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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Sep 14. 2016

독일 초등학교 파티에서 추석 송편


오늘은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막내가

지 인생 처음으로 공식적인 외박을

하게 된 날이다

담임 선생님과 반 전체

아이들이 함께 학교에서

캠핑을 하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학교 에서 받아온 일정표 에는

저녁 6시

학부모와 아이들 선생님 함께

학교에서 모여

작은 파티를 열고 파티가 끝나면

부모 들은

아이들 잠자리를 챙겨 준 후에

 8시 정도에 집으로 돌아가고

선생님과 아이들은 손 전등을

들고

밤 산책을 간다

산책을 다녀온 이후 에는

간식 시간과

파자마 디스코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함께 책을 읽고

꿈나라로 간다

이렇게 짜여져 있었다.


며칠 전부터

들떠 있던 막내는

짐 가방을 풀었다 쌌다를 반복했고

나는

손으로 집어 먹기

편한 것으로

핑거푸드를 해 가야 하는

작은 파티에

뭘 가져가면 좋을까?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과일로 색을 낸 반죽이 마르지 않게 잘 싸둔다. )


요런 걸 해갈까? 조런 걸 해갈까?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는 내게

남편이

한국은 추석 명절인데

우리도 오래간만에

송편 먹을 겸

추석송편을 만들어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 겸 자기가 먹고 싶으니

내놓은 부추김에  

"바로 이거 였어~!"

하고는

갈아 놓은 참깨와 흑설탕 섞은

속 준비하고

망고, 키위,

등의 과일로 색을 낸

오색 송편을 막내와

재미나게 빚기 시작했다.


이 동네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쌀가루는

한국에서처럼

입자가

굵고 젖은 쌀가루가

아니고

아주 고운 전분 가루처럼

생긴

펄펄 나르는 마른 쌀가루다

그렇다 보니

익반죽을 할 때

물 도 많이 먹고

반죽도 딱딱한 편 이여서

멥쌀가루에

찹쌀가루를 살짝 섞어

반죽하는 것이

반죽도 잘되고

모양도 잘 나오며

식감도 부드럽다.

그런데 그동안

시어머니가 챙겨주신 한국

멥쌀가루를 애용하다 보니

여기 멥쌀가루에 찹쌀가루를

살짝 섞는 것을 그만

잊어버렸다.

반죽한 것을 만들면서

아차~!

했는데

이미 다시 만들 시간은

없고

모양이 좀 안 나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송편 이니깐~



흡족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추석 송편을

독일 사람들과 함께 먹는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시간 은 다 되어 가고

부리나케

막내의 캠핑 가방에

송편까지 이고 지고는

학교로 향했다.


아이들의 소박한 공연을 시작으로

우리 반의 캠핑 전

작은 파티가 시작되었다.

쿵작 ~쿵작 음악이 흐르고

어디서 많이 보던 거다

했더니

머리 ~어깨 ~무릎~발 ~무릎~발

하는 율동

우리는 이거

유치원 때 하던 거 아닌가?

뭐가 됐는 우리 아이들이

하니까

아이돌 공연 저리 가라다 ~!


이번에는 아이들이

둘씩 둘씩 짝을 지어

포크댄스 같은 것을 추는데

음악이 무지하게 빠르다

아이들이 그 음악에 맞춰

금세 저쪽 끝으로 사라 지다

다시 돌아오고

이건 뭐 춤 이라기보다는

무슨 이인삼각으로

붙들고 뜀뛰기 하는 포지션

이다

그 장면을 보며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저녁에 빨리 재우시려고

뜀박질을 많이 시켜서

힘을 빼려나 보다며

학부형 들과 배꼽 잡고 웃었다.


아이들은 분명 이날을 위하여

  미리 연습했다고 했는데

준비한 것 같지 않은?

자연 스런 공연을 뒤로하고

학교 긴 나무 의자를 뷔페상 삼아

가져온 먹거리 들을 줄줄이

꺼내 놓고 본격적인

 파티를 시작했다.

육각의 다과 통에 담긴 색색의 송편을

보는 사람들 마다

"이건 뭐 에요?" 질문에

나는 아예 학부형 들을

나란히 모아 놓고

우리나라 추석과

송편의 유래에 대해 주르륵 이야기하고

지금 한국은 추석 명절

중이며 우리 처럼

다들 송편을 먹고

있을 거라는 이야기까지 덧붙여

주었다.


학부형 들은

 다른 나라의 전통 적인

풍습과 명절에 대한 이야기 들을 재미나게 들으며

(특히나 한국은 아직 음력을 사용해

두 가지 날짜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달의 모양을 본뜬 송편

이야기에 재미나 했다.)

모두들 앉지도 않고 서서

연신

어떻게 만들었는지?

속 안에 들은 것은 무엇인지?

겉껍질에 색은 어떤 재료를

썼는지? 등등....

질문을 해 가며

송편을 맛보기에

바빴다.

맛있다며

빠른 속도로 없어지는

송편을 혹시 라도

못 드실까 봐

담임 선생님 접시에 살짝

하나 올려 드렸더니

아까워서 못 드시겠다며

한참을 쳐다보다가

맛나게 드셨다.

어느 학부형은

오늘 같이 못 온 남편

가져다주고

싶다고

송편 하나 따로 챙긴 기도 하고

또 어느 학부형은

단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송편이 아주 달지 안

아서 입에 잘 맞는 다고

좋아라 했다.

그리고 어느 학부형은 둘째가

밀가루 글루텐 알레르기라

케이크 종류는 마음 놓고 먹일 수

없는데

 씹을수록 달콤한 송편 은 쌀가루로 만들어진

것이라

맘 놓고 먹일 수 있다며

기뻐했다



학교의 작은 파티 를 위해 송편을 만들고

나누어 먹은 덕분에

아이들과 선생님 그리고 다른 학부형

들에게 한국의 명절 추석을

소개 할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되었고

우리는

지금쯤 한국 집에서는

가족 모두 모여 있겠지..

우리만 빠졌구나...

 하는 허전하고 외로운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만 같아라"

하는 옛 속담 처럼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는

풍성한 하루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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