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던 것이
내 안의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때는 초등학교 방학숙제로 꼭 등장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방학 일기 쓰기였다.
날씨와 날짜를 적어 가며 써야 하는 일기는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려 결국에는 방학 전날에야 몰아 쓰고는 했는데.. 중간중간에 틀리게 쓰인 날씨 때문에 언제나 몰아서 쓴 것을 담임선생님께 들켜 버리고는 했었다.
그래서 였을까? 학창 시절 나는 글쓰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가끔 친구들의 연애편지를 대신 써주던 것이 나의 유일한 글쓰기였고 독일에 오고 나서야 일기 비슷하게 그날 그날 있었던 일들을 짬짬이 짧게 기록하는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고 그마저도 아이들 줄줄이 낳아 키우면서는 시간 없다는 핑계로 들쑥날쑥 빈칸이 더 많은 날들이 지속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상에서 글을 쓸 수 있는 블로그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때가 2014년 봄이었다.
그때까지의 나는 남들이 많이들 한다던 싸이는 구경도 못해 봤고 페이스북은 주변 사람들이 다들 한다길래 "나도 새로운 세상을 한번 경험해 보자" 싶어 컴퓨터를 잘 만지는 아들을 졸라 간신히 등록하고 친한 친구들과 가족들 간의 안부 인사를 전하는 용도로 사용하던 중이었다.
Sns 도 거의 하지 않던 아니 못하던 내가 블로그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도전이었다.
검색해서 얻은 블로그 만드는 방법을 부들부들 떨며 따라 하다 보니 다음에서 김여사의 구텐 아페티트라는 블로그가 덜컥 만들어졌고 그렇게 우리가 독일에서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들을 페이스북보다 길고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매력에 빠져 일기처럼 그날 그날의 일상들을 적어 나갔다.
물론 오늘까지 인터넷을 통해 꾸준히 글을 쓰고 있을 것이라 사실 예상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그간의 나의 전적?으로 보아 무엇이든 관심 가는 것은 겁 없이 시작하고 보는 대신 그것이 꾸준히 유지되는 것은 몇 개 되지 않았고 내가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지는 나조차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화면을 손으로 살살 밀어 올리면 마치 책을 읽고 있는 느낌이 들게 만드는 브런치를 만나게 되었다. 그 운명 같은 만남이 내게는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던 아이가 붓에 뭍은 물감이 종이에 퍼지는 모습을 대할 때처럼 감동스러웠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가 있지? 싶을 만큼 막힘없이 술술 글을 잘 쓰시는 다른 작가님 들에 비해 엉성하기 그지없는 글을 쓰고 있는 내게도 작가라는 명칭이 주어졌고 그런 내 글을 읽어 주시는 구독자 님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계신다.
물론 내게 부여된 작가라는 이름은 사실 상 작가를 꿈꾸는이 가 더 정확한 표현 이겠지만 그 명칭이 주는 의미는 내게 특별한 힘을 준다.
오늘도 브런치에 글을 쓰고 구독자님들과
만나는 일은 나를 설레고 행복하게 한다.
언젠가 다락방에서 놀다 놔두고 잊고 지내던
보물 1호 인형을 다시 찾았을 때처럼.....
누구나 자신 안에 스스로도 잘 모르는 또는 잊고 지내던 보물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공부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라.... 직장 생활하느라 지쳐서... 아이들 키우느라 진 빠져서.....
우리는 나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이 많지 않다.
아니 그럴 여유를 얻지 못할 때 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잘 알아야 할 나 자신을
잘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 잠깐이라도 나 자신을 들여다보자 그 안에
내가 찾아 주기를 기다리는 무언가가 숨어 있을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잊고 지내던 또는 내가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무언가가 말이다.
당신과 나의 어제가 오늘과 다르기를 바란다.
그 오늘 이 모여 내일을 이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