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멜스베엌 에는 요...
가을 방학이라 집에서 "심심해.. 심심해 이렇게 심심한 방학은 처음이야 "를 레퍼처럼 불러대는 막내를 데리고 집에 있던 사과, 당근, 스파게티 면 등을 챙겨서 우리 동네에 있는 특별한 곳으로 향했다.
그곳이 어딘고 하면 우리 집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동물원이다.
웬만한 큰 도시에는 하나씩 있는 동물원이 무에 그리 특별할까냐 만은 이곳은 시 또는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동물원이 아니라 개인이 사유지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해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개인 동물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카셀은 대도시는 아니지만 여러 개의 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그중 우리 집이 속해 있는 지역 벨하이데 에서 차로 몇 분만 달려가면 람멜스베엌 Rammelsberg이라는 지역이 나오는데 그 지역 주택가 끝 쪽에 우리가 자주 가는 동물원이 있다.
이름하여 람멜스베엌 동물원 Zoo am Rammelsberg, 이곳은 1974년에 호스트 슈벤크 Horst Schwenk라는 분이 카셀에 동물원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서(*카셀은 요즘 활발히 재개발되고 있지만 2차 대전 당시 피해가 컸던 도시 중에 하나다.) 개인 적으로 동물 들을 하나 둘 사다 모아 다가 자기 땅에 동물원을 만든 것이다. 어떤 사업적 목적도 없이 사회 기부 차원에서 말이다. 그것이 오늘날 카셀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원이 되었다.
주택가 한가운데 있는 매표소도 없는
대를 이어하고 있는 동물원 이랍니다.
그동안 자주 다녀서 이제는 익숙할 법도 한데 나는 올 때마다 매번 놀라 고는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주택가 한가운데에 좁다란 골목 하나만 지나면 바로 만나지는...
마치 운동복 하나 꿰어 입고 두부, 콩나물 사러 가던 집 앞 슈퍼처럼 자연스레 모습을 드러내는 동물원에 말이다.
동네 한가운데 있어서 일까? 아니면 매표소도 없는 가정집 같은 동물원의 분위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마치 저녁 먹고 소화시킬 겸 동네 한 바퀴 돌러 나온 사람들처럼 편안한 차림에 집에서 먹다 남은 양상추, 사과, 또는 누들, 빵조각 등을 들고 동물원 안으로 들어간다.
오늘도 작업복 차림에 (바로 밑에 사진에 보이시죠?) 작은 수레에 동물들 먹이를 이리저리 나르며 부지런히 일하고 계시는 토마스 아저씨는 이곳의 300여 마리 동물들의 아버지 이자 주인아저씨 다.
그렇다 이분의 아버지가 이 동물원을 만드셨고 그 아버지의 유지를 따라 이곳을 맡아 일하고 계시는 분이 토마스 Thmas 그리고 그의 부인 모니카 Monika 다. 한마디로 대를 이어하고 있는 가업이 동물원 인 셈이다.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 친구들을
소개해요
이 동물원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 들은 토끼, 염소, 다람쥐부터 라마, 표범, 원숭이, 당나귀, 타조, 뱀, 닭, 공작새, 앵무새, 부엉이 등등 다양하고 몇몇 동물 들은 아이들이 직접 먹이를 줄 수 도 만져 볼 수도 있다.
아기 염소들을 강아지 쓰다듬듯 쓰담 쓰담하고 있는 막내를 보며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우리 에게는 그 애가 그 애 같아 보이고 그날이 그날 같지만 이곳에서 처음 우리가 만났던 아기 염소는 이제 그때의 저만한 아기 염소의 아빠가 되어 있고 다섯 살이던 우리 막내는 제법 의젓하고 반항? 적인 열 살의 엉아가 되어 있으니 말이다
(막내의 5년 전 그리고 지금의 같은 곳에서 비포 애프터 사진이에요 그동안 많이 컸어요 )
이 동물원 에는 매표소도 입장권도 없지만
거위 인형이 들고 서 있는 저 노란 작은 통 안에
아이들이 엄마 아빠에게
받은 동전 한 잎 두 잎을 넣고 갑니다.
동물 친구들을 위해서요...
염소는 호박도 나뭇잎도 스파게티 면도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는 소리를 내며 맛나게 먹는다.
복슬 복 슬한 털 덕분에 순한 대형견 같기도 인형 같아 보이기도 하는 라마는 사람들이 지나갈 때면 울타리 너머로 목을 길게 빼고 커다란 눈을 껌뻑이며 뻐드렁니를 드러낸 체 시크하게 썩소를 날린다.
마치, "이 구역의 짱은 나야" 라며 다리 좀 털어 주시고 껌 좀 씹던 언니 들처럼...
