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맞추어 놓은 핸디의 알람이 땅다다다단 따다다다단하고 6시에 명쾌한 리듬으로 깨워 대고
5분 간격으로 울려 대는 재 알람 소리에 핸디를 던져
버리고 싶을 때쯤 나는 안 떠지는 눈을 애써 비벼 뜨며 부스스 일어 난다.
바로 내린 향긋한 커피 한잔과 갗구군 빵으로 아침을 준비해서 남편을 출근시키고
초등학교 3학년 짜리 막내의 준비물, 숙제 등을 잘 챙겼는지 확인하고 빵 도시락 들려 학교로 보내고 나면
어느새 거실 벽에 걸린 시계가 7시 40분을 가리킨다.
그렇게 또 나의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
7시 40분....
요 시간만 되면 나는 어김없이 고민에 빠져 든다.
이대로 조깅을 하러 뛰어 나갈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소파에 푹 파묻혀 앉아 우아하게 멍 때리며 커피 한잔을 할 것인가?를 두고 말이다.
막상 현관문을 박차고 나가 뛰기 시작하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을 핑곗거리들을 머릿속으로 바쁘게
쓰윽쓱 그려 대며....
어느 날은 창문 넘어 차르륵 쏟아지는 햇빛이 따사로와서,
먹구름 내려앉아 흐리고 어두운 회색 하늘의 또 다른 날은 즐겨 듣는 음악이 당겨서
그리고 어느 날인가는 후드득후드득 비가 내려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서,
또 강습이 있는 날은 강습 준비 때문에, 강습을 하고 난 다음 날은 피곤해서,,,,
이렇게 날마다 떠오르는 끝없는 핑계의 레퍼토리 들은 뛰러 나가지 않아도 될 타당한 이유 들을
달콤하게 포장해 내며 이대로도 좋사오니의 게으름과 젊고 건강하게 살자 를 외치는 열정 사이에서 고민하게 한다.
오늘도 뭉개고 앉아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수많은 이유들을 뒤로 한체 아침 찬바람을 가르고
퍼지는 햇살 아래 땀이 나도록 한 바퀴 뛰고 나니 무겁던 몸이 제법 가쁜해진 것 같다.
역시 힘들수록 움직여야 건강 한 거여 라며 내일은 미련 없이 현관문을 열고 나가 고민 없이 뛰러 가리라 하는 택도 없는 호언장담을 스스로 에게 날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상쾌하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샬랄라 하게 아름드리 겹벚꽃 나무가 흐트러 지게 피어 분홍 꽃길을 내고 있는
집 근처 골목길 어귀를 어기적 거리며 돌아 들어올 때였다.
차에 타고 있던 왠 젊은 남정네가 차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Hallo 할로 인사를 걸어온다.
종종 있는 일인 길을 물어보려나 싶어 가던 걸음을 멈추었더니
이 남자 환하게 웃으며 내게 말한다.
"저 찬란한 분홍꽃과 딱 닮은 색의 옷을 입고 계시네요. 멋지게 어울려요."
짜아식 오글거리기는 한다만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라는 속마음을 담은 체
누나는 이제 요런 추파 따위 당황스럽지 않아요 라는 포스로
"어머 고마워요. 멋진 하루 보내세요" 라며 느끼하게 웃어 주고는 보란 듯이 허리 펴고 걸었다.
마치 신상 아웃도어를 걸치고 패션쇼 장의 런웨이를 힘차게 걷는 모델이라도 된 듯
나름 럭셔리한 걸음걸이 로다가 꽃길을 걸으며 그것 봐 운동하니까 혈액순환이 잘돼서
두볼도 빨 그래 한 것이 마침 입고 있던 핑크 운동복과 겁나 잘 어울렸던 게지 오죽하면 가던 길 멈추고 말을 걸었겠어 홍홍홍 해 가며 말이다.
머리 속으로 스스로를 상큼 발랄한 모습의 핑크 핑크 한 아이유? 정도로 발칙한 상상을 해 가며
" 얍, 앞으로는 고민 없이 열정 적으로 다가 뛰러 나가는 거야"를 외치고 신나게 집으로 돌아온 나는
묶은 머리 3분의 2는 빠져나와 정신없고 핑크빛 운동복으로 감추기는커녕 도드라지게 강조된 뱃살과 추운 겨울날 얼었다 녹은 듯 시퍼러딩딩한 두볼에 게슴츠레한 눈빛의 상큼 발랄이 아닌 경악 심란한 거울 속 레알 내 모습을
보며 상상과는 전혀 다른 가던 길 오죽하면 멈춰 섰겠나의 진짜 이유에 이런 된쟝~~!을 외쳤다.
멋지기는 개뿔~~! 내일도 나는 7시 40분에 뛰러 나갈 것인 가? 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