리는 맨 정문 앞 귀퉁이 그러나

제법 눈에 띄는 자리를 발견~~

이번에는 그 자리에 걸어 보려고 했다

그런데 어디를 가나 힘을 과시하는 분들이 꼭 있다.

저 보기에도 무거운 쓰레기통을 요란 스레 굴려 오더니 무지막지 쿵하고 던 지 듯 놓고

턱 하니 밟고 올라가 순간적으로 그들의 플래카드를 빨래 털어 널듯 걸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 앞에 서 있던 나는 망부석으로 만든 체 말이다

헐~

어디 가서 힘 딸 린다는 소리는 들어 보지 못했으나 유치하게..

내가 먼저 그 자리 찜했다고 식전 댓바람부터 자리싸움할 수도 없고...

절대 그 아줌마의 포스에 졸았던 거이 아.. 아이다

그저 양보한 것뿐이다 ㅋㅋㅋ

우리는 또 다른 자리를 찾기 위해  학교 안 구석구석을 전투 적으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자리 찾느라 돌아보다 보니 게 중에는 인쇄소에서 포토 프린트를 쌈박하게 해서 온 듯 보이는

전문가의 스멜이 솔솔 풍기는 플래카드 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나는 왠지 삐뚤빼뚤 조금은 허술해 보여도 마음이 전해 지는 손으로 직접 만든

정성 가득한 플래카드 들의 느낌이 훨씬 더 좋아 보였다.  

이렇게 과녁을 뚫듯 팍팍~~ 다 맞으라는 소박 하지만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가족 들의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가?


학교 안을 샅샅이 탐색? 하다

드디어 학교 본관 구석에 자리 하나 차지하고 탁탁 털어 멋지구리한 포스로 플래카드 걸었다.

장시간 걸려...

왜냐하면 이 거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 니. 였다

이 야들 야들 한 천을 팽팽이 당겨 의지할 곳 없는 난간에 바람 도 오지게 부는 추운 날 아침 벌벌 떨어 가며

얼어 굽은 손으로 한 귀퉁이 한 귀퉁이 잡아 고정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어쨌거나 우리도 울 아들 아비투어 대박 기원 플래카드 걸었다

아들아 파이팅 파이팅이다. 2016년 아비투어에서 너의 진가를 보여 줘라 ~

아자, 아자~다 죽었어~~!

사실 우리는 학교에 플래카드 거는 것만 간신히 했지

이 모든 그림을 우리 딸내미 혼자 오빠 닮은 만화 캐릭터에 재미난 글자들까지

손에 붙들고 하나하나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해 그려서 준비했다.

"딸내미 애썼다. 역시 우리 딸~~! 엄마 아빠가 보기엔 우리 플래카드가

최고였다 "


역사 적인? 작업을 다 끝내고 돌아 나오다 보니 아까 그 억척? 아줌마

에게 떠밀려 놓쳤던 그 자리 에는 바람에 밀려 돌돌 말려 버린 원래의 형태를 고이 감춘

플래카드 만이 안쓰런 모습으로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그 자리는 플래카드를 아래쪽으로 당겨 고정할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뒤끝 만리장성인 1인...ㅎㅎㅎ

어쨌거나 작년 난리 부르스 떨며 플래카드 걸어 주고 빡시게 응원해 준 결과?

큰아들은 무사히 아비투어를 잘 마쳤고 딸내미는 그 플래카드 덕분에 지역신문에

등극하는 영광을 안았다. 지난 일들도 아이들에 관한 것들은 언제나 어제일 처럼 생생하다.

부모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때는 기회다 깨알 자랑을 늘어놓는 애들 바보 엄마 1인...

아울러 지금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모든 수험생들에게 응원의 파이팅을 보낸다.

작년 지역신문에 아비투어 를 위한 다양한 플래카드에 관한 특별기사에 딸내미가 그린 것이 등극했다. 가문의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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