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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l 17. 2021

독일 비 많이 와서 난리라던데 너넨 괜찮아?


요 며칠 한국에 계신 일가친척 들과 지인들에게 안부 전화와 톡이 수없이 걸려 왔다.

대부분 같은 걱정을 담은 안부 인사였다." 독일 비가 많이 와서 난리도 아니라던데 너네는 괜찮아?"

아마도 독일 홍수에 대한 뉴스가 한국에서도 보도가 되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매번 복사한 듯 똑같은 답을 드렸다. "여기도 비 많이 오기는 했는데 피해 지역은 우리 집에서 한참 떨어진 서쪽 동네예요. 우린 괜찮아요"

우리 집에서 한참 떨어진 동네라는 대답에 모두들 일단은 안심을 하셨다.

그런데 이 자연재해라는 것이 어딘들 예외이고 누군들 미리 예측할 수 있겠는가?


우리 동네에서 서쪽으로 한참 떨어진 이번 비로 극심한 피해를 입게 된 그 동네는 라인강변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중소도시 들이다.

정말이지 이번 비가 생각할수록 무서운 건 그 비가 내린 시간이 장시간이 아니라는 거다. 단 몇 시간 만에 그야말로 삽시간에 물이 불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마치 쓰나미처럼...

* 사진출처 :15시간 전 금요일 모습 신문기사 발췌 Südwest Presse

며칠 동안 독일 티브이에서는 뉴스마다 물속에 잠겨 있는 도시 들이 나오고 있다. 소방관들과 경찰, 적십자 등의 자원봉사자들이 피해지역 주민들을 구조하고 돕고 있는 현장이 나오고 군인들이 장갑차 탱크 같은 것으로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고 부서져 있는 도시 곳곳의 긴급한 곳들을 복구하는 장면들이 줄지어 나왔다.

카오스.. 무질서한 혼돈의 상태... 독일에서는 이번 홍수를 이상기후에 의한 카오스라고 말한다. 이건 흡사 전쟁터 같았다.

뉴스 속에는 연이어 여러 명의 주민들과의 인터뷰 장면들이 나왔다.

처해진 상황이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인터뷰한 모두가 입을 모아 이야기 하기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사진출처:Blick aktuell
* 대문 사진 포함 사진출처:Tag24

사실, 개인적으로 사건 사고 뉴스를 티브이로 보는 게 특히나 힘이 들 때가 있다.

이번 홍수처럼 남의 일 같지가 않은 사건들이 그렇다. 아마 너무 상상이 가서 무서움과 안타까움이 배가 되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인터뷰에서 어떤 아저씨는 "비가 미친 듯이 내렸어요 아마 분당 10센티씩 물이 쌓였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아래쪽 길가에 세워 두었던 자동차를 위쪽 갓길로 옮겨 와야겠다 싶어 밖을 내다봤는데 눈앞에 내 자동차가 물에 떠 있었어요" 했다. 그 순간의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 졌다.

그리고 어느 청년은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지하실을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내려갔는데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했다.


또, 망연자실하게 서서 물에 잠긴 동네를 쳐다보며 물이 소용돌이치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할아버지는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소용돌이치며 밀려드는 물줄기에 농장도 파묻히고 키우던 말들도 어딨는지 찾을 수가 없었어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그런데 전화도 인터넷도 불통이어서 아내가 어디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어요" 부인 과도 연락 이 끊긴 체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눈앞이 하얗게 되더라는 그분은 20시간 만에 부인과 다시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그 담담한 목소리에서도 그 순간이 얼마나 긴장의 연속이었는지 충분히 짐작케 했다. 그리고 30분도 안됐지 싶은 시간 안에 정신없이 물이 들어차서 할 수 있는 건 그저 눈물 흘리는 것 밖에 없더라는 할머니...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고 갈 곳이 막막해진 사람들....

아직 인터넷도 전기도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아 가족의 생사 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


혹자는 지금 지구 상에 이상기후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산불, 홍수 등의 자연재해 들은 그간 인간들이 너무 환경을 오염시키고 자연을 혹사시킨 벌 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현장의 모습은 너무 가혹했다.


이번 물난리가 더 남의 일 같지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 집 자체가 물과 무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집 지하실에 어디선가 물이 새고 곰팡이가 핀 지 벌써 반년이 넘었다.

그러나 물이 졸졸 새던 이전과는 다르게 얼마 전부터는 바닷물이 밀려오듯 가스보일러 실 안에 까지 물이 차기 시작했다.

남편은 아무리 생각해도 집안에서 물이 새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들어오는 것 같다고 했다. 즉 빗물이 빠져나가는 수로관 중에 하나가 나뭇잎 같은 것으로 막힌 것 같다고 말이다. 뭔가 생각난 것이 있으면 그걸 확인해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남편은 친구인 헬빙 아저씨에게 부탁해 목요일 하루 종일 예상되는 수로관을 청소했었다.

그랬는데 진짜로 남편의 짐작 처럼 수로관 안에 나무뿌리 같은 것들이 들어가 있었다.

문제는 하루 종일 수로관 청소를 한다고 쑤셔댄 수로가 더 꽉 막혀 버려서 그다음 날 물이 더 차 올랐다.

그 덕에 우리는 지난 주말 내내 지하실에서 물을 퍼내야 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었던 우리는 부랴부랴 전문가를 섭외해서 이번 주에 급한 데로 간신히 수로관을 뚫어 놓았다.(이 이야기는 다음번에 자세히 쓰려고 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다음 날 새벽 비가 미친 듯이 퍼부었다. 라인강변에 있는 동네들이 수해를 입었던 바로 그런 비가 말이다.

만약 그날 전문가 아저씨가 수로관을 뚫어 놓지 못했다면 그 비에 우리도 집안 가득 물이 찼을는지 모른다.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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