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퍼져 가는 틈 사이로 노랗게 물든 가을 낙엽 들이 바람따라 부서지듯 흘러 내리듯 그렇게 세워둔 자동차 위에도 회색빛 길 위에도 지나가는 행인들 위에도 곱게도 내려 앉는다.
콧끝으로 스쳐 가는 상큼한 산들바람과 머리위에 고개 내민 파란 하늘 은 가을 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시월의 첫 주말이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카셀은 가을이 오면 시 전체를 가로 지르며 뛰는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이름 하여 카셀 마라톤.
해마다 카셀 마라톤이 열리는 날은 42.195Km 라는 대장정 속에 8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뛰고 도시 전체가 여기 저기 차량을 통제 하고 버스와 트람 등의 대중교통 들도 마라톤 구간을 피해 평소와 다른 노선으로 변경 된다.
그리고 구간 마다 달리는 사람들을 응원 하기 위해 지역 주민 들과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든다.
마라토너 들이 뛰어 지나가야 할 구간 중 하나인 우리동네 도 아침 부터 주민들이 집앞 큰 길가로 나와 서서또는 캠핑의자 등을 가지고 나와 자리잡고 앉아 응원할 태세를 갖추었다.
막내와 나도 기꺼이 이웃들 틈바구니에 끼여 앉았다.
(슈미트 할아버지의 소시지 그릴... 그옆에 손자가 나와 음료수 판매를 돕고 있고 일찌감치 나와 앉으셔서 맥주를 마시며 매상을 올려 주시는 실버 회원들과 이웃들...)
독일식 그릴 소시지는 저렇게 빵속에 구워진 소시지 끼워 넣고 케찹 이나 겨자 바르면 끝 ~~!
며칠전 우편함에 들어 있던 초대장 에는 마라톤 하는날 노인들로 구성된 실버 모임 에서 길거리 카페를 만들어 주민들과 함께 마라톤을 응원 하겠노라는 초대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길 거리 카페 에는
주루미 놓여진 나무의자 위에 앉아 맥주 한잔 하고 계시는 동네 할매들 부터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소시지 그릴를 하고 계신 슈미트 할아버지 커다란 엠프에 최신 유행곡을 담은 핸디를 연결해 흥을
돋구고 계신 디제이 빈터 할아버지 까지 모두 우리의 정다운 이웃들 이다.
순찰 중이던 경찰 (폴리짜이 polizei )언냐도 잠시 멈춰서서 우렁찬 박수로 지나가는 마라톤 선수를 응원 하고...
박수쳐 주고 있는 동네 주민들과 뛰고 계신 아주머니 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
박수쳐 주기 위해 나와 있는 사람들
마라톤이 시작되고 번호표를 앞뒤에 달고 뛰고 있는 연령층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 하자.
이웃들은 서로 약속 이라도 한듯 박수를 치기 시작 했다
마치 뛰고 있는 한사람 한사람 에게 "이건 너를위한 거야 "라고 이야기 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그렇다고 이 손바닥이 뜨뜻해 지도록 박수를 보내 주고 있는 사람 들과 뛰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아는 사람들 이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이중에 가족 또는 친척 사돈에 팔촌 아니면 친구, 지인,직장 동료 들 중에 마라톤에 참여 해서 응원을 나온 사람 들도 더러 있지만 집 앞을(마라톤 구간 이기 때문에..) 달리고 있는 모르는 사람들을
응원 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 더 많다.
보이시나요? 양손에 소시지와 마이크를 나누어든 그녀가...
카셀 마라톤은 동네 잔치 방송도 전원일기..
갑자기 도로에 쿵짝 쿵짝 하는 큰 음악소리와 함께 "할로 카셀 Hallo Kassel" (안녕하세요? 카셀)"
이라는 여인네의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 왔고 그 밝은 부름에 길에 나와 있던 사람들과 마라톤을 뛰고 있던 선수들도 모두 "Ja 야" (네!)하는 함성으로 반겨 주고 있었다.
그 소리 들이 가까워 지고 hr.1 라는 글자를 얹은 방송국 차 문이 열리고 마이크를 든 발랄한 처자 한명이 조르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순간 모여든 이웃들이 웅성이기 시작 했고...이건 흡사 길거리 인터뷰? 라는 생각이 들던 동시에 손은 자연스레 바람에 날려와 떨어져 내린 낙엽 이라도 털어 낸다는 듯이 머리를 정돈 했다.
아니, 이건 라디오 방송 이라 인터뷰를 한다 해도 목소리만 나올텐데 ..라는 생각은 그 찰라 에는 하지도 못한체 말이다.
그건 우리 이웃들도 마찬가지 ... 마이크를 손에 든 여성이 걸음도 가볍게 우리 쪽 으로 사뿐사뿐 웃으며 다가 오자 여기 저기서 "인터뷰 하려나봐" 하는 소근 대는 소리가 들려 오기 시작 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머릿 속으로 내게 뭘 물어 보려나?"여긴 어떻게 나오셨어요?"라고 묻는 다면 어찌 답을 해야 좀 있어 보이려나? 를 바쁘게 고민 하기 시작했고 앞뒤로 앉아 계시던 이웃 할매들 카트린 과 프라우케는 목소리를 가다듬 으려 큼큼 헛기침을 하시기 바빴다.
