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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Sep 11. 2017

정신없는 우리 집 아침 등교시간


9월이 시작되고 독일은 이제 가을 안으로 성큼 들어와 있다.
이렇게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뀔 때면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추워지고 낮기온은 올라가며 일교차가 더욱 심해진다.
게다가 독일은 중간중간에 비도 수시로 오다 말다 해서... 아침 일찍 학교를 가는 아이들
옷 입히기도 난감해지기 시작하는데...


오늘 아침 일이다.

한참 패션에 민감하신 모양 쟁이 고등학생 딸내미는 학교 수업이 7시 50분이면 시작이라 집 앞에서 7시 15분 시내버스를 타고 등교를 한다,

그를 위해 딸내미는 그전날 늦게 자서 피곤할 지라도 6시 에는 벌떡 일어나 머리를 스타일링한다.. 눈썹을 그린다... 온갖 치장 다하고 자기 나름 이쁘게 하고 집을 나선다.

요즘 한국은 어떤지 모르지만 우리 때는 머리는 어떻게 해야 하고 옷은 어떻게 입어야 한다는 교칙이 있었고 학생주임 선생님과 선도부 주제로 두발, 복장 단속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독일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빨주노초 파남보 염색을 하고 다니던 귀걸이를 주렁주렁 하고 다니던 옷을 어떻게 입고 다니던 전혀 개의치 않는다.(단, 체육시간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늘어지는 귀걸이 등은 빼고 수업을 받는다. )

그래서 겉으로만 보면 대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헛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아침마다 춥다 하나 더 입어라, 안 추워 그냥 갈래 가 하나 라도 더 입히려는 엄마와 하나 라도 덜 입고 날씬해 보이려는 모녀 지간에 오가는 매들리 노래다.

이 시간이면 밖은 아직 어두침침하고 엄청 쌀쌀하다. 조금 오버스런 사람들은 패딩까지 꺼내 입고 있는데...

이 눔의 계집아이가 얇디얇은 긴소매 티셔츠 하나만 바지랑 깔맞춤해 입고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는 거다.

코도 훌쩍 거리는 주제에....

그래서 몇 분 지나면 버스 오는데 싶어 눈썹이 휘날리게 3층 꼭대기 딸내미 방에 걸려 있는 카디건 하나를 얼른 들고뛰어내려왔다

숨을 헐떡이며 영 못마땅해하며 미간을 찌푸리는 딸내미에게 "학교 가서 벗고, 가는 길에는 입어 지금 밖에 추워.. 너 코도 맹맹하잖아"라고 이야기했더니 마지못해 들고 갔다.

엄마가 가져온 카디건은 오늘 지가 입은 옷이랑 코디가 안맞데다 뭐래나 하면서 구시렁대며 나가는 딸내미에게"너는 스타일이 좋아서 뭐든 이뻐 " 라며 손 흔들어 보내고 남편과 막내의 빵 도시락을 싸고 있었다.


그런데 평소 학교 가기 전에 공부를 한다거나 책을 읽는다거나 하는 일이 없는 막내가 뭔가를 가방에서 꺼내고 있는 거다.

저 녀석 또 숙제 잊어버렸나 보다 싶어.. 막내야 너 숙제 안 한 거 있었어?라고 했더니

아니.. 엄마 여기 사인해줘하며 슬며시 내미는 것은 받아쓰기였다.

헐.. 반페이지 밖에 안 되는 문장들 속에 5개나 틀려 있어서....

"너 왜 이렇게 많이 틀렸어?"라고 했더니 이 녀석이 "키얀 도 5개 틀렸어"라는 거다.

나는 기가 막혀서 "그래서?"라고 되물었더니 "키얀은 독일 애잖아" 하는 거다.

평소에 너는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말을 더 잘 해야 하는 거야 라고 자주 이야기했던 것이

친구는 독일 애 니까 독일어 받아쓰기를 더 잘 해야 된다 는 것으로 적용을 할 줄이야.


나는 그런 막내가 황당스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지만 "너네는 똑같이 초등학교 4 학년데 열심히 안 해서 받아쓰기를 5개나 틀린 거야 그건 한국 사람이다 독일 사람이다 하고 는 상관없어 " 라며 조금은 야멸차게 나무랐더니

통통한 볼에 입이 댓 발 나왔다.

초등학교는 8시부터 수업 시작이라 학교 가야 할 시간이 다 되어 가는 막내는 부랴 부랴 현관문을 열다가

"엄마"하며 큰소리로 부른다. 마치 보물 찾기에서 뭔가를 발견한 아이처럼 조금 들뜬 목소리로 말이다.

막내가 엄청 재미난 것을 발견한 것 같은 눈빛으로 가리킨 곳에는 딸내미의 카디건이 얌전히 올라가 있었다.

그렇다. 엄마의 성화에 못 이긴 척 들고나가던 카디건을 엄마가 아빠와 동생의 도시락 준비 하느라 바쁘게 주방에서 맴도는 고 틈을 타서 다시 살짝 가져다 놓고 나가는 놀라운 순발력을 발휘한

딸내미를 오우 누나 머리 좋은데.. 하는 표정으로 "엄마 누나가 엄마 제대로 약 올렸는데 "라며 킥킥 대고는 신바람 나게 학교로 향했다.

현관 앞 신발장 위에 얌전히 얹어져 있는 딸내미의 카디건을 쳐다보며 헛웃음이 나왔다.

요런 뛰는 엄마 위에 날으는 딸내미가 다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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