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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Sep 09. 2017

독일 미용실에서 머리 자른 후기


초등학생인 우리 집 막내는 발과 키가 자라는 속도만큼 머리카락도 빨리 자라는 것 같다.

동네 미용실에서 자른 지 며칠 안된 것 같은데 벌써 앞머리가 눈을 콕콕 찌르게 생긴 것이다.

그래서 친구들과 브런치를 하고 오는 길에 집 앞 미용실에 들러 지난번에 막내의 머리를 잘라 주었던 헤어디자이너 선생님을 찾아 오후 4시예약을 했다.


독일 미용실에 머리를 자르려면 며칠 전에 예약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그날 오후에 예약을 할 수 있었으니 운이 좋았다. 특히나 예약이 많은 주말에...

이렇게 머리 자르기만 하는 것도 며칠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독일은 헤어 비용이 비싼 편이다. 지역 적 차이와 미용실 간의 차이도 있지만

그럼에도 헤어 비용이 대체적으로 한국보다 비싸다.


한국도 이제는 예전보다 많이 비싸 지기는 했다지만 우리 어머니 사시는 동네만 해도 예약 없이 가서 기다리며 다른 아주머니들과 조금? 만

이야기 나누고 있으면 바로 머리 다듬고 이 동네 파마 비용의 반도 되지 않는 비용으로 파마할 수도 있고 머리하고 나서 마음에 들어 흡족할 때가 대부분인데 독일에서는 비싼 돈 들여 머리를 하고 나서도 만족 스러 웠던 경우가 많지 않았다.

이유를 들자면 독일 사람들은 한국사람 들에 비해 두상도 다르고 자연산 곱슬머리가 많으며 머리카락도 얇고 숱도 훨씬 적고 원하는 헤어스타일 취향도 달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한국의 헤어디자이너 들처럼 손재주가 뛰어난 독일 헤어디자이너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일 것 같다.

그래서 언젠가 막내는 버섯돌이가 된 적도 있었고

50이 다된 남편은 지금 막 입대한 이등병의 머리 모습이 되기도 으며 나는 파마 잘못했다가 뽀글뽀글 자고 일어 나도 눌리지 않는 머리... 꽃다발이 되어 몇 개월 살아 보기도 했었고 딸내미가 초등학생일 때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내가 직접 딸내미 파마를 집에서 해주기도 했었다.(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글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독일에서 셀프로 머리  파마 한 이야기


어쨌거나 원래 다니던 시내의 터키 아저씨네 미용실에서 9유로 내고 잘랐을 때에 비해

13유로를 내고 집 앞에서 자른 머리도 여기나 저기나 기계로 잘라 준 것이라 헤어스타일에 큰 차이가 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막내가 무척 마음에 들어해서 이번에도 동네 미용실에 맡겨 보기로 하고 예약을 했는데... 학교 다녀온 막내는

친구네 집에서 놀기로 약속을 하고 왔다는 거다.


3시가 넘은 시간에 4시 예약을 갑자기 취소하자니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벌써 한국 다녀온 지 1년 하고도 반이 넘어가니 머리를 다듬어야 할 때가 한참 나 심란한 내가 이참에 아들 대신 미용실에 가기로 했다.


그렇게 독일 미용실에 간 나는 아들의 이름과 예약 시간을 이야기하고 내가 대신 머리를 다듬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헤어디자이너 선생님은 "마른 머리로 자르실 건가요? 그렇다면 가능합니다. 오늘 디자이너 한 명이 휴가를 가서 샴푸 가 안되거든요" 한다. 나는 어차피 독일 미용실에서는  샴푸를 해주거나 드라이를 해주는 것도 서비스 비용을 추가로 모두 따로 내야 해서 샴푸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기에 그러겠다고 했다.

헤어디자이너 선생님은 그럼 잠시 기다려 달라며 황송하게도 마실 커피와 읽을 잡지 까지 가져다준다.

한국의 미용실에서는 이런 서비스가 흔한 일이지만 독일 미용실에서는 자주 만나지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왠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커피까지 잘 얻어 마시고 지금의 긴 머리 상태를

한컷 남기고 드디어 독일 미용실에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머리를 자르기 위해 가운을 걸치고 미용실 의자에 앉았다.


의자에 앉자마자 분무기로 물을 대충 그까짓 거  이쪽저쪽 냅다 뿌리고는 긴 머리카락을 미역 널듯 털어 대던 디자이너 선생님은 머리카락이 많이 상했다며 어느 정도 자르기를 원하느냐 물었다.

자기 생각엔 어깨 정도 길이로 잘라줘야 끝이 상한 머리카락 들을 다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말이다.

나는 망설이는 표정으로 "조금 많이 자르는 게 아닐까요?"했더니 디자이너 선생님... 머리카락은  계속 자라날 것이고 이렇게나 상한 머리끝은 그냥 두면 안된다는 말을 덧붙 였다.

드디어 서걱서걱 쓰윽 쓱 하고 바닥으로 잘려 나가는 머리카락 들을 안타까이 쳐다보던 내게 숱이 많아 집게를 꽂은 머리가 자꾸 흘러내리는 것을 다시 집어 꽂으며 가위를 든 손이 이리저리 오가던 디자이너 선생님은 머리 자른지는 오래됐느냐? 염색은 언제 했었느냐? 등등 이것저것 물어 왔다.

내가 1년 반 전에 머리 다듬고 파마도 염색도 다 했었다고 하니 디자이너 선생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파마가 나와요?라고... 순간 나는 아니 숱이 좀 많아 시간이 더 걸려서 그렇지 너무 뽀글뽀글 잘 나와 꽃다발도 됬었는데요는 생략하고 "그럼요 잘 나오던 걸요"라고 했더니 "이상하다 학교에서 배울 때는 아시아 사람들은 파마가 안 나온다고 했는데"...라는 것이다

오마나 그럼 이분 아직 미용 학교를 다니고 있는가?


숱 많고 허리까지 내려오던 나의 긴 머리카락을 어깨 길이로 가차 없이 잘라준 헤어디자이너 선생님 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녀는 다행히? 도 기술학교에서 3년 간의 미용사 과정을 전부 이수했고 미용실에 취직해서 일한 지도 4년이 되어 간다 했다.

그런데 아시아 여성의 머리는 처음 만져 보았단다

이제 다 되었다며 거울을 맞대어 보여준 나의 뒷머리와 옆머리의 상태는...  반듯했다.. 무지하게 도...

이런 일자머리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이지 싶다.

이리를 보아도 저리를 보아도 자를 대고

자른 듯 똑바르다.

나는 오늘 나를 여러 번 놀라게 한 헤어디자이너 선생님에게 물었다.

나의 반듯한 머리를 뒤쪽과 옆쪽 조금씩 층층으로 잘라 주면 안 되겠느냐고...

그랬더니 내 물음에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친절히 대답했다.

"머리카락이 워낙 쭉쭉 뻗은 직모 셔서 층층이 자르고 나면 자른 자리가 상세히 하나하나 그대로 들여다 보여서 이상 할 것 같은데..."라고

나는 속으로 이 상태보다 더 하겠니?를 외치고는

옷감 천에 줄자로 그은 듯 일직선 그대로 주욱 자른 듯한 머리를 다시 한번 거울로 확인하고 22유로 한화로 약 이만 칠천 원 을 내고 미용실을 나왔다.

오래간만에 머리 손질하고 기분 전환하려다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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