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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pr 08. 2017

삼복더위의 주택으로 이사


독일에서 이사라 함은 많은 부분 자급자족 셀프로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다.

그러나 이사를 비교적 자주 하다 보니 그에 따른 내공도 생기더라는 말씀

1. 이사를 결정하고 가장 먼저 해야 할 것 중에 하나가 이사 박스를 모으는 것이다.

이 동네는 인건비뿐만 아니라 문구류 그리고 이사 박스 등의 생활용품 들도 한국보다 많이 비싼 편이다.

이삿짐을 싸는데 필요한 종이 박스 조차도 작은 박스가 한화로 이삼천 원씩 한다.

그래서 예전 유학생 들은 한 푼이라도 아껴 보겠다고 동네 마트 에다 미리 이야기해서 버리는 바나나 박스를 모아 다가 사용하고는 했었다.

그 당시 어느 유학생 가족이 한국으로 귀국을 했는데 컨테이너에서 찾아온 이사 박스가 모두 바나나 박스였던 거다 한국의 아파트가 좀 높은 가? 기계에 이사 박스들을 싣어서 십몇층으로 계속 올리다 보니 지나가던 온 동네 사람들이 한 번씩 보다가 박스마다 바나나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보고는 누구 집 이사 오는 모양인데 어디 아프리카 사시다 오셨나 보다고 해서 한참 웃었다는 이사 박스에 관한 웃픈 실화도 있다.

어쨌거나 이사업체를 이용해서 이사를 할 경우에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탄탄한 이사전용 박스를 빌려 쓰고 돌려주는 곳도 있고 이사비용에 박스 값까지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비용에 포함될 경우는 나중에 박스를 돌려주면 돈을 다시 환급받는 경우들이 많다 그럴 때면 내가 미리 내 돈 다시 돌려받는 것인데도 왠지 공돈 생기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이삿짐을 싸다 보면 가정 살림이라는 것이 당장 쓰지는 않아도 버리기는 묘한 것들이 꼭 있다.

업체에서 빌려 쓴 박스 들은 빨리 돌려줘야 하므로 쌓아 둘 수가 없으니 우리 것이 당연히 필요하다.

우리는 지난번에 박스를 50개 정도 빌려 쓰고 나머지는 필요한 만큼 새로 장만했었는데 바우하우스 등의 건축자재 파는 마트에서 또는 인터넷으로 세일을 할 때를 노리면 종종 득템 할 수 있다.

동네 마트 에서 미리 이야기 하고 공짜로 얻어 올수 있는 바나나 박스. 사진출처는 구글 OEM 에서 ..


2. 짐 정리와 기획적인 분류

이것저것 쌓아 두지 말고 과감하게 버리고 가볍게 살아야지 하면서도 잘 버리지 못하는 것은

우리 부부가 똑같다.

이건 언젠가 쓸 것 같고 또 저건 우리의 지나간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그러니 요건 그런 이유로 조건 저런 이유로 남편이 버리려고 내다 놓은 거 내가 주워 오고

내가 버리려고 맘먹은 것 남편이 도로 들고 오고 그러다 보면 또 쌓아 놓고 살게 된다.

그러면서 꼭 이사할 때마다 다시 마음먹게 된다 ,

일 년 내내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은 그것이 옷이 되었든 주방용품이 되었든 정리하자고 말이다.

독일에서는 본인들이 필요치 않은 것들 중에 다른 사람들이 사용 가능한 것들로 집 앞에 한쪽 구석으로 내다 놓고  zu verschenken 선물이에요 라는 작은 팻말을 써서 두면 필요한 사람들이 알아서 가져간다.

그렇게 정리 인지 다시 담아 두기인지 모를 짐 줄이기를 하고 나면

본격 적으로 하나 둘 이삿짐을 싸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이사 박스의 기획적 분류와 목록작성은 필수다.

우리처럼 다섯 식구에 짐이 많은 편인 사람들은 이사를 할 때 박스 위에 또는 옆에 그 안에 무엇이 들었고 그 박스는 어느 방으로 가야 하는지 번호 붙여 상세히 써놓고 당장 필요한 것부터 나중에 풀어도 되는 것들까지 목록을 만들어 두지 않으면 이사 후에 짐을 다 정리할 때까지 그 후로 보지 못했네 하는 물건들이 속출하고

이사하는 날 이방 저방 짐을 다시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도 생기기 마련이다.

