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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16. 2020

#5.코로나 19로 달라진 독일 일상

달라진 주말 거리 스케치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


바람은 아직 차갑지만 햇빛 가득한 날씨다. 오늘 진짜 날씨 좋다 라는 말이 입에서 저절로 나온다.

햇빛 귀한 독일에서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햇살 가득한 주말 날씨를 만나게 되는 날은 흔하지 않다.

벌써 우리 집 멍뭉이 나리는 산책 가자고 현관문 앞에  앉았다.


지구촌이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감염병 때문에 난리도 아닌데... 부서질 듯 투명하게 퍼지는 햇살과 파란 하늘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맑고 푸르기만 하다.


원래도 독일에서 일요일 이면 모든 상가들이 문을 닫아 거리에는 다니는 사람들도 많지 않고 조용한 편이다.

그런데, 오늘처럼 날씨 좋은 주말이면 조깅을 하러 나온 사람들과 아이들 데리고 놀이터로 나온 가족들 그리고 군데군데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며 한껏 햇빛 받으러 나온 사람들 , 강아지와 산책 나온 사람들... 거기에 자전거 타는 사람들로 거리는 활기를 띤다.


그래서 오늘 같은 날씨에 거리가 이처럼 휑한  풍경은 낯설 기만하다.

시내 한가운데에도 휭 하고 사람보다 비둘기들이 더 많다
전차 정류장 에도 동네 골목 길에도 사람이 없다.
분위기 바뀐 동네 산책


주말에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 이면... 전차 또는 버스정류장에는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기 마련인데...

대중교통 파업할 때처럼 텅 비어 있다.

길에 다니는 자동차들도 확실히 적어졌고... 가끔 자전거 타고 휙지나 가는 사람만 보인다.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이기적이여 그런지, 한적 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풍경에 서글퍼지다가도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 싶어 안심이 되기도 한다.

흐트러 지게 피어 나는 꽃들과 쉴 새 없이 나무들을 오가며 지저 기는 새들은 봄을 부르고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놀란 사람 마음은 아직 한겨울에 서 있나 보다.

세상 순진한 우리집 나리와 활짝핀 개나리

나리를 데리고 동네 산책을 하면서도 달라진 분위기를 느낀다.

지금은 얼마 전처럼 모르는 사람들끼리 강아지와 함께라는 사실 하나로 마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서로 조심 스레 간격을 두게 된다.

그렇게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다 보니 자연스레 강아지들도 어울려 놀 수가 없다.

아직도 마냥 아기 같은 나리는 멀리서 다른 강아지가 보일라 치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는데 말이다.


날씨가 이렇게 화창해도 산책하는 내내 마음이 무거워 지려 하고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그동안 집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뭔가를 만들었노라며 내 앞에 내어 놓은 남편의 발명품? 이 나를 빵 터지게 했다.

남편의 핸드메이드 방호 마스크


엊그제 우리 병원 바로 근처 바우나탈이라는 도시에 있는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의 직원 중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왔다.

그 회사의 직원만 만명이 넘고 우리 병원 환자들 중에서도 많은 수가 그곳에 다닌다.

그런데 독일은 그 회사 전체를 폐쇄하지 않고 달랑 그 부서만 닫고 그 부서 직원들만 재택근무로 돌렸다.

그 확진자가 전날까지 어떤 동선으로 회사 안을 다녔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과 접촉을 했는지 역학조사고 나발이고 도 없이 말이다.

참 불안 하기 짝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언제 어느 때 코로나 감염 의심증상 환자가 우리 병원에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점점 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우리 걱정에 잠도 잘 못 주무신 다는 시어머니는 전화 통화에서 연신 병원 문을 닫으라고 하시는데... 요사이 많은 병원들이 줄지어 문을 닫고 있어 의료공단에서 공식 편지가 전달 됐다. 앞으로 코로나 사태로 가정의 병원들이 따로 사유서를 제출하고 신고 없이 마음대로 문을 닫을 수는 없다고...

그도 그럴 것이 모두가 병원 문을 닫아 버리면 환자 들은 누가 진료할 것인가...

그럼에도 이 불안한 시기에 방호복도 방호 마스크도 없는 대부분의 가정의 개인 병원 들의 의료진들은 매일 위험 속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남편이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정보를 들여다보다가 한국에서 누가 직접 만들었다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어 자기도 비슷하게 만들어 보았다며...

아이들 생일 파티할 때 나 사용될 듯한 머리 위에 씌어줄 왕관 띠 같은 종이에 사무용 비닐을 덧대어 코팅기에 넣어 붙인 일명 남편의 방호 마스크는 비말 감염 방지용으로 제법 그럴듯해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남편과 딸내미가 나란히 쓰고 있는 모습이 나도 모르게 봄에 나물 캐러 가는 동네 아줌마들이 연상돼서 한참을 웃었다.

남편이 들고 "완전 기발 하지 않냐?"며 신나 하는 저 방호 마스크인지 캡 모자 인지를 쓰고 내일 일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으나 요 며칠 코로나 때문에 급변하고 있는 모든 상황들로 불안한 마음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크게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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