그.런.데 리포터 인지 아나운서인지 알수 없던 마이크를 든 그 처자는 주변에 멍하니 바라보던 주민 들에게 상큼한 미소만 날려 준 체 슈미트 할아버지네 그릴 에서 공짜로 주신 소시지를 덮석 받아 들고는 기대에 두눈을 반짝이는 주민 들에게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멋진 하루 보내세요" 라며 총총히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닌가?
현실은 이러했다...hr.1 는 헤센 라디오1번은 이동네 라디오 방송 이고 마라톤을 응원차 마라톤 이 펼쳐 지는 전 구간을 돌며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 중이던 리포터는 동네 이장님댁 담장 지나다막걸리 한사발 얻어 마시고 밭일 나가는 농부 아저씨 처럼 지나던 길에 마이크 든체 소시지 하나 받아들고는 행복한 미소를 마구 흩뿌리며 차를 타고 떠나 버린 것이다
난데 없는 길거리 인터뷰로 가문의 영광을 실현 하려나?상상의 나래를 펴던 주민 들의 벙찐 표정을 뒤로 한체 말이다.
나는 그렇게 어른 들이 김칫국을 원샷하고 있는 동안 말없이 소시지 하나 맛나게 헤치우신?막내를 데리고 날씨도 좋은데 조금 움직여 보자며 아랫 동네로 천천히 걸어 내려 갔다.
혼자 속으로 북치고 장구 치고 모듬 으로 한게 민망 해서는 절대 아니다 햇살이 따사로와 걷기에 좋았을 뿐이다 라고 우기며....걸어 내려간 아랫 동네 에는 코너별 음료수대가 설치 되어 있었고
뛰어 지나가고 있는 마라톤 선수들 에게 "물 이요? 이온음료 요?를 물으며 자원봉사자 들이 바쁘게 나누어 주고 있었다.
달리다 수분이 필요 한 사람들이 뛰는 것을 멈추지 않은체 후딱 받아 마시며 지나 쳐야 하기에 다마시고 난 뒤 컵 들은 바로 바닥으로 하얗게 버려졌다.
그 뒤를 청소차가 뒤따르며 치워 주고 있었고 아이들이 주워서 이렇게 하얀 탑을 쌓아서 버리기도 했다.
평소 같으면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인 요딴 경우는 욕얻어 먹기 딱인 상황 이지만
길고 긴 마라톤 을 힘겨이 달리고 있는 사람 들에게 그정도는용인 되는 날이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우르르 우르르 무더기로 또는 줄지어뛰어 지나 가던 사람들이 띄엄띄엄 해지고 ....
집 앞 거리에 나와 앉아 응원을 하던 이웃 들도 하나 둘 집으로 향하고...
오렌지 빛 조끼와 보라색 티셔츠를 입고 차량 과 자전거를 통제 하고 음료수를 나누어 주던 자원봉사자 들 마저 보이지 않고...아직 치워 지지 않은 마라톤 구간 표시만 아니라면 마라톤은 어제의 일이 아니였을까? 싶게텅빈 길 가에 붉은 해가 뉘엿 뉘엿 저물어 가던 그때...
놀랍게도 멀리서 한 남자가 천천히 그러나 세상을 다 가진양 여유 로운 표정으로 걷듯이 뛰어 오고 있었다.
앞 뒤로 붙은 번호표가 없었다면 마라톤을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매일 조깅 하고 있는 동네 아저씨 중에 한사람쯤 이라 여겼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늦은 ...
순위에 들어간 사람 들은 결승점에 도착 한지 오래 되었을 게고... 한참 뒤쳐지며 달리던 이들도 결승점에 이미 골인 했거나 혹은 중도 포기 하고 집에 갔을 그 시간 에 말이다.
그 마라토너는 마치 처음부터 오늘 안에 42킬로 미터가 넘는 마라톤 전 구간을 뛰어 내는 것이 이루려는 목표의 전부인 것처럼...
그래서 그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순간이 몹시도 행복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이야기 하려는듯 뿌듯한 모습으로 뛰고 있었다.
순간 나는 내 안에서 그래, 이거야 하는 소리를 들은것 같다.
얼마전 연거퍼 준비 했던 공모전 에서 실패를 맛보고 나니 한동안 글쓰는 것이 힘겨 웠었다.
될줄 알았는데..기대 했는데 ... 되지 않아서 속상 했다기 보다 (물론 그런 마음이 아주 없었던건 아니다 글의 수준과는 관계 없이 어딘가 공모 했다면 발표가 날때 까지 혹시나 하는 기대는 당연한 건지도 모르니까....)
재주도 없는 글쓰기에 매달리는 시간 동안 요리강습 메뉴 하나를 더 개발 하던가,아이들 특별 활동반 수업 준비를 더 노력 하는것이 훨씬 발전적인 것이 아닐까?
이렇게 일과 바쁜 일상을 쪼개어 부족한 글을 써대고 있는 것은 혹시 괜한 내 욕심이 아닐까?
등등 ....글을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으면 그만 생각이 많아 져서는 집중해서 글을 써내려 가기가 어려웠다.
글을 쓰다 말고... 쓰려다 그만 두기...를 몇번...
한마디로 목표와 방향을 잃고 산 길을 헤매고 있는 등산객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렇다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가 가야할 곳의 방향을 정확히 찾았느냐? 하면 여전히
그건 또 아니다.
다만 나도 글을 쓰고 있을때 그런 표정 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 만큼 화려한 결과를 얻지 못했어도
다른 사람들 에게 박수 갈채를 받지 못했어도
석양을 마주하고 달리고 있던 그 순간이 마냥 행복해 보이던 그날의 마지막 마라토너 처럼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