또 이삿짐이라는 것이 담고자 들면 끝이 없고 박스가 많아질수록 박스 값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이사하는 차량이 더 큰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거나 추가로 다른 차량을 더첨가하게 되어 추가 비용이 산출될 수 있으므로  잘 기획하고 분류하여 짐을 싸는 것이 이사에 상당히 중요한 일중 하나다.

독일의 대부분의 이사 박스 들은 종이 재질로 크기별로 구분되어 있는데 생각보다 약하다. 그래서 (밑에 사진 참조) 너무 큰 박스에 한 번에 많이 담아 무거워지면 짐 들어 나르다 쑥 빠지거나 부서지기도 하고 옮기는 사람들이 죽어나므로 요령껏 박스가 헐겁지 않게 그러나 무겁지 않게 담아 야 한다.

사진출처는 구글 Bauhaus

3. 이사 날짜가 정해지면 최소한 이사 며칠 전에는 이사 나갈 곳과 들어갈 곳 주차공간 에 그날 이사 차량이 제대로 주차할 수 있도록 이사날짜와 시간을 쓴 공고문을 써 붙여 놓는다.
구글 에서 얻어 온 독일의 흔한 이사 공고문 입니다  그이사날짜와 시간에는 다른차량 들이 주차 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 이지요.

독일의 주택가 주차공간은 주민들 용으로 그 동네 사는 누구나 사용 가능하다. 우리의 아파트처럼

보통 먼저 대는 사람이 장땡인데 이사를 해야 할 경우 이사 차량의 주차 공간이 필요하므로

미리 주차 공간을 확보 해 놓아야 한다.

저렇게 이사날짜와 시간 등을 상세히 적어 놓고 이사 때문에 주차공간이 필요하다고 써 놓은

공고문을 며칠 전에 미리 붙여 두면 그 공간은 다른 차 들이 주차하지 않는다.

그러나 독일은 주택가 중에서도 공공건물 또는 관청, 연구소 건물 전용 주차장 등이 섞여 있을 수

있으므로 그런 곳들은 별도의 허가를 시청에 따로 받지 않으면 나중에 벌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므로 그곳이 주민 전용 주차공간 인지 확인하고 공고문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애정 하옵는 독자 님들 중에 한지연 님이
 독일에서 이사를 준비 중이라 하셔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올렸습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삼복더위에 이사한 리얼 스토리입니다.^^


드디어 독일에서 여섯 번째의 이사가 끝났다. 언제나처럼 끝까지 짐을 싸느라 정신이 없었다.

짐 싸느라 골골 거리는 내게 한국에 계신 어른 들은 애들 데리고 고생스럽게 왜 포장이사를 맡기지 않느냐고 하시는데 인건비 비싸고 뭐든 하세월인 독일에서 포장이사란 제대로 하는 곳에 맡기면 엄청난 돈 들여해야 하고

대충 하는 곳에 맡기면 비용도 비용 이려니와 봉투 려니 하고 쓸어 담기 때문에 나중에 정리하려면

그 거이 더 일이다. 그러니 셀프로 짐 싸고 옮기는 것만 맡기는 것이 속 편하다.

예전에 우리가 오래 살던 괴팅엔이라는 독일의 중부 도시에서 에얼랑엔이라는 남부 도시로 이사를 갈 적에 막내가 돌도 전인 아기였고 남편은 미리 직장 문제로 내려가 있었으며 위로 큰아이가 10살 딸내미가 7살이라 도저히 혼자서는 이삿짐을 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그래서 중간급 정도 되는 이사업체에 포장이사를 맡겼더니 비용이 한화로 삼백만 원이 넘게 들었고 5명의 직원이 방하나 씩을 맡아 이사 전용 박스에 그 방에 있는 것을 번호

붙여 그냥 쓸어 담았다.

뭐 특별히 비싼 살림살이 들도 없고 해서 그냥저냥 참을만했으나 보고 있자니 내가 하고 말걸 하는 마음이 수시로 들었었다.

게다가 그 당시 옆집 할머니 네도 이사를 하셨었다 우리보다 훨씬 비싼 업체에 비싼돈 들여 맡기 셨었는데 그 업체에서는 베란다 가구 들도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서 포장을 했었더랬다. 오래오래....

저렇게 해서 이사 언제 하나 싶을 만큼 정성과 시간을 다해서 말이다.


독일에서 살면서 이사를 자주 한 편이어서 내공 이 쌓일 만큼 싸였다 싶었는데도

역쉬나 이사는 장난이 아니었던 거이다.

