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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pr 27. 2018

독일 장 서는 날과 엄마의 꽃밭


보너스 같은 오전과
우리 동네 장 서는 날


어찌나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지 벌써 다시 주말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빡빡 한 일정 속에 정신없이 달리듯 살다 보니 가끔은 요일이 헷갈릴 때도 있지만 주말이 오는 것은 이리도 상큼하게 와 닿는다.


원래는 강의실에 앉아 두 눈을 꿈뻑이며 암만 해도 모르겠는 강의를 듣느라 머릿속에 쥐 나고 있어야 할 시간인데.. 땡큐 하게도 오늘은 예정에 없이 공강이다. 생각지도 않게 강의가 없는 날이 되겠다. 직장인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보너스를 받았을 때 광대가 승천하며 이런 기분이 들지 않을까?....


연수 가기 전에 오전에 잠깐 시간이 되는 남편과 시내에서 모처럼 커피도 한잔 마셔 주시고 데이트도 했다.

그러고도 시간이 되어 우아하게 동네 장 서는 곳으로 향했다.

통째로 오전 시간이 이렇게 긴 것 이였구나 하며....


독일 은 동네마다 요일과 횟수의 차이가 있지만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두 번 농산물 들과 꽃, 꿀, 차, 치즈, 소시지, 생선 등의 먹거리 등을 가까운 산지에서 직접 배송해다가 판매하는 장이 선다.

우리 동네는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 이면 동네 한가운데 이렇게 장이 선다.

독일 사람들 장바구니 보이시죠? 앞에 할아버지  저기 할머니 들고 계시는 나무로된 바구니 또는 천가방 그리고 저렇게 바퀴 달린 핸드케리어 보다 조금 작은 미는 가방을 밀고 다닙니다



동네 장 과 독일의 장바구니

오늘은 힐데브란트 아주머니네 허브 들도 푸릇푸릇 신선하고 코크 아저씨네 풀어 키운 닭들이 낳은 계란 도 매끈매끈하고 카티야 아주머니네 초록색 호박도 빨란 색 파프리카도 싱싱하다.


동네 서는 장은 슈퍼보다는 뭐든 조금씩 더 비싸지만 농장에서 바로 싣고 온 채소 들이라 신선도 가 다르고 닭들이 진짜 풀밭을 돌아다니는 것이 빤히 보이는 동네 닭 농장에서 가져오는 계란들은 무엇보다 믿을 수 있어 좋다.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기는 아저씨네 그릴 소시지를 사고 주말에 먹을 샐러드 거리 채소 들과 과일, 계란을 차례로 담고 나니 어느새 가져온 장바구니가 불룩하다.


독일 사람들은 장을 볼 때 천으로 된 가방 또는 바구니, 연세 있는 분들은 핸드캐리어 보다 조금 작은 바퀴 달린 밀고 다니는 가방 등등을 사용한다. 요즘 한국에서도 문제 가 되는 플라스틱 봉투 등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동네 장에서도 플라스틱 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사과 같은 낱개의 과일 들은 고깔처럼 생긴 종이봉투에 담아 주고 파 또는 상추 같은 채소를 사면 신문지 같은 종이에 돌돌 말아서 준다.

몇 년 전부터는 환경 보호 차원에서 슈퍼에서도 기존의 플라스틱 봉투 들을 사용하지 않고 종이봉투 또는 천 가방 그리고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래 사용하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방을 판매한다.


장터 한 바퀴를 돌다 보니 색색의 봄꽃 들로 가득한 꽃가게가 눈에 띈다.

몇 년 전 우리가 사는 독일로 놀러 오셨던 친정 엄마는 동네 장서는 날을 좋아하셨다.

빵가게, 생선가게, 채소가게, 과일가게, 꽃가게.... 요것조것 있을 것 다 있는 조롱조롱 한 장터의 가게 들과

한번 맛 보라며 사과도 잘라 주고 당근도 먼지 쓰윽 닦아 내미는 동네 상인 들의 정스런 분위기와

언제나 예쁜 꽃들이 가득한 꽃가게의 꽃구경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셨더랬다.


엄마의 꽃밭

그렇게 동네 장에서 고르고 골라 들고 온 새초롬하게 어여쁜 꽃 들로 엄마는 우리 집 정원 가운데에 작은 돌 큰 돌 요렇게 조렇게 괴어 놓으며 꽃밭을 일구 셨다.

수시로 지나다니며 우리 집에 한국에서 엄마가 놀러 온신 것도 꽃밭을 일구고 계신 것도 듣고 보고 해서 알게 된

우리 이웃들은 멀리 서도 잘 보이는 이 꽃밭을 엄마의 꽃밭이라고 부른다.


정원으로 향하는 거실 문을 열어 놓고 수시로 나가 꽃잎을 따주고 물을 주고 꽃밭을 가꾸시던 엄마는

지나가는 환경미화원 아주머니 아저씨들에게 손도 흔들어 주시고 울타리 너머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 들과도 대화를 하고는 하셨었다.

그분 들이 엄마에게 "꽃밭이 너무 예뻐요"라고 독일어로 말을 걸어오면 내가 통역해 드릴 새도 없이 용감한 엄마는 한국말로 이건 무슨 꽃이고 저건 무슨 꽃이고 등의 설명을 온몸으로 열심히 해 드리고는 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신기하게도 독일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마치 한국어를 이해라도 하시는 것처럼 "원더풀"을 외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시고는 했다. 역시나 영어보다 만국 공용어는 바디랭귀지였던 것이다.


올봄에도 엄마의 꽃밭에는 여전히 아기자기 한 예쁜 꽃들이 피어 난다.

엄마가 가꾸 셨을 그때처럼 생기 있지는 못하지만 장에서 데려온 아기자기 한 꽃 들로 채워질 것이다.

그러면 지나다니는 이웃들이 또 이렇게 묻고는 할 것이다.

"엄마 꽃밭에 꽃 들 예쁘게 피고 있네... 엄마는 언제 또 오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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