엄마가 동생을 보듬고 있느라 혼자 심심하게 놀고 있던 아기 원숭이는 사람들이 스파게티 누들을 주자 불만 스레 입을 비죽이며 "마이 묵었다 아이가, 네가 묵어라 스파게티 "라고 하는 듯 다시 힘껏 밀어서 밖으로 던져 버린다.
그 모습에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막내가 까치발 들어 건네준 당근은 얌전히 받아 들더니 사람이 고기 먹고 이쑤시듯 하며 장난을 하고 있다 전봇대 같은 당근으로....
우리는 그렇게 원숭이를 지나 부지런히 너츠들을 들고 오르내리는 다람쥐와 사과를 먹고 있는 함 스터 들을 지나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 같은 당나귀 가족 에게도 당근을 주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어 앵무새 인지 몰랐던 쳐다도 보지 않는 침묵의 앵무새에게 안녕? 인사를 하고
"오늘은 또 날씨가 또 어떠려나?"하며 밖을 내다보시는 할아버지 같은 포스로 어슬렁 대는 표범을 마주 한 체 동네 놀이터 같은 동물원 한 바퀴를 다 돌았다.
물론 거북이, 뱀들이 따로 모여 있는 실내 수족관도 있지만 냄새가 너무 진동해 패스했고, 닭이나 타조 등의 새들은 막내가 그렇게 좋아라 하는 동물이 아니어서 그냥 지나쳐 왔다.
우리는 이렇게 어쩌다 놀러 와서 보고 싶은 동물 들만 골라 보다 가면 그만이지만 매일 아침부터
300 마리가 넘는 동물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먹이를 주고 보살피는 일을 해야 하는 토마스 아저씨 내외의 일은 끝도 없겠다 하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동물원 입구에 마련된 동물들 먹이 후원 코너.
집에 남는 빵, 채소, 과일 들을 각각의 통에 넣어 놓고 가면
토마스 아저씨가 동물들 식사 시간에 골고루 나누어 주신다.
동물원에 오는 날이면 우리는 언제나 주인아주머니인 모니카 가 운영하는 작은 매점에서 와플 하나 또는 아이스크림 커피 한잔 식을 사서 마시고는 하는데 커피도 1유로, 와플도 1유로 맛도 있고 가격도 착하다. 이래서 장사가 되겠나 싶을 만큼....
문득 예전에 커피를 마시며 모니카와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렇게 많은 동물 들을 먹이고 보살피는 데 만도 많은 비용이 들 것이고 하루 종일 동물원 일에 매달려 다른 일도 할 수 없을 터인데 어떻게 저분들이 살아갈까? 싶어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모니카가 순박한 웃음을 지으며 "동물들이 새끼를 낳으면 팔기도 하고요. 여기 작은 매점 그리고 주민들의 후원도 힘이 되지만, 운영비가 만만치는 않아요 "라고 이야기했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속으로, 이 동물원에 오는 사람들도 후원하는 사람들도 동네 꼬맹이를 비롯한 주민들이 대부분이고 보기에 매점도 이렇게 팔아서 수익이 날까? 싶은 정도인데...
카셀이 여기저기 재개발되며 주민이 늘기 시작하면서 주택의 수요가 급증하는 요즘 한참 줏가가 오르고 있는 소위 금싸라기 땅에서 일만 많은 동물원을 하며 때려치우고 싶지 않을까?
나 라면.... 동물들 각각 동물원에 기증하던 팔던 하고 보눙을 짓던 (우리의 작은 아파트 같은 ) 하우스 (가정 주택)를 짓던 할 텐데...라는 생각을 했었다.
도시에 살면서 아무리 시아버지의 뜻이라 해도 수 익되 되지 않는 동물원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어찌 말처럼 쉽겠는가?
그때 나는 모니카에게 또 물었었다. 어떻게 동물원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이미 그 내용은 유명한 일화 여서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이야기였지만 왠지
직접 듣는다는 것이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모니카는 멋쩍은 듯 미소 지으며 "시아버지의 자식이 셋인데 아무도 동물원을 맡아서 하지 않겠다고 하니, 어쩌겠어요. 시아버지의 땀과 노력이 깃든 동물원을 그냥 방치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어느 날 동물원이 없어진다면 카셀의 아이들 에게 얼마나 아쉬운 일이에요"라는 것이다.
혼자 속으로 맘대로 동물들 팔아 치우고 집 짓고 있던 내가, 뜨끔 하던 순간이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개인의 부귀영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해, 사회를 위해
나눔을 실천하며 고달픈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는 아니다
그래서 이분들의 우직하고 성실한 삶이 더 특별하고 이 작은 동물원이 멋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