그래도 에얼랑엔이라고 이전에 우리가 살던 동네에서 이곳 카셀로 이사 들어올 때 이사를 맡겼던

회사를 선택했더니 우연찮게 그때 우리 이사를 맡아해 주었던 팀들이 이번 이사도 해 주게 되어

무척 반가웠다.

보통 운전하는 사람까지 대여섯 명이 한 팀인데 그중에 가구 조립 전문가와 팀장이 낯이 익어 자세히 봤더니 그때 그 팀 들이였다.

어떻게 기억하느냐 하면 그중 가구 조립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독일 사람 치고 외소 하면서

굉장히 빠릿빠릿하고 손재주가 좋아 마치 한국 사람 같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또 그 팀장 아저씨는 우스개 소리도 곧잘 하고 어찌나 팀원 들을 독려 하고 잘 움직이게 하는지

역시 리더는 다르다는 느낌을 주던 사람이라 기억에 딱 남았더랬다.

그 두 사람 도 우리 딸내미 방의 핑크색 가구를 보더니 우리 집 이사를 했던 기억이 난단다. (그때는 우리 딸 핑크가 좋을 나이였다.)

날도 더운데 다섯 식구 인 대가족? 짐 이 끝이 없다 보니 일해 주시는 아저씨들이 고생이 많았다.

아무리 돈 받고 하는 일이 라지만 힘든 건 힘든 거 아닌가!

아이스크림도 사다 드리고 수박도 잘라 드리고 커피도 음료수도 챙겨 드렸지만

좀처럼 줄지 않는 짐 에 점점 올라가는 온도는 사람 들을 쉬 지치게 해 이사 온 집에서 휴식 시간 겸

점심시간을 갖기로 했었다.

그. 런. 데

어느 방이 아이들 일,이,삼 의 방인지 우리 방인지 등을 알려 주어야 이사 박스에 자세히 적혀 있는 데로 옮길 수 있으므로 팀 전체가 우리 집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서는 어쩐지 모두가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저씨 들의 그때 그 표정이 아직도 생생 하다.

삼복더위에 하나같이 얼굴이 흙빛으로 되어 "에이 띠~ 허참 나게 더운 날 허벌 나게 고생하게 생겼네~~"

라고 쓰여 있는 것 같았다.

왜냐 하면 우리가 이사 나온 집도 한국으로 삼층 이사 들어온 집도 삼층으로 구분되어 있고  옛날 식 구조이다 보니 집안에 계단의 숫자가 장난 아니게 많기 때문이다.

아저씨들 쏴리.....


삼복더위에 에어컨 은커녕 선풍기도 없는 집에 엘리베이터 도 없는

삼층 건물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짐을 들어 날러야 하는 일은 무척이나 고된  일임이 틀림없다.

남편과 큰 아들도 간간이 도우며 우리의 이사는 간신이 끝이 났다.

이 집 아줌마는 무엇을 했는고 하면 수시로 간식 내다 드리고 교통정리했다

"아쟈씨들 이 가구는 저 방에, 조 가구는 이방에 오라이~~"

이사 가 끝난 후에 아저씨들이 오늘 우리 집 이사 일이 보통 때 자기네 들 일주일  일 한 량이랑 맞먹는다고 이야기해서 한바탕 같이 웃었다.

그동안 준비 많이 했다고 했는데도 막상 이사를 들어오고 나니 우리 집 은 아직 없는 것 투성이고

안 되는 것이 쌨다.

큰 아이 방에는 아직 불이 들어오지 않아 막내 방에서 같이 곤히 자고 있는 두 아들은 보기만 해도 배부르고

아직 부엌 레인지 연결이 되어 있지 않아서 밥만 뽀르륵 끓여서 주먹밥 만들어 먹고

창문엔 커튼을 아직 달지 못해서 하늘도 별도 보이니 지붕 있는 캠핑장이다.

야영하는 분위기라 신이난 아이들과 이사 박스 속에 파묻혀 있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아직 불편한 것이 많지만 어쨌든 이사를 들어왔으니 이제는 정리하는 일만 남은 거다

그 또한 만만치 않겠지만 빡스 까기의 달인 이신 남편과 그 후계자들 일땅이 이 땅이 삼땅이

가 있으니 함께 열심히 정리하면 되리라 파이팅~!


삼 년 전에 지금 우리 집으로 이사 들어 온날 적었던 글입니다.
두서없고 별 내용 없는 글이지만
그때 이사하고
고생했던 기억 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아궁, 지금은 용 된겨~! 하며 슬며시 웃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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