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만난 독일 초등학교 아이들
오늘은
특별 하고도 중요한 날이다.
무슨 날인고 하니
막내가 다니고 있는
독일의 초등학교 에서
막내의 반인
2학년 b반 전체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을 소개 하기로 한
날이다
그것도
독일의 초등학교 정규수업 시간인
아침 8시 부터
모든 수업 시간을
빼고 하루 동안
한국에 대한 프레젠 테이션을
듣고
한국음식을 만들고
한글 쓰기를 경험해 보기로
계획 했다.
사실 담임 선생님께
처음 부탁을
받았을때는 기쁜 마음으로
오케이 했지만
정해진 시간이 다가 올수록
부담이 아닐수 없었다.
아직 어린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 들을 데리고
한국에 대한 역사, 문화, 정보 등을
이해 하기 쉽고 재밌게
전달 해야 한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것 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시간 미리 준비해 왔음 에도
어젯밤
한국에 대해
프레젠테이션 할 수업 내용과
어른과 다른
22명 이라는 적지 않은
숫자의 아이들과
계획 된 시간내 에
한국 음식 을 만들어 내는 것과
아이들이 맛있어 할런지 등등
여러 가지가
멋릿 속을 끊임 없이
맴돌고
전날 저녁에 있었던
요리강습으로 몸도 피곤 해서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삐리릭 삐리리릭
맞추어 놓은
시계 알람 소리에
좀비 처럼 스르륵 일어나
새벽 밥을 짓고
냉장고에 미리 장봐 둔
비빔밥 에 쓰일
식재료 들을 하나 하나 챙기고
한국에 대해 소개할
사진 들과 내용이 담긴
노트북과 비머를 넣고 나니
짐이
이삿짐을 방불케 한다.
나는
짐들을 바리 바리 싸 놓고는
빛의 속도로 미리 손질해 둔
한복 속에 몸을 집어 넣고
아침 7시 20분에
헐레 벌떡 학교를
향해 달렸다.
이른 아침 부터
졸린 눈을 비비며 짐나르는
것을 도맡아 하며
다음 부터는 아무리 학교 에서 부탁을
받아도
덥썩 정규 수업 내내 한다고 하지
말고
한 두시간만 간단히 해주라는둥
궁시렁 대면서도
끝까지
도와 주던 남편과
아침 일찍 부터 돕겠다고
나와준
다른 학부형 들의 도움 으로
비머 프로젝트를
설치 하고 22명의 아이들이
앉을 의자와 책상을
배열 하고
조리 도구 들과
작업대를 확인 하고
식재료 들을 미리 씻어 정리
하고
모든 수업 준비를 아침 8시 전에
끝낼수 있었다.
아침 8시
학교 종이 땡땡땡 울리고
"구텐 모르겐 김선생님~"을
외치며
두 눈을 초롱 초롱 하게
빛내며 자리에 앉은
아이들과
나는 하나 하나 눈을 맞추며
프레젠테이션을
시작 했다.
비머의 화면이 잘 보이게
하기 위해
실내 조명을 모두 껐다는
사실을 잊을 만큼
초롱 초롱 두눈을 빛내는
아이들 에게
화면 가득 떠 있는
대한민국의 국기
태극기를 설명 할때는
나도 모르게
가슴 저 밑바닥 에서 부터
올라오는 찌르르한
감동에 뭉클 해 왔다
그리고
우리의 한글을 그림 보다
더 예술 같다며 신기해 하는
귀여운 아이들을 보며
입고리가 올라 갈수 밖에 없었다.
또
우리가 사용하는
한국 화폐 들을 화면으로 먼저
설명 하고 난 후에
지난번 한국 방문에서 남았던
천원 짜리 와 각기 다른 동전들을
아이들 에게 보여 주었다.
순서 대로
한국 돈을 만져 보고
뒤집어 보며
아이들은
엄청나게 0이 많이 붙은 숫자 단위에
얼만나 놀라 던지 ㅋㅋㅋ
그도 그럴 것이
천원 짜리 한장도
천단위가 아니던가 ㅎㅎㅎ
기억에 남는
아이들의 엉뚱발랄 한 질문
중에 하나는
내가
우리 화폐의 단위를 설명
하며
그려져 있는 인물 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페터 가
손을 번쩍 들며 질문을 해 왔다.
