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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16. 2017

위풍당당 변화무쌍?


매일
같은 모습의 삶을 반복해서
그날이 그날인 시간을 살다 보면
때로
위풍당당 변화무쌍 하게 확 달라진
 모습의 스스로 를 꿈꾸게 된다.
그것이
완전한 삶의 변화를 가져 오기도 잠깐의 일탈 같은
상상의 자유를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언제나, 결론은
지금 이대로의 내 모습이 가장 특별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학교만 졸업하고 직장생활 이라고는 해 볼 틈 없이 곧장 독일로 날아와 유학생활을

시작한 내게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커리어가 쌓인 위풍당당한 전문적인 포스가 폴폴 풍기는 커리어 우먼들의 집과 직장 평상시와 일할때가 멋지구리 하게 다른 변화무쌍한 그들의 모습은 언제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내가 지금 이력서를 쓰자고 든다 해도 이래 저래 빈칸을 채워 적어 넣을 것은 많아도

그것이 딱히 남들과 차별화 된 어느분야의 전문가라 말할수 있는 무언가도 아니요

잡다구리 하게 할 줄 아는 것은 꽤 되어도 한 가지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는 나오나 들어가나 그게 그거인

내 모습 그대로 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해서 지난 주말 혼자 만의 외출에서 마치 직장 여성 출장 코스프레 라도 하듯이 구두 신고 노트북 까지는 아녀도 기차 안에서 몇 자 적어 가며 명색이 나도 연수 가는 거니까 평소 와는 다르게 변화무쌍을 꽤 했다.

그러나 상황도 분위기도 그런 나의 상상의 자유를 응원해 주지 않았으며 기차 안에서

주야장천 축구 응원만 (앞 글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하다 내렸고

또각또각 구두굽 소리 내며 정해진 곳으로 허리 펴고 위풍당당하게 걷는 대신 내리자마자 우리 동네 와는 급이 다르게

복잡 시런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시골 할들 보따리 안고 두리번 거리듯 가방 꼭 끌어안고

오마이 갓뜨를 외쳤었다.

축구 경기후 혹시 라도 생길 충돌을 대비해서 중앙역 안을 줄지어 서계신 전투복 차림의 경찰 들과

우리 동네에서는 축제 때나 만나질 수많은 인파들 사이에서 누구한테 물어보면 제대로 답을 해 주려나 고개를 갸웃 거리며 여기 갈려면 어디 가서 뭘 타야 하나요?를 물어볼 사람을 물색하며....



아침부터 거나하게 한잔 하시다가 병 떨어뜨려 바닥에 깨지는 소리 그거 치우며 날리시는

미화원 아주머니의 투박하고 시원한 욕설 메들리.. 수시로 들려오는 기차 시간 변경 안내 방송

소리소리 지르며 누군가를 응원하는 사람들...

무슨 소리인지 본인도 모를 것 같은 말들을 공중에 쏟아 놓으며 풀린 눈으로 플랫폼을 휘젓고 걷다가

간간히 쓰레기통에 누군가 버리고 간 빈병이 포착되면 빛의 속도로 낚아채시며 알바 중이신 분들...(독일에서는 음료수 병을 돈으로 환급받을 수 있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갑자기 바뀐 플랫폼을 향해 전투적으로 짐가방 들고뛰시는 사람들의 발소리...

그 와중에 영업 중이신 사람들의 "혹시 저한테 일유로만 기부하실 생각 없으세요?"라는

당당하게 삥? 뜯는 소리들...

이 모든 소리들이 동시다발로 한데 어우러져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중앙역 을 뒤로 하고 우리 동네 에는 있지도 않은 지하철을 타러 표 끊는 것부터 노선 알아보는 것 까지 또다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 물어

내려가며 "흐미 뭔 동네가 이렇게 정신이 없다냐.."를 되뇌었다.



양쪽으로 방향 다른 지하철 노선들 사이에서 간신히? 찾아낸 지하철 104번에 올라

의자에 기대어 앉아 정거장 하나하나 체크해 가며

아직 갈 길이 멀고만 누가 들고 가게 생기지도 않은 가방 필사적으로 끌어안고서는..

나의 매일매일이 이렇다면? 어떨까?라는 뜬금없는 상상을 해 보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작은 시골 도시에 비해 뭔가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을 것 같은 대도시 프랑크푸르트

그래서 누구 데려다주러 또는 한국 가느라 공항을 간다거나, 급히 필요한 한국식품을 사러 간다거나

하는 일 말고 그곳으로 혼자 일을 하러 간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종종해 보고는 했었는데...

역시나 현실과 상상은 아주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는 것을 다시깨달았다고나 할까?

일이 있을 땐 정신없고 없을 땐 백수와 라이프스타일 싱크로율 백퍼인 프리랜서로 작은 동네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의 꾀죄죄한 일상이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있어 보이는 순간이었다.

비록 위풍당당하고 템포 있게 변화무쌍 은커녕

어리바리 부들부들 덜떨어진 모습으로 길이나 잘 찾아갔으면 좋겠다 싶던 날이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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