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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Nov 03. 2018

해외 생활을 하다 보면...

두 정거장 전에...

어느 월요일 아침이었다....
남편과 아이들 빵 도시락 싸서
직장으로 학교로 차례로 보내고 우리 집 강아지 나리 산책 한번 시켜 주고 배낭 하나 둘러 매고 학교로 가기 위해 서둘러 3번 전차에 올랐다.


시청 앞 정류장으로 가던 전차가 느린 속도로 시내안 으로 진입하고 있던 그때..

무심히 내다본 차 창밖의 풍경은 여느 때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타고 가야 할 전차를 기다리며 서서.. 열심히 핸디 위로 손가락이 날아다니는  딸내미 또래의 아이들.. 요즘 한창 유행하는 음악을 듣는지 이어폰 꽂은 고개를 까닥이며 엊박자로 다리까지 떨어 주시는
막내아들 또래의 아이들....

직장 면접을 보러 가는지.. 중요한 미팅이 있는지... 나름 신경 쓴  옷차림으로 다소 긴장된 얼굴을 들어 타고 가야 할 전차가 정확히 몇 분 후에 도착하는지 확인하고 있는 우리 큰아들 또래의 젊은이들...

시장을 가시는지 커다란 가방(바퀴 달려 밀고 다니는) 옆에 세워 두고 정거장 의자에 앉아...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과 땅에 떨어진 빵부스러기 쫒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작은 새들과 비둘기 들을

멀거니 바라보고 계신 울 엄마 또래 할머니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어디서 많이 본듯한 아는 얼굴이 눈에 들어온 것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오지랖 또는 공감

몇 초 사이에 나를 내려야 할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망설임 없이 내리게 했던 것은 무언가 익숙한 그녀의 분위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망설임 없이 전차 에서 내려 버린 나는 그아는 얼굴에게 다가가 평범 하지만 반가움을 담은 인사를 건넸다. "잘 지냈어요?"

사실 나는 그녀를 개인적으로는 잘 모른다.

그저 오래전 알고 지내던 지인의 이웃이었고

두 아이의 엄마라는 것 이 내가 아는 그녀의 전부 다. 정확한 그녀의 이름도 나이도 모른다.

굳이 내려야 할 곳 보다 두 정류장이나
전인 곳에서 전차 문이 닫히기 직전 나를 후다닥 뛰어 내리게 했던 것은 아마도 그녀에게서 느껴지던  분위기가 그리 낯설지 않아서 였던것 같다.


어쩌면 그 순간 그녀는
오늘 저녁 뭐해먹지?를 고민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내일 챙겨 주어야 할 아이들 학교 준비물에 대해.. 그도 아니면 이번 주 세일 중인 주방용품이나 세일 품목들에 대해 떠올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타고 가야 할 전차가 오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녀의 옆모습 에서 뭍어 나던 허전함 과 외로움을 묘하게 섞어 놓은 듯한 색감은

언젠가 내게도 묻어 나던  바로 그 느낌 이였다.

그 언젠가의 나는 아마도 누군가 내게 "잘 지내고 있는 거죠?"라고 물어봐 주기를 바랐던 것 같다.

여행 같은 인생 안에서..

해외에서 살다 보면.... 이런 마음이 들때가 종종 있다.

태어나서 자라난 곳에서 부모 형제 친구들을 남겨둔체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머나먼 곳으로 뚝 떨어져 나와 살다 보면 종종 이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오늘은 여기 있지만 내일은 다른 곳으로 향하는 긴 여행을 다닐 때처럼...
가방에서 짐을 모두 꺼내어 정리 해 놓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만 살짝씩 꺼내 쓰는 같은...
마음 한 자락만 빼꼼히 열어 놓고 사는 듯한 그런 느낌 말이다.

그렇게 마음 한 구석이 이곳저곳을 여행하다 다시 집으로 돌아갈 여행용 가방을 끌어 앉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면...
무언가에 집중 하기도... 어떤 일에 정열을 쏟아붓기도... 또..누군가 에게 마음을 열기도 좀처럼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고...

어느 순간... 태어나 자란 고향 에서의 시간과 그곳을 떠나와 살고 있는 곳에서의 시간이 엇비슷해 지기도 하고 넘어가 버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나라 사람이 된것도 아닌데...
어느날 제2의 고향이 뚝딱 하고 생겨나 버린 셈이다.


그래서 가끔 ....


한국으로 방문을 할때면 떠나올 때에 비해 하루가 다르게 달라져 가는 한국 실정에 혀를 내두르며 어리버리 해 지기가 일쑤이고 이제 익숙해 졌다고 생각되는 이곳에서도 가끔은 이방인 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때가 있어...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속하지 못한것 같은 무력감이 들며 허전해지고 외로워지기도 하는데...


그런 마음은 할일이 많고 적고 주변에 좋은 친구 들이 있고 없고의 차이에 따라 조금 덜 하고 더 할뿐

아마도 해외에 나와서 살고 있는 사람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만나 지는 마음일 것이다.

마치 함께 여행 왔던 친구 들은 모두 어디론가로 향하고 나만 홀로 기차역 플랫폼에 덩그러니 남아 앉아 있는 기분 이라고나 할까?


그럴 때면 ....

입안 가득 깊고 쌉싸름한 맛의 카푸치노 위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고구마 케이크 한입 얹은 것 같은 위로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누군가 에게는 흠뻑 땀이 나게 운동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한편의 감동적인 영화를 보는 것일 수도 있으며 또 다른이에게는 맑은 공기 마시며 산책을 가는 것일 수도 있겠고 어떤이에게는 라면 한그릇 끓여 놓고 깔깔 웃으며 만화책 보는것 또는드라마 한편 보는 것이 될수도 있겠다.

그무엇이 되었든 간에 자기만의 작은 위로와

누군가의 평범하지만 진심을 담은 인사가 해외 생활 하다 마음이 힘들어 질때 소리 없는 응원이 되어 주기도 하는 것 같다.

유난히 덥던 여름..
끝이 보이 않던 마라톤 에서...

연일 30도가 넘는 뙤약볕 받아 달구어져 있던 아스팔트 위를 뛰며 서있기도 힘든 지경이 되었을때

모르는 사람들의 박수와 격려가 힘 풀려져 가는 다리에 힘이 되어 주고... 누군가 아직 내 옆에서 뛰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하나가 포기 하지 않고 끝까지 결승점으로 들어갈 의지를 주었던것 처럼....


그래서 오늘도 오지랖을 떨어 본다

"잘 지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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