"김선생님 맨위에 저 여자 분은
뭐 하시던 분이에요?"
그래서 나는
"음 신사임당 이라고
아주 예전에 사셨던 한국의
유명한 시인 이자 화가 셨던
멋진 분이야 "
라며 부연설명을 더 하려는데
아이가 다시 손을 들고
묻는다
"근데 김선생님이랑 똑같이 생겼어요"
오매나 신사임당 언니 쏴~리
오늘
내가 한복을 입고 있어서 그리 보였나
보다.
퍼팩트 라는
담임 선생님의 극찬을 받으며
한국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수업 을 끝내고
아이들이 기대 하고
고대 하는
실습 시간이 됬다.
한국의 비빔밥에 들어갈
채소 들을 자르고
볶고
아이들은
서로 하나 라도 더
자르고 볶아 보려고
앞을 다투어
열심 이였다.
평소에 잘 먹지도 않는
버섯도 신나게 자르고 볶고
빨강, 오렌지 피망과
초록색 오이, 호박, 양상치
당근, 토마토...
채소 가게 를 차려도 될
채소 들이 아이들의
작은 손을 통해
껍질 벗겨 다듬어 지고
요리 조리 잘라 지고
볶아 지느라
실습실 안에 맛있는 냄새가
한 가득 이다.
비빔밥의
재료 하나 하나
다 된것 부터 줄세워 놓고
밥을 커다란 통에
줄서서 담아 보는 시간.
아이들은 아까 본 사진들
중에 전주의 비빔밥 축제 사진 에서
처럼
오늘 우리도 비빔밥 포퍼먼스를
연출할 것이라는 것에
기대가 만땅 이다.
한국 에서 처럼 커다란 비빔밥 통을
구하기가 어려워
조별 로
주방 에서 가장 큰 통들에
밥을 편편히 담고
그 위에
채소를 예쁘게 돌려 담아
씩씩 하게 동시에
비벼 대는 아이들
밥 이랑 채소 밖으로 흘리지
않고
누가 누가 잘 하나
채소를 잘 먹지 않는
아이들도 비빔밥 포퍼먼스는
너무나 재미있어 했다.
집에 가서 엄마 아빠 에게
오늘 학교
에서 한국의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고
자랑 하고 싶어진 아이들은
입을 오물 오물 거리며
그래도 제법 비슷한 발음으로
비빈빱 비빈빱
노래 하듯 불러 대며
바닥 까지
쓱싹 쓱싹
비빔밥을 잘도 비벼 댄다.
아이들은
작은 손으로 직접 자르고 볶아 만들어
포퍼먼스 까지 한
비빔밥을
오늘 도우미로 자처 해준
엄마 들이
접시에 예쁘게 담아 주자
어떤 맛이 날까 ?
기대에 찬 눈으로 쳐다 보며
담임 선생님과 아이들
엄마들 모두 동그랗게 손을
잡고
"구텐 아페티트 (맛있게 드세요)"
노래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수저를 들고
냠냠 야무지게도 먹는다.
너무 맛있다고 두그릇 세그릇
먹는 아이들도 많았다
물론 게중에는
자기가 좋아 하지 않는
채소를 눈치껏 살짝 빼고 먹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평소 먹지 않던 채소들 조차도
자기들이 만들었다는
자긍심으로 맛나게
먹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속으로
야호~
오늘 비빔밥 포퍼먼스
대성공 이다 를 외쳤다.
담임 선생님과 스텝으로
수고 해준 엄마 들이
마무리 정리를 하고
있는 동안
문 이나 크리스마스 트리에
걸어 장식 할수 있도록
노오란 털실 고리가 달린
종이 접시 위에
한명 한명의
이름을 한글로
가르쳐 주고
써서
선물로 가져 가도록 했다
일명 한글 이름표~
삐뚤 빼뚤 소리 나는 대로
마술 처럼 적혀 지는
자신과 친구 들의 예쁘고 신기한
한글 이름을
보며 아이들은
연신 재미있어 하며
까르르 웃어 댄다.
나도 덩달아 행복한 웃음을
머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