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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Feb 11. 2018

독일에서 만나는 평창 올림픽  


독일 지역신문을 장식한 평창올림픽

독일은 지금 카니발 축제 기간이다.

그래서 다른 해였다면 지역 신문을 장식하는 내용들은 동네마다 벌어지는 축제의 현장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2018년 2월 10일 오늘자 독일 지역 신문 HNA 에는 스포츠 Das Feuer Entfacht Hoffunug 희망을 불 피우다 라는 제목의 전면 기사와 여러 페이지를 거쳐 평창 올림픽 개막식의 생생한 모습 들과 올림픽 관련 특집 기사 들로 가득했다.


나는 신문을 펼쳐 들고 스포츠 페이지 전면에 메인 포토로 실려 있던 남과 북의 단일팀 성화 봉성 주자 박종아, 정수현 선수 들이 함께 성화를 높이든 평창 올림픽 개막식 사진을 보며 마치 고추냉이를 삼키고 난 후처럼 코끝이 찡해 왔다.


메인 기사 내용으로는 개막식 행사의 전반적인 진행 과정과 남북 선수단 이 공동으로 입장하던 감동적인 순간이 그려졌는데 대부분의 신문기사가 그러하듯 독일어로 쓰인 다소 딱딱한 문장의 기사 형식으로 쓰여 있었지만 그 감동의 순간이 소리 없이  전해 지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아홉 번째 등장했던 독일팀 이야기와 영하 2도 의

행사장 내에 불어오던 차가운 바람을 잊을 만큼 아름답고 화려한 불빛들과 멋진 음악들이 어우러진 개막식 현장의 모습이 보다 생생히 스케치되어 있었다. 35000명의 관객들이 2시간 여가량의 문화와 역사가 녹아든 판타지 여행을 지켜보았다는 설명과 "정말 멋진 개막식 현장이었고 이 멋진 경험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노르딕 복합 종목에 참가 한 선수와 의 인터뷰로 평창올림픽 개막식의 모습을 코멘트했다.


나는 기사의 내용들을 눈으로 좇는 내내 어제 인터넷으로 보았던 개막식 현황의 아름답고 멋진 모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김연아 선수가 달항아리 성화대에 아름다이 점화하던 모습과 남북한 단일팀이 공동으로 하얗게 입장하던 그 감동적인 모습을 어제 인터넷으로 보았을 때도 뭉클했었는데 독일 신문의 기사로 만나니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울컥 함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내가 우리 집 막내처럼 초등학생 때만 해도 남북한 함께 단일팀으로 올림픽에 참가하리라는 것은 상상 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시절 에는 6월 이 되면 반공 포스터라는 것을 그려 숙제로 제출해야 했었는데, 보통 한반도 지도 위에 줄을 그어 반토막을 내고 그위에 도깨비 같이 흉흉하게 뿔 달린 모습의 괴물들이 그려진 곳에 무찌르자 공산당 또는 공산당이 싫어요 했던 이승복 어린이의 일화를 등장시킨 포스터 들을 뽑아 학교 복도에 전시해놓고는 했었다.


6월 25일 학교에서는 전교생을 모아 기념식을 하며 묵념의 시간을 갖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르고는 했었다.

그럼에도 그때의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머리에 뿔이 라도 달렸을 것이라 상상하던 한 동포 들과 두 손을 맞잡고 오늘날처럼 함께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 예상할 수 없던 시간을  살았다.


슈발름 할머니와 평창 올림픽

그렇게 감회에 젖어 신문을 한 장 한 장 읽어 나가다 보니 재미난 기사가 눈에 띄었다.

Pyeongchang ist nicht Pjöngjang 평창은 평양이 아니다. 그 기사 에는 발음은 비슷하지만 평창은 지금 겨울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도시이며 평양은 거기로부터 공중에서 직선으로 보았을 때 300킬로 미터 떨어져 있는 북한에 위치한다. 이 두 곳을 헷갈려서는 안 된다 라고 쓰여 있었두 곳의 인구 비교와 한반도 지도까지 덧붙여 놓았다.

같은 알파벳 이어도 영어식 발음 과는 다르게 독일어로는 우리의 ㅈ, 과 ㅊ으로 발음되어야 할 것들을 이응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며 그래서 평창을 평양처럼 발음할 수도 있고 워낙에 독일 뉴스에 국제 정세에 관한 북한 문제 등이 나올 때면 평양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 이기도 하다.

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독일 사람들은 평창 겨울 올림픽에 관심이 지대하다는 것이며 그와 아울러 한국에 관한 관심도 뜨겁다는 것이다.


재미난 기사를 읽다 보니 자연스레 우리의 다정한 이웃 슈발름 할머니 네가 생각이 난다.

우리의 친절한 이웃집 슈발름 할머니는 따님이 한국으로 교환 교수를 다녀온 것을 계기로 매일 읽고 계시는 신문에서 한국에 관한 기사가 나오면 스크랩을 하신 다고 했다. 그것이 올림픽처럼 들어서 반가운 소식 이던 미사일이 어쩌고 전쟁위협이 저쩌고 하는 불안하고 걱정 스런 이야기던 간에 말이다. 그리고 한국에 관한 내용이 뉴스에 나오거나 어느 채널에서 특집 다큐 라도 하는 날에는 꼭 시청하신 다고 했다.


며칠 전 동네 마트에서 만난 우리의 친절한 이웃 슈발름 할머니는 예의 그 따뜻하고 환한 미소로 반가워하시며 "프라우 김(독일에서는 미스 또는 미시즈를 뭉뚱그려서 프라우라고 부른다) 이제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 얼마 안 남았어요" 하시는 거다.

깜짝 놀란 내가 " 그러네요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네요"라고 대답하니

할머니는 마치 한국에서 함께 살고 있는 이웃처럼 내게  "아이고 올림픽 준비는 잘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지요? 북한에서도 선수들도 온다 하고 남북한 함께 평화로운 올림픽을 하게 되어서 다행이에요"라고 하시는 거다.

나는 할머니의 고마운 관심에 웃음 지으며 " 네 날씨도 겨울 올림픽 하기 알맞게 춥고 북한에서 선수단도 공연단도 와서 축제 준비가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슈발름 할머니는 "우리도 예전에 장벽을 사이에 동쪽으로 서쪽으로 나뉘어 있었잖우 지금 한반도의 남과 북처럼..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철벽 같던 장벽이 무너지고 이렇게 다시 한나라가 되었잖우 그때는 아무도 그렇게 빨리 되리라 예상 못했다우.한국도 분명 언젠가 우리 처럼 될 거예요" 하시는 거다.

나는 " 네 , 그럼요 우리 모두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희망하고 있어요"라고 인사했다.

오늘 평창 올림픽 소식을 독일 신문을 통해 만나며 성화에 불 붙은 그희망의 불꽃이 한반도 전역에 퍼져 나가기를 소망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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